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신문 정은수 기자] 교육감들이 수능 절대평가와 정·수시 통합전형 등을 골자로 하는 자체 대입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교육계에서는 현장의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지난달 26일 세종시 협의회 사무국에서 대입제도개선연구단의 1차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방안을 제안하고 있어 국가교육회의를 거쳐 정부가 확정한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방안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셈이다.
연구단은 보고서를 통해 수시·정시 통합전형을 제안했다. 3학년 2학기 교육과정 정상화를 위해 교육과정이 끝난 후에 대입을 실시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이와 함께 수능위주전형 비율 30% 이상을 연계한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을 재고해야 한다고 했다. 수능위주전형 비율 목표를 30%로 정한 정부안에 대한 반대 의견이다.
수능에 대해서도 정부안에 반대했다. 이들은 수능을 선발을 위한 변별 도구가 아닌 학업 역량을 평가하는 도구로 활용할 것을 주장하면서 전 과목 절대평가, 자격고사화, 논·서술식 수능 도입 등을 제안했다.
논란이 된 학생부종합전형의 공정성은 학생부 기록 방식을 정규교육과정 중심의 교과학습발달상황 위주로 통폐합하는 방안을 통해 개선한다는 안을 제시했다. 선발 과정에서의 공정성은 입학사정관의 신분 보장과 학생 선발 후 대학 측에서 모든 자료를 공개하는 방안을 요구했다.
대학별 고사는 고교 교육과정 범위 내에서 출제해 사교육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고, 논술전형은 수능과 통합해 논·서술식 수능으로, 면접고사는 학생부 기반 면접으로 통합할 것을 제안했다.
이번 연구보고서는 6차례의 연구위원 모임과 2차례의 포럼을 거쳐 확정됐으며, 협의회는 이를 바탕으로 3월부터 12월가지 2차 연구를 시행할 계획이다. 정책포럼은 6, 10월에 한 차례씩 계획돼 있다.
한국교총은 협의회의 발표에 대해 “공론화의 한계가 존재하더라도 현실과 안정성을 감안해 절충한 의견인 합의결과를 존중하고 안착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며 “시·도교육감협이 따로 대입정책을 제안하는 분리적 행보로 학교 현장의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교사 중심의 현장의견 반영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교총은 또 “대입 제도는 사안의 복잡성, 정책의 일관성, 공정성·타당성 등 다양한 가치와 이해관계의 충돌로 현실을 감안한 대안 마련이 불가피하다”며 “이상적인 논의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학의 자율성을 강조하면서도 대학이 모든 자료를 공개해야 공정성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소된다는 식의 접근 방법은 모순적이고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능과 정시 선호가 상당 부분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를 무력화한다는 반발이 예상되며 절대평가에 따른 변별력 문제에 대한 대안, 학종의 공정성 강화 등의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교총의 우려대로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 정시확대학부모모임, 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 등은 지난달 27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시·정시 통합은 수능을 무력화 시키고 학종을 확대 시키려는 꼼수”라며 “학종의 공정성을 높이겠다는 말로 학생과 학부모를 속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대입제도 개편은 교육감의 주요 업무가 아님에도 민심에 역행하는 오만한 주장을 하는 것은 선출직 교육감은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는 제왕적 교육감의 독선”이라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마구잡이로 휘두르고 있는 협의회는 즉각 해체하고 순기능 보다 역기능이 훨씬 큰 교육감 직선제는 마땅히 폐지되어야 한다”고까지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