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 16일 '아동·청소년 정신보건사업 관계자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날 워크숍은 정신건강 시범학교들이 향후 2년간 펼칠 사업계획을 발표하고 기대 성과, 예상 문제점 등을 발표하고 자문을 얻기 위해 마련됐다.
작년 10월 교육부가 지정한 정신건강 시범학교는 충남 낙동초, 전남 동강초, 전남 영광초, 전남 영광여중, 경북 장량초, 경남 위림초, 제주 중앙중 등 총 7곳. 이들 시범학교들은 워크숍을 통해 학생이나 교사의 가정을 방문하는 '사랑의 초대', 게임이나 역할극을 통한 분노조절훈련, '자기표현의 날' 운영, 화목한 가정을 취재해 학교신문이나 홈페이지에 소개하는 등 다양한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보건복지부는 2002년부터 각 지역 정신보건센터를 통해 아동청소년 보건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서동우 건강증진연구팀장은 "아동청소년 정신보건사업 대상에는 아동복지시설, 유치원 등도 포함되는데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학교정신보건사업"이라고 지적했다.
학교정신보건사업은 학생들에 대한 검사와 진단, 부모 및 교사 교육, 사회성 훈련 프로그램은 물론 이혼가정 아동, 전학 아동 등에 대한 예방 프로그램, 최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청소년 자살예방 프로그램 등도 포함한다.
서 팀장은 "미국은 10명의 아동 중 1,2명이 정서 문제를 겪고 있고, 작년 조사결과 우리나라도 기준을 엄격하게 잡으면 3∼5% 정도가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부모의 높은 이혼율, 학교 폭력, 집단 따돌림 등 우리나라 아동들도 정신건강에 많은 위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3,40년 전부터 학생들의 정신건강을 필수사업으로 정해놓고 추진해온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이에 대한 의식조차 미미한 수준이다. 미국은 1960년대에 이미 지역사회 정신보건 관련 법률을 제정했고 최근에는 각 학교가 정신과 자문의와 연계해 학생들의 정신건강을 챙기고 있다. 대만의 경우도 1990년부터 교육부가 정신건강 서비스를 시작, 학교 내에 클리닉이 운영되고 있다.
곽영숙 제주 정신보건센터장은 "98년 조사 결과, 교사들은 산만한 행동, 공격적 행동 등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아동을 한 학급당 8%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지만 교육을 방해하지 않기 때문에 포함되지 않은 우울증, 불안 등을 합치면 실제로 문제가 있는 학생은 더 늘어날 것"이라며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선별검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존에 시범학교 운영사례가 없는 데다 교사들의 전문지식이 부족해 정신건강 시범학교들의 사업시행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인력과 예산이다. 학교를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각 지역정신보건센터부터 인력과 예산상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담당교사 이외의 교사들의 프로그램 참여가 저조한 것도 어려움 중 하나다.
서동우 팀장은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예산 등의 이유로 더 많은 시범학교를 선정하지 못했다"면서 "아동청소년의 정신건강이 학습분위기나 인성교육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만큼 교사들이 각별한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