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백 년 앞을 내다보고 계획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루아침에 뒤바뀌거나 섣불리 결정해선 안 되는 영역이라는 의미다. 학생과 학부모, 교원 등 교육 구성원 전체의 미래가 달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학교 현장의 상황과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 추진되기 일쑤다.
이승학 경기 호곡중 전문상담교사는 올해 초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학생 상담 정보 중앙집적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학생들의 상담 기록을 전산화해 중앙 서버에 축적한다는 내용이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으로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학생 지도에 필요한 자료를 관리하는 것처럼 상담 기록도 같은 방법으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이 교사는 “상담 기록을 중앙 서버에 저장한다는 건 공공기록물이 된다는 이야기”라며 “공공기록물은 개인이 마음대로 지울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상담이 필요한 학생은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성적, 교우관계부터 가정환경까지, 민감한 내용을 툭 터놓고 이야기해야 하지요. 그런데 상담 정보가 기록돼 보전된다고 하면 어떤 학생이 상담받으러 올 수 있을까요? 상담에 대한 진입 장벽이 높아져 도움이 절실한 위기 학생을 돕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문제를 인식한 이 교사는 전문상담교사들의 우려를 지역교육청과 교육부에 전하고 싶었다. 해당 정책이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는지도 궁금했다. 하지만 법률 자문할 곳도 마땅치 않았고, 어떤 방법으로 학교 현장의 의견을 전달해야 할지도 막막했다. 그러다 한국교총 회원이 되면 고민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접했다.
그는 “교총 회원으로 가입한 후 무료 법률 자문을 받았다”며 “자문 내용을 바탕으로 의견서를 작성하고 교육청에 전달할 방법까지 조언받았다”고 전했다.
법률 상담 결과, 학생 상담 정보 중앙집적화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동시에 개인정보보호법과 인권 침해의 요소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교직 5년 차인 이 교사는 “왜 교원단체에 가입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지를 깨달았다”면서 “젊은 교사들이 자신이 원하는 한 곳이라도 반드시 가입해 교직 환경을 개선하는 데 힘을 보태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력이 적은 교사들은 교원단체 가입의 필요성을 체감하기 어려워요. 교원들의 권익을 위해 존재한다는 건 알고 있어도 자신이 어려운 상황에 놓이기 전까지는 모르는 거죠. 교섭권을 가진 교원단체가 교사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이번 기회에 알게 됐어요. 그 모습을 지켜본 동료들도 주저 없이 교총에 가입했고요.”
그는 전문상담교사의 처우 개선과 권익 보호를 위해 노력할 생각이다. 아직 모든 학교에 전문상담교사가 배치되지는 않았지만, 전문상담교사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만큼 후배들이 현장에서 불합리한 대우를 당하지 않게 기반을 다지겠다는 의미다. 이 교사는 “선배 교사들의 조언과 응원, 교총의 지원이 힘이 된다”고 했다.
“의견서를 내고 교사들이 목소리를 내는 건 결국 학생들이 마음 편하게 상담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예요. 어려움에 부닥친 학생들을 돕기 위해선 상담이 꼭 필요해요. 상담이 학교 현장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교총도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