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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칼럼] 급식실에 들려오는 말 한마디의 위대한 힘

코로나19는 일상의 많은 부분에 변화를 가져왔고, 학교급식도 예외가 아니었다. 코로나 상황에 따라 급작스럽게 등교와 개학 지침이 계속 변경됨에 따라 1학기 온라인 개학 시에는 식수  감소에 따라 소량 납품이 가능한 업체를 찾아 허덕여야 했고, 어렵게 구한 업체는 발주량 변경에 따른 취소가 불가능해 통사정을 해야 하는 일의 반복으로 식재료가 학교에 들어오는 과정만도 파란만장했다. 

 

위생·안전 지키느라 부담 커

 

2학기 등교 개학시에는 전체 학생의 2/3 수준에서 다시 1/3 수준으로 바뀌면서 식단 작성 및 1일 30여 품목에 달하는 급식품 발주가 상시 변경됐다. 또 급식실은 학교에서 밀집도가 가장 높고, 마스크를 벗는 유일한 공간이다 보니 감염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돼 있어 심리적 부담이 크다. 철저한 방역은 물론 3배 이상 늘어난 배식, 조리 및 배식 전 과정에서의 기기·기구‧식당시설 등의 수 없는 소독과정 속에서도 우리 아이들을 위한 급식 위생‧안전을 지켜내야 했고, 아이들의 면역력을 높이기 위한 식사내용까지 꼼꼼하게 챙겨야 했다.
 

긴긴 장마와 작열하는 태양 아래 묵묵히 걸어왔다. 우리는 잃고 나서야 비로소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아이들이 마스크를 쓴 채 까르르 웃으며 달려온다. 코로나도 아이들의 본성은 이기지 못함이다. “선생님! 보고 싶었어요. 학교급식도 너무 먹고 싶었어요. 샘이 온라인 개학 기간에 만들어서 보내준 동영상 ‘영양샘이 알려주는 급식메뉴 따라잡기’를 보고 집에서 생딸기 우유와 식빵 달걀빵을 만들어 먹었어요” 아이들이 웃었고, 나도 덩달아 함께 웃었다.  
 

코로나 상황 하에 장기화된 원격수업으로 수업준비를 위해 연일 교내 방송 연수가 진행된다. ‘아! 코로나 일상으로 교육공동체 모두가 힘겹구나!’ 나를 비롯한 동료 교사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음을 실감한다. 

 

‘맛있어요’ 엄지 척에 위로받아

 

식사를 마치고 나가는 학생이 “샘! 오늘 주꾸미 덮밥 짱 맛있어요!”라며 양손 엄지 척을 한다. 많은 업무 증가로 피로도가 쌓인 상황에서 학생의 이 감사의 말 한마디는 그동안의 피로를 싹 잊게 함과 동시에 위로로 다가온다. 
 

코로나에 이어 이번엔 태풍이다. 제10호 태풍 ‘하이선’(Haishen)을 뚫고 필자를 비롯한 급식실 직원들이 출근했다. 위생적이고 안전한 급식을 위한 준비로 청소와 소독 업무에 한창이었다. 지나가던 부장 선생님이 “우리 영양샘, 요즘 진짜 죽을 맛이지요? 진짜 고생합니데이. 오늘은 관리자와 부장 교사들만 출근하는데 와 나왔는교? 우리 모두 다 고생입니데이.”하며 인사를 건네신다.
 

그래! 코로나 일상에 나를 깨우고 버틸 수 있도록 해준 것은 결국 우리 아이들, 동료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의 힘이었다. 톨스토이(Lev Nikolaevich Tolstoy, 1829~1910)는 사람은 사랑으로 살아가는 존재라고 했던가. 보이지 않는 가치를 알아주는 안목에 감사하면서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사회적 존재로 빛날 수 있도록 공감(共感) 능력을 더 발달시켜야겠다. 서로에게 진정한 따뜻한 말 한마디씩 건네면서 코로나 일상을 함께 이겨봄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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