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가을의 끝자락인가? 단풍도 절정기를 지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단풍 나들이를 못 가본 사람은 구태어 먼 곳 가지 갈 필요가 없다. 가까이 있는 단풍 명소를 찾으면 즐기면 된다. 수원의 단풍명소는 수원화성 성곽길, 광교저수지 수변산책로, 칠보산, 만석공원 등이다. 또 가까이 있는 동네 공원을 찾아가보면 울긋불긋 단풍 정취를 감상할 수 있다.
단풍을 한 차례 본 것으로는 만족을 못하는가 보다. 아내는 교직 동료들과 속리산 단풍을 다녀왔다. 부부산행으로 보령 오서산(烏棲山) 억새밭을 보았다. 얼마 전에는 가족 나들이로 청계산 이수봉을 다녀왔다. 청계사 입구에 다다르니 공기부터 다르다. 노랗고 붉은 단풍이 마음을 들뜨게 한다. 단풍을 찾는 사람들을 보니 대개 친구나 가족단위다. 건강 챙기고 우애도 증진하고 추억 남기기 산행에 좋은 계절이다.
지난 일요일엔 북한산 대신 광교저수지 수변산책로를 택했다. 오가는 왕복시간 등을 따져보면 가까이 있는 단풍 명소가 가성비가 높기 때문이다. 우리는 일부러 시내버스를 타고 간다. 대중교통의 좋은 점은 지구 살리기에 일조를 하고 차창 밖 풍경을 감상할 수 있어 좋다. 오고 가면서 수원시내 변화 모습을 보는 것이 흥미롭다. 자가용을 운전하면 주위를 살펴 볼 수 없다.
경기대 입구 버스 종점에서 내려 광교공원을 통과한다. 여기엔 왕참나무가 줄서서 우리를 맞이한다. 수 십 년 된 플라타너스가 제방 둑 아래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방류구 쪽 계단을 향해 제방으로 오른다. 갑자기 물소리가 들린다. 무슨 소리일까? 저수지 녹조를 예방하기 위해 살수를 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안타깝게도 저수지 수면이 녹색이다.
다시 계단을 내려와 광교산 수변산책로에 접어든다. 오른쪽으로는 저수지를 바라보고 왼쪽으로는 광교산을 바라보는 것이다. 우리가 가는 방향은 광교쉼터다. 산책객들의 대화소리가 들려온다. 어떤 사람은 금강산 단풍과 비교하기도 하고 설악산 단풍 이야기를 꺼낸다. 동탄에서 온 가족 다섯 분을 만났는데 여기에 온 이유는 주위 사람들 추천을 받았다고 한다. 그 만치 이 곳이 단풍 명소를 알려진 것이다.
이 수변산책로의 좋은 점은 오르내리는 굴곡은 있지만 힘이 들지 않아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산책로가 완전히 그늘이다. 등산모자와 선글라스가 필요 없다. 물위에 비친 단풍과 함께 햇빛에 비친 단풍을 역광으로 볼 수 있다. 산책길 통로도 맞은 편에서 오는 사람과 부딪치지 않고 교행할 수 있다. 또 곳곳에 벤치가 있어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우리 부부의 목표는 단풍을 감상하고 그것을 카메라에 담는 일이다. 카메라 화면에 비친 풍광을 보면 여기가 설악산인지 북한산인지 모를 정도다. 단풍으로 알려진 유명산의 단풍 못지않다는 말이다. 주위를 자세히 관찰하면 뜻밖의 수확도 있다. 오늘은 소나무 위에서 쉬고 있는 가마우지를 촬영했다. 광교쉼터에서는 어로(漁路)를 오르내리는 잉어를 목격했다. 단풍 이외에 얻은 소득이다.
간식으로 준비한 단감과 사과를 먹는 맛도 산행의 즐거움을 배가 시킨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한다. 입이 즐겁고 배가 불러야 단풍이 눈에 들어온다. 정자 쉼터에서는 가족과 친구 단위로 점심을 먹는 모습이 정겹다. 광교쉼터에서는 귀에 익은 음악소리도 들린다. ‘나 어떡해’ ‘가을사랑’ ‘옛 시인의 노래’다. 산책객에게 주는 음악동호회원들의 음악선물이다.
이 곳 단풍의 특징은 붉은색과 노란색, 갈색, 초록색이 조화를 이룬다는 것이다. 당단풍나무는 잎이 붉은색이도 생강나무 잎은 노랗다. 떡갈나무잎은 갈색이다. 소나무는 녹색의 푸르름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산책객들은 포토존은 정열적인 당단풍나무가 배경이다. 사진을 촬영하다보면 놓치기 아까운 풍광이 많아 100여 장 정도 찍는다. 기사에 나오는 사진은 심사숙고하여 선별된 것이다.
올해 우리 부부 단풍나들이 이것으로 만족해야 할까? 아니다. 가까이 있는 칠보산에 자연이 갈색 물감 풀어 놓은 것을 보러가야 한다. 우리 부부의 이상한 습벽 하나. 해마다 보던 단풍을 보아야 마음이 안정된다는 것. 그래야 평상 시 하던 일이 손에 잡힌다. 단풍 나들이 일상이 되고 과제가 되었다. 자연에서 즐거움 찾기, 꽤 괜찮은 취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