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청이 교사의 휴대전화 번호 공개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원칙을 안내했다. 그러나 현장은 이번 조치에 대해서도 별로 달라진 게 없다는 반응이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달 14일 업무용 휴대전화 지급 대신 관내 학교에 교사 개인 휴대전화번호를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근무시간 외 휴대전화에 의한 교육활동 침해 관련 안내’ 공문을 보냈다. 경남·충남·서울 등에서 도입한 업무용 휴대전화나 투넘버 서비스는 효과성을 검토한 뒤 판단하기로 했다. 업무용 전화 지급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 데 따른 조치로 분석된다.
도교육청이 보낸 안내문은 먼저 교사 개인 휴대전화번호 학부모 제공 제한의 법적 근거로 ‘개인정보보호법’과 관련 판례 등을 들었다. 이어 제한의 필요성으로 사생활의 자유 침해, 사생활 공개의 부작용, 부정청탁 우려, 교권 침해 등을 들었다.
그러나 도교육청이 명시한 입장은 “교사의 개인 휴대전화번호는 개인이 판단해 공개 여부 결정”하라는 것으로 교사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해 현장에서는 “바뀐 게 없다”는 비판을 들어야 했다. 도교육청이 함께 보낸 교육자료 역시 교육부의 교권보호 매뉴얼에 있는 내용으로 새로운 것이 없었다.
경기도에 근무하는 한 초등교사는 “원칙적으로 퇴근 이후에는 긴급한 일이 아니면 연락하면 안 되는 것”이라면서 “왜 개인의 전화번호에 대해 교육청에서 인심 쓰듯이 의무가 아니라는 당연한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다른 교사도 “다른 공무원은 민원인에게 개인 휴대전화번호를 공개하지 않는 것처럼 교사도 업무 외 시간에 전화를 주고받아야 할 이유가 사실 없다”며 “교실 내선 전화에 문자기능을 도입하거나 메신저 등으로 내선 번호로 온 문자메시지 확인이 가능하면 편할 것 같다”고 했다.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로 상담 시간을 지정해서 사용하는 사례나 전화번호를 휴대폰이 아닌 별도 앱에 저장하는 방법도 인터넷 교사 커뮤니티 등에서 공유되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단순히 공개 의무가 없다고 하면 공개하는 교사와 안 하는 교사로 나뉘어 학부모의 불만이 나오거나 교사 간에 갈등과 오해도 생길 수 있다”며 “이도 저도 아닌 발표를 하면 오히려 혼란만 가중된다”고 우려했다. 전반적인 인식개선 없이 번호를 공개할 의무가 없다고만 하면 어떤 교사는 공개하고 다른 교사는 하지 않을 경우 공개하지 않은 교사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