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교사들은 수업을 잘 하고 싶다. 하지만 경력이 많건 적건 교사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 또한 수업이다. 새내기 교사 때는 교직 생활 1순위가 수업이다. 4~5년 차가 되면 생활지도가 1순위고 수업은 2순위로 밀린다. 그리고 경력이 올라갈수록 행정업무량이 많아지면서 행정-생활지도-수업 순으로 자리가 바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경력이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수업 역량에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이다. 오죽하면 20대는 아는 것 모르는 것 다 가르치고, 30대는 아는 것만 가르치고, 40대는 시험에 나오는 것만 가르치고, 50대는 생각나는 것만, 그리고 60대는 입에서 나오는 대로 가르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까. 좋은 수업을 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실천해야 하지만 우리 교육 현실은 교사들이 수업 전문성을 기를 틈을 주지 않는다.
수업코칭 전문가 김현섭 수업디자인연구소 소장은 “교사가 수업에서 행복을 누리고 즐길 수 있어야 한다. 버티듯이 하는 수업에서는 좋은 수업이 나올 수 없다. 학생만 배움의 기쁨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교사도 가르치는 보람을 느껴야 한다. 이 둘이 같이 살아 있어야 좋은수업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11일 서울 광화문 수업디자인연구소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김 소장은 “질문이 없는 교실, 잠자는 학생, 교사의 통제가 이뤄지지 않는 수업 등은 우리가 풀어야 할 시급한 과제”라며 “우수한 인재들이 교단에 들어와 번아웃 되거나 학생들과 관계에 상처 입고 수업의 시행착오를 극복하지 못해 무기력해지는 모습을 보면 너무나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학교교육의 근본은 교수와 학습이다. 어떻게 하면 잘 가르칠 수 있을까는 교사들의 오랜, 그리고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학교 수업 수준을 끌어올리려는 적극적인 노력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사들을 대상으로 수업에 대한 강의를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교사들이 가장 고민하는 것은 무엇이라고 보나.
“교사에게는 지식 습득 능력뿐만 아니라 교육과정을 이해하고 재구성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최근 학교혁신과 수업혁신, 그리고 교육과정 개편 흐름으로 볼 때 이 능력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수업에서 교사에게 요구되는 또 하나의 능력은 교수 학습방법 구사 능력이다. 특히 학습수준이 낮은 학생일수록 교수 학습방법을 어떻게 구사하느냐에 따라 배움의 양과 질이 달라진다. 학생들과 친밀하고 좋은 관계를 맺으면서도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게 할 것인가 하는 방법을 걱정하는 분들이 많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어설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결국 수업의 질은 교사의 역량에 따라 달라지는 것인가.
“교사에게 필요한 핵심역량은 공감하고 실천하고 자율적인 문제해결력이다. 먼저 교사의 기본 업무는 학생과의 관계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것이어서 공감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단순히 학생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배려를 바탕으로 한 진정한 공감인 것이다. 또 교사는 이론적 지식을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실천적 지식으로 승화시킬수 있어야 한다. 아는 것과 가르치는 것은 별개 영역이기 때문이다.”
수업하기 너무 힘들다는 교사들이 많다.
“갈수록 거칠고 제멋대로인 아이들이 늘면서 교사들의 수업환경은 악화일로를 거듭하고 있다. ‘최고의 아이들은 현재의 아이들’이란 말처럼 해가 갈수록 아이들의 배움에 대한 의지나 기본생활태도가 더 나빠지고 있다. 이제는 경력이 많은 교사라 해도 그가 가진 지식과 경험이 새로운 아이들에게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됐다. 게다가 교육과정 재구성이니 역량중심교육이니 해야 할 일은 많아지고.... 교사들이 힘들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다 보니 교직에 들어오겠다는 임용고시 준비생들은 넘쳐나는데 정작 교단에 있는 교사들은 너도나도 명퇴를 고민한다. 밖에서는 안으로 들어오려 하는데 안에서는 못 살겠다며 자꾸만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 촌극이 빚어지는 현실이다.”
수업을 잘하는 교사와 못하는 교사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가.
“개인차의 핵심은 사명감이다. 진부한 단어일지 모르지만 28년간 수 많은 교사들을 만나면서 느낀 생각이다. 교사들의 출발점은 동일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늘 수업이 활기찬 긍정방향 교사와 매사 무기력한 부정방향 교사로 갈린다. 이는 수업자 즉, 교사 스스로의 선택에 따라 판가름 된다. 초기에는 수업능력의 격차가 별로 안 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큰 폭으로 벌어진다. 특히 고경력 교사일수록 양극화되는 경향이 크다. 결국 교사로서의 사명감, 헌신성 등이 좋은 수업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아닌가 싶다.”
잠자는 교실은 우리 교육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잠자는 교실 문제는 주로 고등학교에서 나온다. 중학교는 잠자는 학생 대신 수업 중에 딴짓하거나 떠드는 학생들이 많다. 그런 학생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잠자는 학생으로 변신하는 경우가 많다. 원인이 다양하지만 기초학력이 부족해서 학습진로를 따라가지 못하거나 교사의 강의식 중심 수업, 학생들의 학습 수준과 맞지 않는 교과내용, 학교 자체의 노는 문화 만연, 그리고 정부의 지원 체제 미흡 등 복합적이다. 다양한 변인을 고려, 종합적으로 풀어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수업에 활기를 불어넣기위해 질문이 있는 교실 등 다양한 정책이 시도되고 있지만 성과는 미지수다. 잠자는 교실을 질문하는 교실로 바꿀 수는 없을까.
“학생들한테 무조건 “질문 한 번 해봐” 한다고 해서 질문이 나오지는 않는다. 먼저 학생들의 지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수업을 해야 한다. (그들도) 알아야 질문할 것 아닌가. 아울러 질문을 유도하는 타이밍도 중요하다. 대부분 교사들이 수업 마칠 무렵에 질문시간을 주는데 이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ABC를 가르친다고 할 때 A를 가르친 다음, 질문 시간을 주고 B를 가르친 다음에 질문 시간을 주는 식으로 그때그때 단계적으로 질문을 주고받는 것이 효과적이다. 실제로 초등 저학년은 질문이 너무 안 나와서 문제고 4학년 이후부터는 배우는 양이 많아지고 수준이 어려워지면서 질문의 빈도가 줄어든다. 어릴 때부터 질문만 해도 적절한 보상을 해 질문하는 습관을 기르고 하브루타 수업 등 구조화된 방식으로 질문을 이끌어내야 한다.“
교사들에게 칭찬보다 격려를 강조한다고 들었는데 이유가 궁금하다.
“칭찬과 격려는 다르다. 상대에게 에너지를 부여한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칭찬이 결과에 대한 피드백이라면 격려는 존재에 대한 인정 즉, 실패한 것까지 포함한 개념이다. 칭찬보다 한 단계 더 나간 것이 격려다. 지금까지 우리는 칭찬에만 익숙한 시대를 살았다. 행위의 결과만을 가지고 잘잘못을 평가했고 원하는 결과를 내놓지 못하면 칭찬받을 일이 없었다. 한편으로 칭찬이 넘쳐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결과에 대한 부담이 생겨 칭찬을 받을수록 오히려 힘들어하는 경향을 보인다. 학생 개개인의 내면에 감춰진 욕구를 파악에 그에 맞는 적절한 격려를 하는 것이 수만 마디 칭찬보다 더 효과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