행자부 등 정부 당국이 지난 4월부터 일선 학교에 부여했던 범죄경력 열람권을 지난달 15일 일괄 회수했다. 시도교육청들은 행자부, 교육부로부터 이런 내용의 공문을 받아 학교 현장에 안내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열람권 회수는 조회시스템 오류 개선을 위한 ‘한시적’ 조치인 것으로 드러나 향후 현장 혼란과 불만만 더 부추길 것으로 전망된다.
행자부, 경찰청, 여가부, 교육부는 9일 합동회의를 열어 ‘범죄경력 유무 조회’ 열람 기관 범위에서 초‧중등교육법 상 각 급 학교를 ‘일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현행 범죄경력 조회시스템을 통해 학교가 시간강사 등 대상자의 아동학대‧성범죄 전력을 검색할 경우, 교통사고 등 다른 범죄 사실이 하나라도 있으면 아동학대‧성범죄 전력이 있는 것으로 뜨는 결함이 있고, 학교가 이를 근거로 채용을 배제하는 오‧남용 사례가 발생해 민원이 제기되면서 시스템 보완까지 학교 권한을 회수했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행자부 관계자는 “완전 회수가 아니라 두 달 정도 시스템을 보완해 8월 이후 학교에 권한을 다시 부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도 “시스템 보완 후, 학교에 다시 권한을 부여하는 것에 대해 회의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행자부, 교육부가 시도교육청에 보낸 공문에는 어디에도 ‘시스템 보완을 위한 한시적 회수’ 등의 설명이 명기되지 않았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에 열람권을 주는 게 원래부터 문제제기가 많았었다. 그래서 이번에 회수하는구나 생각했다”며 “교육부, 행자부 공문에 별다른 설명이 없어 시도교육청 담당자들도 다 그렇게 알고 학교에 안내했다”고 말했다.
일선 학교는 일단 황당하고 혼란스럽다는 입장이다.
충남의 한 초등교장은 “조회 업무에 대해 다시 안내하고 또 다시 변경해야 하는 혼란이 있고, 일부 경찰서는 사실을 제대로 몰라 왜 학교가 조회요청 공문을 보내느냐고 반문했다는 후문도 있었다”며 “잦은 변경과 오해로 일처리가 잘못되면 감사나 소송에 휘말릴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학교의 범죄경력 열람권 부여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린다. 서울의 A초등교 교감은 “어차피 개인정보동의서까지는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학교가 바로 조회까지 하면 편리하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서울 B초등교 교감은 “문제는 학교에 열람권이 있다는 걸 빌미로 타 부처, 외부 기관에서 아무 조회 없이 학교로 보내는 외부 강사가 계속 늘고 있다는 점”이라며 “이 때문에 편리함보다는 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경기 C초등교 교장은 “최소한 타 부처, 외부 지자체 등에서 교육협력을 이유로 보내는 강사는 해당 기관에서 범죄경력 조회를 해주면 학교 부담을 덜 수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