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략)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민준이가 친구가 생기면서 욕을 안 하게 되어 너무 기쁩니다. 지금 이 마음이 전학 가서도 쭉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민준이는 ‘욕’이라는 무기를 버렸다. 더 이상 필요 없기 때문이다. 사랑으로 채워준 마음에서 아름다운 언어가 태어난 것처럼 민준이도 그렇게 다시 태어났다. 오늘따라 수줍게 웃던 하얀 얼굴 민준이가 문득 생각난다. <수기 ‘욕! 강해 보이고 싶은 무기, 이제는 내려놓으세요’ 중에서>
‘2020 학생 언어문화개선 공모전’에서 권진경 경기 시흥장현초 교사가 수기 부문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권 교사는 수기 작품 ‘욕! 강해 보이고 싶은 무기, 이제는 내려놓으세요’를 통해 학생의 언어습관 개선을 위해 노력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 한국교총이 공동 주최한 이번 공모전은 수기·포스터·영상광고 부문으로 나눠 진행됐다. 올해는 총 18팀이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수기 부문 대상을 받은 권진경 교사는 욕을 입에 달고 사는 5학년 민준이와의 일화를 글로 풀어냈다. 민준이는 가정에서 품은 불만을 욕으로 표출했다. 그 모습에 거부감을 느낀 친구들은 민준이를 따돌렸고, 친구들에게 강하게 보이고 싶었던 민준이는 더 심한 욕설로 응수했다.
권 교사는 이런 민준이를 위해 동화책 읽기, 친구들과 떡볶이 파티하기 등 또래 관계회복에 집중했다. 한글날을 기념해 진행했던 포스터 그리기 활동을 통해 민준이의 작품을 접하고 권 교사는 ‘유레카’를 외친다. 작품 속 표어는 ‘욕, 강해 보이고 싶은 무기, 이제는 내려놓으세요’. 민준이의 속마음이 담긴 이 문구는 수기 작품의 제목이 됐다. 수기 심사위원들은 “학생 지도 과정을 진솔하게 담아내면서도 문학성이 뛰어나다”라고 평가했다.
포스터 부문 대상은 세명컴퓨터고 최하영 학생에게 돌아갔다. 작품 ‘말도 거르세요!’는 체망에 비속어와 욕설이 걸러지고 ‘사랑해’, ‘도와줄까?’, ‘수고했어’라는 말만 통과하는 모습을 시각화했다. 최하영 학생은 “말로 인해 서로 쉽게 상처 주고 상처받는다. 말하기 전에 딱 한 번만 더 생각한다면 그 횟수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불순물을 걸러주는 체망처럼, 말을 하기 전에 딱 한 번의 생각으로 말의 불순물을 걸러내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메시지 전달력이 강하고, 학교급에 상관없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데 높은 점수를 받았다.
영상광고 부문 대상은 전영표 서울숭신초 교사 팀이 받았다. 이들의 작품은 면접 상황에서 시작된다. 면접관은 한글 초성을 보고 떠오르는 말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ㅂㅅ’, ‘ㅈㄹ’, ‘ㅅㅂ’이 연이어 제시되지만, 답변할 기회를 놓친 면접응시자는 결국 평소 자신의 언어습관을 드러낸다. “여러분의 언어생활은 어떠신가요?” 아이들이 묻는다. 올바른 언어습관의 중요성을 짧지만, 강렬하게 전한다.
한편, 학생 언어문화개선 사업은 학생 주도적인 활동을 통해 건전하고 올바른 언어 사용 습관과 가치관을 형성하고 언어폭력, 학교폭력을 예방해 모두가 행복한 학교 문화를 만들기 위한 캠페인이다. 공모전은 학생 언어문화개선 사업의 하나로 진행된다. 대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100만 원과 교육부장관상이 주어진다. 포스터 대상 작품은 학생 언어문화개선 교육 주간 포스터로 활용하고, 전국 학교에 배포된다. 또 영상광고 대상작은 수도권과 광역시 지하철 영상광고로 송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