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의 소도시에 있는 사범대학에 내가 입학한 것은 1984년이다. 84학번으로 불리는 우리들은 학교 가장 높은 곳에 자리 잡은 교육관 강의실에서 바다 풍경을 더 많이 보았다. 영리한 눈빛의 여학생들과 순수한 남학생들이 동기라는 이름으로 함께 공부하고 학과행사를 준비하였고 기차를 타고 야유회도 갔었다.
삼십 년을 더 지나서 옛 벗들을 바다를 바라보던 그 도시에서 다시 만났다. 스무 살의 머루빛 눈동자의 소년은 중년의 시인이 되어 있었고 유머 넘치는 동기는 중후한 공업도시의 교사로 무게감이 느껴졌다. 웃음이 사랑스럽던 그 아이는 여학교에서 문학을 가르친다며 마알간 그 시절 미소를 보였다.
벗들을 만나고 돌아와서 풋풋하고 서툰 그 시절의 나를 생각하였다. 왜 그렇게도 고민이 많았는지 지금 생각하면 우습지만 그래도 내 삶에 위안이 있었다면 벗들과 나눈 대화들이다. 나와 같은 영혼을 가진 벗은 나를 보며 젊은 날의 나를 질책한다. “그 때 너는 왜 그렇게 사람을 보는 눈이 없었니?” 현재의 내가 답한다. 그런 어리석음이 우리의 젊은 날을 더 보석처럼 아름답고 소중하게 만들었다고. ^^
책 『샬롯의 거미줄』은 내가 근무하는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비경쟁독서토론회 대상 도서이다. 지도 교사로 책 한 권을 받았다. 감성 풍부하고 돼지 윌버와 사색적이고도 영리한 회색 거미 샬롯의 우정을 다룬 이야기는 읽는 동안 내 마음을 간질간질하고 기분이 좋아지게 만들었다.
“친구를 원하니, 윌버? 내가 네 친구가 되어 줄게. 하루 종일 너를 지켜봤는데 네가 마음에 들었어.”
월버가 벌떡 일어나서 말했다.
“그런데 난 네가 보이지 않아. 어디 있는 거야? 그리고 넌 누구야?”
그 목소리가 말했다.
“난 여기, 바로 위에 있어. 잠을 자 둬. 아침에는 나를 보게 될 거야.”
친구는 내 영혼이 불러온 반쪽이라고 생각한다. 나와 같은 영혼을 가진 벗은 나이와 성별에 관계없이 대화가 통한다. 오래 만나도 좋지만 금방 보아도 오래 만난 것처럼 깊이 이해하고, 멀리 있어도 늘 가까이 있듯 생각되는 사람이 친구가 아닐까? 크리스마스 요리가 될 예정이었던 돼지와 회색 거미는 친구가 되었고 서로가 서로를 구하는 이야기가 동화가 아닐 것이라 믿는다.
『샬롯의 거미줄』, 엘윈브룩스 화이트 글, 가스 윌리엄즈 그림, 김화곤 옮김, 2019(개정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