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신문 정은수 기자] 국민권익위원회가 국공립 학교장의 공직자 재산등록을 추진하면서 학교장을 예비 부패행위자로 낙인찍어 현장이 들끓고 있다.
교육부가 21일 시·도교육청에 보낸 ‘학교장 공직자 재산등록 관련 의견조회’ 제하의 공문에 첨부된 제도개선안에 이같은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권익위가 방안에 언급한 추진 배경에 “학교장은 인사, 예산 등 학교행정 전반에 걸쳐 폭 넓은 권한을 위임받고 있으나, 이를 견제·예방할 수 있는 수단이 미비”하다며 “학교장 권한에 대한 심리적인 견제·예방 수단을 마련하고 공직자로서의 책임성을 담보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어 “학교 내 심의·의결 기구인 학운위가 있으나, 형시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견제기능에 한계”가 있다며 사실상 학운위의 역할을 ‘거수기’로 폄하하고, “학교자율화 방안 추진에 따라 학교장의 권한이 더욱 확대됐다”면서 맥락상 마치 학교자율화로 인해 부패가 증가한 것처럼 표현하고 있다.
무엇보다, “학교장에 의한 부패가 가장 많이 발생된다”며 최근 3년간 학교장 부패사례를 열거하고 있어 학교장을 부패행위 집단으로 낙인찍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국·공립 학교 교장은 자의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없는 형편이다. 상급기관인 교육청의 관리를 받아야 하고, 4년에 한 번씩 종합감사를 받고 그 결과가 좋지 못하면 불리한 인사조치를 당한다.
교내 인사는 교원인사자문위원회, 예산의 심의와 집행을 포함한 주요한 결정사항은 학교운영위원회에서 결정해야 한다. 충분한 견제 장치가 있는 것이다. 학교운영위원장과 학교장 간의 갈등으로 학교장이 명퇴를 신청하는 사례도 발생할 정도다.
특히 부패와 관련될 수 있는 예산 집행결과는 학교정보공개를 통해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특히 학교장 업무추진비는 상세하게 공개해야 한다. 매년 두 차례 전 직원과 거래 업체를 대상으로 기관장 청렴도 설문을 해 부패비리 점검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초등학교 교장은 “학교장이 돈을 버는 자리도 아니고 재산을 부풀릴 일도 없다”면서 “동일 직급의 다른 공무원들과의 형평성이 이유라면 납득할 수 있는데도 굳이 그런 표현을 쓴 것은 현장의 반발만 불러온다”고 했다.
또 다른 교육계 관계자도 “교장이 이미 4급 상당의 대우를 받고 있어 재산등록을 한다는 것은 타당한 논리지만 거기에 부패행위를 이유로 언급하는 것은 집단 전체를 예비 범죄자로 매도하는 것”이라며 “학교장은 법과 규정에 따라 학교 운영을 하며, 교육청의 관리·감독을 받고 있어 지금도 부정부패를 저지른다면 원스트라이크 아웃이 되고 있는 현실에서 적절치 못한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부패공직자 현황에서도 교장은 3년 간 38명으로 현원의 0.38% 밖에 안 되는 사실도 알고 있다”며 “교장을 부패행위자라거나 부패가 많은 집단이라고 매도하려는 의도는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 방안은 최종안이 아니며 교육부를 통해 학교 현장의 여론을 수렴해 문제가 있는 부분이 있다면 수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권익위는 2010년에도 동일한 논리로 학교장 공직자 재산등록을 추진하다 현장의 비판을 받고 중단한 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