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초·중등 학생들을 위한 온라인 학교 ‘학교가자닷컴’은 교사들의 저력을 보여줬다. 코로나19로 인한 개학 연기에 이어 사상 첫 온라인 개학 상황에서도 동요하지 않고 묵묵히 가르치는 일에 몰두했다. 에듀테크 활용 교육을 연구하는 교사 모임을 주축으로 한 전국 교사들은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과 경험을 아낌없이 나눴다. 이제창 영남공고 교사도 그중 한 명이다.
그는 “현재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는 사소한 제안에서 시작했다”면서 “대단하다고 추켜 세워주시니 사명감이 더욱 커졌다”고 말을 아꼈다.
이 교사는 에듀테크가 도입되기 시작한 2014년부터 온라인 학습과 오프라인 학습을 결합해 수업에 적용했다. 이를 ‘블렌디드 러닝’이라고 한다. 자기주도적학습 시스템을 통해 학습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이다. 거꾸로 교실(플립 러닝)을 위한 영상을 직접 만들고, 수업 후 온라인으로 평가하는 시스템을 적용했다.
2016년 이후로는 구글 클래스룸으로 대표되는 클라우드 기반 도구를 활용했다. 클라우드는 인터넷과 연결된 중앙 서버에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를 저장해두고, 인터넷에 접속하기만 하면 언제 어디서든 저장된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말한다. 그는 “클라우드 기반 도구를 활용하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 없이 수업에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클라우드 기반 도구를 사용하기 이전에는 단계별 학습이었어요. 학생 스스로 학습 영상을 보고 수업하고, 평가하는 과정이 단계별로 이뤄졌지요. 사용 후에는 그 경계가 없어졌어요. ‘개별화’가 가능해진 셈이죠. 온라인 평가를 통해서 학생마다 잘하는 부분과 부족한 부분을 파악할 수는 있었지만, 학습 과정을 들여다보긴 어려웠어요. 하지만 클라우드 기반 도구를 활용하면서 활동 과정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됐습니다. 바로바로 피드백이 가능해진 거죠.”
글쓰기 수업을 예로 들었다. 과거에는 글쓰기 결과를 두고 평가했다면 글쓰기 활동 중간중간에 댓글, 제안하기 기능을 사용해 ‘이렇게 해보는 건 어떨까?’ 제안할 수 있다. 글을 고쳐 쓰고 완성해나가는 과정을 살필 수 있어 학생들의 역량을 최대로 끌어낼 수 있다는 게 이 교사의 설명이다. 에듀테크를 국어 교과에 적용해 가르치면서 완성한 결과물을 모아 책(선생님이 뭔데요?, 우리는 학생 기자다)으로 엮기도 했다.
그는 “구글 클래스룸과 같은 플랫폼에 대한 진입 장벽이 높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나이스(NEIS)보다는 쉽다는 게 핵심”이라며 “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과정”이라고 했다.
“AI가 교육에 도입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봅니다. 지식 전달 측면에서는 AI가 선생님보다 낫다고 생각해요. 학생의 능력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학생마다 다른 이해 방식을 반영해 가르칠 수 있죠. 선생님들은 프로젝트 수업, 토론 수업 등 학습자 중심 수업을 진행해야 합니다. 지식을 토대로 한 활용 수업은 AI가 할 수 없기 때문이죠.”
정책적인 뒷받침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수업이 활성화되지 않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달라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학교의 스마트기기 확충, 스마트교실 구축 등 모든 학교에서 디지털 기반 수업을 할 수 있게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현행 교육과정에 우리가 앞으로 추구해야 할 미래교육의 목표와 방법이 제시돼 있다”고 말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역량을 강조한다. 단순히 지식을 쌓는 데 그치지 않고 습득한 지식을 활용할 줄 아는 능력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춘다. 특히 자기관리·지식정보처리·창의적 사고·심미적 감성·의사소통·공동체 역량을 강조한다.
“현재 입시제도는 역량 중심 교수학습이나 평가와는 방향이 맞지 않아요. 수능을 치러 서열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겠지만, 교육과정이 지향하는 바가 입시제도에 구현되도록 개선해야 합니다.”
학생부종합전형의 경우에는 에듀테크를 활용하면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과목별 세부 특기 사항 내용이 중요한 만큼 교육활동 과정을 세세히 살피고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교사는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때”라며 “AI가 대신할 수 없는 지식 활용 수업을 위해 에듀테크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했다.
“온라인 개학 초기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어요. 어느 순간, ‘아, 이렇게 하는 거구나’ 깨달으면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됐어요. 우리나라는 위기일수록 역량을 발휘한다고들 합니다. 교육계라고 해서 다르지 않아요. 세계적으로 우리만큼 온라인 수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는 곳은 드물다고 해요. 선생님들께 존경한다는 말씀, 꼭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