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권 3법’ 개정이 마무리됐다. 한국교총은 교권침해 요소가 있는 아동복지법, 교원지위법, 학교폭력예방법을 개정하기 위해 지난 3년간 조직의 온 힘을 쏟아부었다. 무너져가는 교단을 일으켜야 우리나라 교육이 되살아난다는 일념에서 비롯된 절박함이었다. 그 뒤에는 교총의 행보에 한결같은 마음으로 지지를 보낸 18만 회원들이 있었다. 본지는 새 학기를 맞아 우리나라 교육의 미래를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교총과 함께하는 교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교원 개개인의 힘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조직과 단체의 힘을 통해 실현할 수 있습니다. 교원의 사회적·경제적 지위 향상과 교권보호, 교원의 전문성 향상 등도 실현 가능합니다.’
부산교총 회원가입서에 쓰인 문구다. 교원단체가 왜 필요한지, 교원단체에 가입해야 하는 이유를 교원들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한다. 교총이 하는 일과 그동안 어떤 일을 해왔는지도 소개한다. 회원 가입에 필요한 내용만 나열한 기존 양식과는 달랐다.
회원가입서에 친절한 설명을 곁들인 건 정인희 부산 장산중 교사(부산교총 부회장)의 아이디어다. 내용도 직접 정리했다. 정 교사는 “회원 가입 전에 교총이 어떤 활동을 하는지, 회원이 되면 누릴 수 있는 혜택이 무엇인지를 한 번 더 알리고 싶었다”고 귀띔했다.
정 교사는 신규 교사 시절, 교장 선생님의 권유로 교총에 가입했다. 교총이 어떤 곳인지 잘 알지는 못했지만, 교사라면 무조건 가입해야 하는 줄 알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중견 교사가 됐고, 교육 현장이 무너지는 모습을 목격했다. 후배들을 위해서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동료가 학생, 학부모에게 무차별적으로 당하는 모습을 봤어요. 교사로서 학생을 지도했을 뿐인데… 분개했지요. 평생 교육에 몸담은 교사로서 회의감도 밀려왔어요. 한 번 왔다 가는 인생, 우리나라 교육에 도움이 되고 싶었습니다. (웃음)”
그렇게 정 교사는 부산교총 회장단 선거에 뛰어들었고 지난해 부산교총 부회장으로 당선됐다. 선거 과정을 거치고 활동하면서 교원단체에 대해 모르는 교사가 많다는 걸 알게 됐다. 자신의 신규 시절이 떠올랐다. 어떻게 하면 교원단체의 역할과 교총에 대해 알릴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는 “교사로서 교원단체 가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했다.
“교권침해 사건부터 학교 현장의 고충 등 교원들이 맞닥뜨린 문제를 혼자 해결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교육 당국에 교사들의 의견을 전달하기조차 쉽지 않지요. 하지만 개개인이 모여 단체를 이루고, 뜻을 모으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교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교권을 지키는 일도 ‘함께’라야 가능해져요.”
정 교사는 최근 사서교사들의 고충을 접하고 학교 독서교육 활성화를 위해 사서교사 배치율을 높여야 한다는 뜻을 지역 교육청에 전달했다. 학교도서관법 시행령이 개정돼 학교도서관 전담 인력을 학교마다 1명 이상 배치해야 하지만, 사서교사가 아닌 교육공무직 사서를 배치해 논란이 되고 있다.
그는 “교육청으로부터 사서교사가 배치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 모습을 지켜본 교원 30여 명은 교총에 가입해 힘을 보태겠다는 뜻을 밝혔다.
“교직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동료, 지인들을 도울 때 ‘교총 회원 되길 잘했다’ 생각해요. 교총을 통해 직접적으로 도울 방법을 알게 된 덕분이죠. 혼자가 아닌 우리라는 것, 교원들의 뒤에는 든든한 교총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학교생활에 두려움이 없어질 거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