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교육잡지 제작해 무료배포
공유와 소통의 중요성 깨달아
구독 교사들 응원글에 힘 얻어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대학 동기, 옆 반 선생님, 술 친구…. “우리 평범한 사람들끼리 한 번 뭉쳐볼까?” 시작은 가벼웠지만 시너지는 컸다. 이제 이들은 서로에게 형‧동생 관계를 넘어 교직을 살아가는 데 없어선 안 될 동반자이자 가족 같은 존재가 됐다. 2017년부터 경북지역 인성교육연구회 ‘연리지’를 운영하고 있는 양만주(도개초), 조영진‧조재서(선주초), 조은호‧윤주현(형곡초), 권기환(원남초) 선생님들의 이야기다.
이들은 현재 매월 교원들이 학교 현장에서 쉽게 적용해 볼 수 있는 인성교육 콘텐츠를 개발해 ‘월간 연리지’를 발행하고 있다. 매달 돌아가면서 주제를 정해오면 함께 아이디어를 덧대고 완성도를 높여 관내 교사들에게 배포하는 것. 업무포털 내부메일을 이용해 발송하기 때문에 비용은 무료다.
“나이대가 비슷한 여섯 명의 남자 교사들이 모이다 보니 통하는 것이 많고 모임 자체가 부담스럽지 않았어요. 일의 연장이라기보다는 자주 모여 술도 마시고 분기별로 워크숍도 가는 등 놀면서 고민을 나누고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소통의 자리로 생각하기 시작하니까 연구하고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늘어나더라고요. 특히 선생님들이 어려워하는 인성교육에서 우리가 만든 좋은 콘텐츠를 공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월간연리지를 발행하게 됐습니다.”(양만주 교사)
연리지에 실리는 콘텐츠들은 주로 사회적으로 화제가 됐던 캠페인이나 트렌드를 초등 현장에 맞게 보완해 적용한 형태다. 교사들은 대표작으로 ‘사랑의 다리’와 ‘따뜻한 고백’, ‘마시멜로 챌린지’ 등을 꼽았다. ‘사랑의 다리’는 자살대교라는 오명을 갖고 있던 마포대교에 희망의 글귀를 넣은 ‘생명의 다리 프로젝트’에 착안했다. ‘너와 함께 있어 행복해’, ‘네가 자랑스러워’와 같이 평소 친구나 선생님, 부모님에게 듣고 싶었던 격려의 말을 적고 공감한 뒤 교실 창틀에 둘러 붙여 사랑의 다리를 완성하는 활동이다.
‘따뜻한 고백’은 대학생들이 청소부 아주머니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은 포스트잇을 화장실에 붙여 화제가 됐던 사례를 초등 현장으로 가져왔다. 학생들이 직접 기획하고 전교생이 참여해 청소 아주머니들에 대한 감사의 글을 작성하고 화장실에 포스트잇을 설치한 것. 조은호 교사는 “감동 받은 아주머니가 답장을 적어 화장실에 붙여 주셨고 그 일을 계기로 학생들이 배움터지킴이나 급식실 조리원, 교통안전 도우미 분들 등으로 대상을 넓혀 좀 더 적극적으로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첫 호인 2017년 3월호에 소개된 ‘마시멜로 챌린지’는 4인 1조로 스파게티면과 마시멜로를 활용해 18분 안에 최대한 높은 탑을 쌓는 활동이다. 실패와 재시도를 거듭하는 과정에서 소통과 협동의 중요성과 의미를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다.
연구 활동은 실제 아이들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양 교사는 “아이들과 건강한 관계를 형성하지 못했을 때는 다투고 시기하는 모습이 많이 보였는데 인성교육을 실천하고부터 아이들 표정이 밝아진 것도 보이고 졸업 무렵에는 ‘나눔과 배려를 모르고 중학교에 갔으면 큰일 날 뻔했다’며 감사 인사를 전하는 학생들을 보고 뿌듯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월간연리지의 또 다른 매력은 매호 위트 있게 꾸민 표지다. ‘더킹’, ‘러브액츄얼리’와 같은 유명한 영화 포스터 패러디부터 지난 대선 때는 각 후보별 특징을 살린 선거포스터를 패러디하는 등 이슈와 재미를 모두 잡았다. 양 교사는 “메일로 보내기 때문에 안 보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 표지가 재미있으면 한번이라도 더 열어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공을 많이 들이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무료 봉사라고 해도 매월 잡지를 발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터. 그런 이들에게 힘이 되는 것은 월간연리지를 받아 보고 실제 활용해본 선생님들로부터 날아오는 감사의 답글들이다. 양 교사는 “모임 때마다 수십 건의 응원 메시지를 나눠 보면서 힘을 얻는다”면서 “잡지파일 외에도 학습지나 파워포인트를 함께 첨부해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보내는 것이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연구회 활동은 실제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교육부가 선정한 인성교육 실천 우수사례로 선정돼 교육부장관상을 받은 것은 물론 6월에는 학생참여형 인성교육 연수에 강사로 나서 다양한 수업사례 및 노하우를 공유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인성교육 보드게임도 개발을 마쳐 출시를 앞두고 있다.
조재서 교사는 “연리지를 발행하면서 공유와 소통의 중요성을 깨닫고 더 많은 활동으로 확장할 용기를 얻었다”면서 “여기서 정체되지 않고 앱 개발이나 책 출간 등 다양한 교사주도형 교육콘텐츠를 개발해 마음껏 시도해 볼 수 있는 교육현장의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