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사건에서 유래된 놀이가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렸다는 논란이 일었지만, 해당 놀이는 현재 교과서에 실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를 제기한 임영수 연기향토박물관장은 오히려 해당 놀이에 대한 논란만 부각되면서 전체적인 취지가 왜곡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우리 집에 왜 왔니’ 놀이가 일제 강점기 위안부 강제동원 사건에서 유래됐다는 주장이 22일 언론을 통해 소개되면서 논란이 일자, 교육부는 “교육내용의 적합성 차원에서 적극 확인하겠다”는 설명자료를 배포했다.
그러나 ‘우리 집에 왜 왔니’ 놀이는 현행 초등 교과서에 실리지 않아 교과서 수정과는 무관하다. 2009년 발행된 수학 1학년 2학기 교과서에 실린 이후 교육과정이 두 차례 개정되면서 더 이상 교과서에 실리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임 관장은 “교육부에 제출한 분석 자료는 7년 간 분석한 자료이므로 23가지 놀이에 대해 각각 연도와 출판사를 다 표시했는데 이 놀이 하나만 이슈화되는 게 안타깝다”며 “교과서도 중요하지만 초등학생들이 학교에서 많이 하는 놀이 중 하나이며 교육청에서 만든 자료에도 들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교육부에 이 23가지 놀이의 유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이유도 단순히 일본 놀이라서 교과서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었다. 임 관장은 “일본 놀이라는 사실을 속이지 말라는 것이 핵심”이라면서 “아이들이 일본 놀이를 우리 놀이로 잘못 알고 있어 이를 바로잡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 놀이도감의 내용이 우리 전래놀이 자료집에 실렸던 적도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그가 제시한 23가지 놀이 중 그가 ‘나쁜 놀이’로 지목한 것은 ‘우리 집에 왜 왔니’, 꼬리따기, 대문놀이, 비석치기, 땅따먹기, 사방치기 등 6개다. 일제 강점기의 위안부 사건에서 유래됐거나 민족문화말살 의도 등이 있다는 의심이 제기되는 놀이들이다.
그는 이 외 쎄쎄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등 17개 놀이는 ‘나쁜 놀이’가 아니라 단순히 일본에서 온 외래 놀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전통 놀이로 가르치지 않고 일본에서 온 사실을 정확히 알렸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좌옹 윤치호의 사돈인 독립운동가 남궁억 선생이 일본 놀이를 토착화한 사례다. 배화학당 교사와 상동학원 원장을 지낸 교육자였던 그가 우리나라에 아이들을 위한 놀이문화가 없는 것을 안타까워해 놀이를 소개하면서 우리말과 정신을 담았다. 임 관장은 이런 경우 “아이들이 놀이를 통해 이런 역사를 배우도록 가르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중에는 일본에서 유래됐지만 거슬러 올라가면 일본 전통 놀이가 아닌 놀이도 있을 수 있다는 사실도 인정하며 “일본 놀이라고 하기 어려우면 최소한 우리 전통 놀이라는 말은 빼고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관장은 심지어 자신이 ‘나쁜 놀이’로 규정한 놀이도 무조건 배제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그는 “아이들이 놀이를 하더라도 놀이의 유래를 이야기해주면 나쁜 놀이는 자연스럽게 소멸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