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신문 김명교 기자]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앞서 출간한 저서와의 연속성을 고려했다는 저자의 설명이 돌아왔다. 수업을 의인화 해 기다리다 만나 행복했고, 이제 결혼이라는 결실을 맺는다는 의미. ‘수업? 너를 기다리는 동안’, ‘수업, 너를 만나 행복해’에 이은 김영호 대구교동초 교장의 세 번째 수업 에세이 ‘수업. 너 나하고 결혼해’ 이야기다.
김 교장은 “교사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수업에 대한 고민과 수업에서 찾은 행복을 나누고 싶었다”면서 “교사, 장학사로 근무할 때 틈틈이 기록하고 정리한 내용을 엮었다”고 말했다.
이번 에세이는 수업에서 행복 찾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교사가 수업에서 행복을 느끼려면 네 가지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역사용 역량, 수업철학 역량, 수업행복 역량, 수업문 역량이 그것.
역사용은 역지사지(易地思之), 사랑, 용기의 첫 글자를 따왔다. 교사가 갖춰야 할 가장 기본적인 역량이다. 수업철학 역량은 수업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을 갖는 걸 말한다. 스스로 ‘나는 왜 수업을 하는가?’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수업행복 역량은 건강한 몸과 마음에서 비롯된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교사가 수업을 통해 아이들과 상호작용 하는 과정에서 행복을 느끼는 역량을 의미한다. 마지막 수업문 역량은 언제든, 누구에게나 자신의 수업을 나눌 수 있는 역량이다.
김 교장은 “역사용 역량을 바탕으로 수업철학, 수업행복 역량이 갖춰지면 수업문 역량은 저절로 따라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 수업철학은 ‘절차탁마’입니다. 옥이 보석으로서 가치 있으려면 수많은 손길과 정성이 필요합니다. 학교 수업이 그렇습니다. 교직 경력이 쌓인다고 좋은 수업을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선생님 개개인이 의식적으로 연습하고 노력해야 하죠. 시인 김춘수의 작품 ‘꽃’을 좋아합니다. 한 시간의 수업은 꽃과 다르지 않거든요.”
이 책은 교사 누구나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는 게 특징. 거창한 수업 이론이나 방법 대신 선·후배, 동료 교사들과 수업에 대해 고민한 흔적을 가감 없이 담았다. 대구에서 운영된 협력학습 우수 학교 사례도 소개한다.
김 교장은 “아이들과 거리감이 있을 때는 역사용 역량 부분을, 수업 방법에 대한 고민이 있을 땐 수업철학, 수업이 힘들 때는 수업행복, 자신의 수업에 자신이 없을 땐 수업문 역량에 대한 내용을 읽어보면 좋겠다”고 귀띔했다.
“우리가 하는 일에 긍지와 자부심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가 가는 길은 편하거나 대단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길은 아니지만, 그 어떤 일보다 값어치 있는 길입니다. 긍지와 자부심을 우지하게 만드는 건 전문성, 바로 수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