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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무자격 교장공모, 썩은 내 진동한다

지난 10여 년간 교사에서 교장으로 ‘2단계 점프 승진’하는 무자격 교장공모제의 누적된 폐해가 여실히 드러났다.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2010년부터 올해까지 무자격 교장공모제를 통해 임용된 교장 238명 중 154명(64.7%)이 특정노조 출신인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는 전체 66명 중 44명이 노조 출신으로, 무려 10명 중 7명이 해당된다. 교육감 후보자 시절 선거캠프 인사 등 친노조 성향까지 범위를 확장하면 80% 이상이라는 게 교육계의 공통된 견해다. 이들은 또 공모 교장의 임기를 마친 후에도 법령에 따라 원직인 교사로 복귀하지 않고, 장학관 등 교육전문직으로 전직해 교육행정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가히 고려·조선 시대 ‘음서제’의 현대판 데자뷰라 할만하다. 
 

지난해 소위 ‘조국 사태’ 이후 ‘아빠 찬스’, ‘엄마 찬스’ 등 사회의 불공정을 빗댄 비유와 더불어 최근 공공의대 사태에서 보듯 우리 사회의 최대 화두는 ‘공정’의 문제로 귀결되고 있다. 젊은 세대를 포함한 대다수는 열심히 노력한 만큼의 기회와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 현실에 분노하고 있다. 
 

이 한 바탕 불어닥친 사회적 회오리도 무자격 교장공모제 앞에선 그저 찻잔 속 콧바람일 뿐이다. 교육계 내부의 문제로 사회적 관심과 공분을 사지 못했을 뿐, 그동안 이루 말할 수 없는 반칙 인사, 아니 인사 전횡은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10년이란 시간이 흐르며 비판여론에 내성마저 생겨 내사람 심기에 더 혈안이 돼 있다. 매번 지역사회에선 이번 공모에 누가 교장이 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실제 그렇게 되는 일이 다반사다. 특정노조 출신이나 교육감 측근 인사의 임용은 거의 100%에 가깝다. 학부모 등이 절차와 심사 과정 문제 제기를 통해 사회적으로 이슈화된 몇몇 지원자만 제외됐을 뿐이다.
 

돌이켜 보면, 이들은 현 승진체계를 ‘점수 따기 경쟁’이라 폄훼하며 공모를 통해 유능한 사람을 임용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결국은 ‘내 사람 교장 앉히기’로 악용해 왔다. 공모학교 지정부터 심사위원 선발 등 일련의 과정을 짬짜미로 지원자의 피아(彼我)를 식별한다. 이에 호응하듯 지원자는 자기소개서에 노조 간부 출신이라는 점을 마치 ‘표식’처럼 적어 놓는다. 특정노조 경력이 없이는 공모교장이 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교사에서 바로 교장으로 승진하는 무자격 교장공모제는 공직사회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제도다. 특히나, 근무평정과 연구실적 점수 등 오랜 기간 객관화된 지표 중심으로 선발하는 현 제도에서는 도저히 승진할 수 없는 특정노조 사람을 학교장으로 뽑아 온 데 심각성이 있다. 실상이 이러한데, 교직 일평생을 학교에서 궂은일 맡아가며 혼신을 다하고 있는 대다수 교사의 사기는 어떠하겠는가. 겉으론 정의와 공정을 외치지만 속내는 위법을 넘나들며 승진에 혈안이 돼 있는 이들을 보며 모두가 공분하고 있다. 
 

그럼에도, 교육부와 교육감은 눈 가리고 아웅 한다. 되레 한술 더 뜨고 있다. 이것도 모자란 지 경기도는 아예 ‘교장아카데미’라는 이름으로 무자격 승진 양성코스를 통해 임용하고 있다. 이제는 교육경력 6년 이상인 자를 대상으로 교감을 공모하고, 교사도 교육감 자신들이 직접 뽑겠다고 한다. 교사와 교감, 교장 그리고 교욱전문직원 등 모든 인사의 선발 잣대가 이념 스펙트럼이 되고 있다. 초임교사 선발부터 교장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 ‘교육감 찬스’가 필요하게 됐다.

 

그 찬스를 활용하는 방법은 예비교사는 교육감의 정책과 이념에 맞는 논술과 면접을 준비하면 된다. 현직교사는 특정노조에서 간부로 활동하거나 교육감 선거에 불법적으로 암암리에 뛰어들면 된다. 교육계 악취의 온상이 되고 있다. 곪은 대로 곪은 종기를 도려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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