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신문 김명교 기자] ‘내가 아는 것이 있는가? 나는 아는 것이 없다. 그러나 어떤 비천한 사람이 나에게 질문을 한다면, 아무리 어리석더라도 나는 내가 아는 것을 다하여 알려줄 것이다.’
최섭 서울유현초 교사는 공자의 논어 자한편의 한 구절을 소개했다. 수업에 대해 공부하고 책을 쓰면서도 수없이 ‘수업에 대한 책을 쓸 자격이 있는 것인가’를 자문했다고 했다. 20년 이상 연륜이 쌓인 선배들과 비교하면 교직 경력 10년이란 시간은 짧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 논어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최 교사의 ‘좋은 수업 만들기’는 자신의 수업 경험과 교육 고전, 선배 교사들의 저서를 통해 정립한 좋은 수업에 대한 정의와 실천 방법을 담은 책이다. ▲좋은 수업이란? ▲학생과 교사 사이 ▲학생과 텍스트 사이 ▲학생과 다른 학생 사이 ▲학생과 환경 사이 등으로 구성됐다. 좋은 수업 만들기 체크리스트와 온책읽기 활동 목록, 준비물 없이 하는 놀이 활동에 대한 내용도 부록에 담았다. 최 교사는 “수업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고 싶었다”고 말했다.
“미우나 고우나 매일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학년 말에는 알게 모르게 저를 닮아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저로 인해 바뀌는 모습을 보면서 수업 시간을 제대로 보내고 있는지 두려워졌어요. 이 두려움은 교육자로서 교육 고전조차도 제대로 마주하지 않았던 제 무지에서 온다고 결론 내렸죠.”
그는 두려움을 줄이기 위해 교육 도서를 읽기 시작했다. 학교 도서관과 지역도서관에 들러 수업에 대해 서술한 모든 책을 살폈다. 교육의 고전이라 불리는 페스탈로치, 로크, 루소 등 교육자들의 저서부터 현대 저자들의 책까지 두루 읽었다. 교육, 배움에 대해 언급한 책이라면 무엇이든 가리지 않았다. 이렇게 모은 자료를 바탕으로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녹여 내용을 완성했다.
최 교사가 정의하는 좋은 수업은 ‘학생들이 행복을 배움으로써 성장할 수 있도록 학생과 교사, 학생과 텍스트, 학생과 다른 학생, 학생과 환경이 최선의 관계를 이루어가는 수업’이다. 학생이 수업의 중심이 돼 수업의 주체(학생·교사·텍스트·다른 학생·환경)와 좋은 상호작용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좋은 수업이 구체화 된다는 것이다.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교사와의 관계에 대한 내용이다. 최 교사는 “교사와 학생은 인간관계와 학업관계가 동시에 형성된다”면서 “두 관계가 모두 좋아야 좋은 수업이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람 대 사람으로 서로 존중하는 인간관계가 안정되지 않으면 학업관계를 세울 수 없어요. 서로 감정이 상한 상태에서는 교육이 일어날 수 없습니다. 배드민턴을 즐겨 치는데요. 모든 스포츠에 있어 중요한 것은 힘을 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업도 마찬가지에요. 힘을 빼고 학생을 대하면 학생들도 덩달아 편하게 다가오고 교사를 존중하게 되죠.”
그는 좋은 수업은 교사 스스로 내면의 본질을 끌어낼 때 가능하다고 믿는다. 교사마다 본질이 다르기 때문에 수업도 다양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절대적인 것은 없다는 의미다. 최 교사는 “책의 내용은 하나의 제안으로 받아들이고 활용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교육을 일 년 농사에 비유하곤 해요. 초목이 자라는 것을 매일 눈으로 명확하게 볼 수는 없지만, 일 년이 지나면 어느새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습니다. 학생들도 다르지 않아요.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포기하지 않고 잘 성장하도록 가꿔 줄 때 그 변화는 더 커진다고 생각해요. ‘가르친다는 것은 희망을 말하는 것, 배운다는 것은 성실을 가슴에 새기는 것’이라는 루이 아라공의 시처럼 많은 선생님들이 희망을 안고 보람찬 농부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도록 늘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