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오후 3시 인천기계공고 자동차 실습장. 2학년 이수훈, 유진철 군이 오늘 입고된 코란도2 승용차를 살피고 있다. 제동 시 떨림현상이 있다는 차주의 설명에 브레이크 시스템을 점검한 두 예비정비사는 브레이크 디스크 변형, 패드 마모가 원인임을 확인했다. 정비를 마친 이들은 차주에게
영수증을 발부하고 차량을 출고시켰다.
인천기계공고 자동차과 학생들이 국내 공고 최초로 일반인들의 차량을 저렴하게 정비해 주는 ‘승용차경정비 학교기업을 운영해 화제다. 1일부터 전화예약(032-865-3883)을 통해 시작한 자동차경정비 서비스는 자동차과 1~3학년 15명이 맡았다. 3명의 전문교사가 진단·정비를 지도하지만 어디까지나 돕는 수준이다.
임국삼 부장은 “책임감과 실전감각을 키워주기 위해 고장 진단과 수리는 학생들이 주도하게 하고 교사들은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자동차 정비기능사·검사기능사 자격을 갖춘 학생들은 오일누유점검 및 가스켓 교환, 전기장치 점검수리, 휠밸런스, 얼라이먼트 점검 등 일반 카센터 수준의 서비스를 척척 해내고 있다.
오토리프트, 엔진튠업기, 휠밸런서, 자기진단기, 휠얼라인먼트, 각종 자동차검사기기 등이 갖춰진 실습장은 오히려 일반 카센터를 뛰어넘는다. 서비스 대상을 우선 인천 관내 교육청과 산하기관 직원들에만 한정했지만 벌써 학교 교사들까지 예약문의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9일 오일과 에어컨 점검을 위해 학교를 찾은 인천교육청 공보실 김원린 씨는 “충분한 자격과 수상경력을 가진 학생들의 정비 능력은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며 흥쾌히 차를 맡겼다.
윤인문 교감은 “홍보 며칠 만에 매일 한 두 대가 입고될 만큼 반응이 좋다”며 “운영 상황에 따라 2학기부터는 학교도 서비스 대상에 포함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학교기업의설치운영에관한규정이 올 3월 제정됨에 따라 학교기업을 합법적으로 운영하게 된 인천기계공고는 수익금의 절반 이상을 장학금으로 지급하고 지도교사 수당도 줄 방침이다. 실습시간과 방과 후 시간에 이뤄지는 경정비 서비스에 34시간 이상 참여한 학생들은 현장실습 2단위를 이수한 것으로 인정받는다.
하지만 학생들은 지금의 경험이 장학금보다 더 값지다고 말한다. 유진철 군은 “실습차와는 비교할 수 없는 책임감과 부담감을 느끼지만 내가 고친 차가 도로에 오른다고 생각하면 뿌듯하다”고 자랑했다. 이수훈 군도 “자동차 서비스 회사에 입사해 정비사가 되는 게 꿈인데 학교에서의 경험이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은철기 교장은 “학생들에게 직업정신과 현장 감각의 기술을 갖게 하는 데 의미가 있다”며 “지금은 실습장을 쓰고 있지만 곧 별도의 정비소를 교내에 세울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