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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장례식

엊그제 장인 어르신이 세상을 떠나셨다.


오래동안 아파트 아래 위층으로 함께 생활해왔던 큰사위였기에 그 슬픔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컸다.  더구나 당뇨, 고혈압, 갑상선, 식도암으로 인한 항암 치료 30회에 중증 치매로 최근에는 지인도 잘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온갖 고통의 시간을 요양병원서 보냈다.


하루종일 침대에서 누워만 계신 장인 어르신을 바라볼 때마다   '아버님, 어서 일어나세요.' 란 말을 셀 수 없이 속으로 외치며 마음 속으로 간절히 쾌유를 빌었다.  30여년 이상의 공직 생활을 하면서 '정직, 근면, 성실'을 가훈으로 또한 생활 신조로 살아오신 장인이셨기에 좀처럼 흐트러진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분이셨다.  퇴직 후 밀려오는 공허함과 외로움을 달래드리기 위해 하루 세 시간 이상 함께 고스톱을 하면서 말동무가 되어드리고 동네에서 가까운 곳의 식당이란 식당은 모두 섭렵할 정도로 막걸리 파티를 열었다.

 

덕분에 지난해에는 '장인어른과 함께 부른 동백아가씨'란 제목으로 내가 쓰는 아빠 엄마 이야기 공모전에서 국민대통합위원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장인어른과 나는 좀 특별한 인연이 있다.  모두 시골 출신에 공무원이란 신분 그리고 막걸리와 노래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기에  우리는 소통이 잘 되었고 가까이 있으면 지칠줄 모르게 이야기 꽃을 피웠다.

장인어른께 단 한가지 아쉽고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퇴직 후 오랜 군 생활의 영향 때문인지는 몰라도 계급장을 떼지 못하고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게다가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서 싫어하는 정치인이 신문에 등장하면 가위로 잘라 버릴 정도로 혐오와 증오심이 불탔던 분이다.


"아버님, 이젠 제발 내려놓으시고 세상과 소통하셔요."


거듭 말씀드려 봤지만 가치관과 생각을 수정하기가 그리 쉽지 않았다. 그런데 설상가상 이른 나이에 당뇨가 찾아온 것이다. 당뇨합병증으로 각종 질병들이 득달같이 찾아와 그야말로 종합병원을 방불케할 정도로 몸은 날로 쇠약해졌고 급기야 식도암에 중증치매까지................


엊그제 학교에 출근해서 수업을 하고 있는데 장인 어르신이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나이 먹으니 장례 식장에 갈 일도 많아서 너무나 자주 갔던 곳이라 매우 익숙한 분위기였지만 남의 일이 아니고 내 일이 되다보니 정말로 해야할 일이 많았고 허둥지둥대며 우선순위를 무엇부터 해야할 지 큰 고민이 아닐 수 없었다.


가까운 지인들께 연락을 하고 평소에 가입했던 더케이 한국교직원 공제회의 자회사인 예다함에 연락을 하여 장례 지도사의 도움을 요청했다. 


입관식을 지켜보면서 밀려오는 슬픔과 생명을 소중히 하는 장례지도사의 손길 하나하나에 숙연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돌아가신 분을 면도도 해드리고 정성스레 모시며 꽃 무늬가 있는 관에 아주 세심하게  눕혀드리며 예의를 표하는 팀장이란 분을 보면서 존경심이 절로 생겼다.  비록 나이는 아들뻘 밖에 안되어 보이지만 어찌나 여유있고 정성을 다하는 모습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장인 어르신의 상을 치루면서 입관식과 화장 그리고 추모원에 모시기까지 생명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진하게 느꼈다.  특별히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소중한 생명을 더욱 잘 가꾸고 양육해서 오천석의 <스승>에 나오듯이 인간의 영혼을 생명으로 이끄는 구도자의 자세로 남은 교직 생활을 더욱 사명감을 가지고 임해야겠다고 강하게 다짐하고 또 다짐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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