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우울과 불안감을 호소하는 교사들이 늘고 있다. 학교 가는 것이 두렵다는 교사, 학생과 학부모에게 시달리고 교직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우울감에 빠진 교사들의 호소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사실 교사의 우울은 일반 인구집단에 비해서 꽤 높다. 전체 교사의 28.0%가 유력우울증, 11.9%가 확실우울증으로 나타났다는 보고도 있다. 20대에서 50대 일반인은 7.6~10.1%가 확실우울증인 반면, 교사는 9~15.6%에 이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특히 20대 교사 우울증이 가장 높다(15.6%)는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교사 중에서 가장 우울한 집단도 시사적이다. 기간제교사, 고3․중2 담임교사들이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교사들의 우울감이 증가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대구시교육청이 지난 5월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교사들 대부분이 코로나19로 인해 불안과 우울에 시달린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들은 비일상적 수업에 따른 업무 스트레스를 많이 느꼈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충격 경험은 여교사가 남교사 보다 컸고, 직업만족도와 삶의 만족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교사들의 불안과 우울을 단순한 개인적 질환으로 치부하기보다 교권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학생과 학부모의 교권침해를 견디지 못해 우울증과 같은 질환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행정법원은 초등학교 교사가 학부모의 폭언 등에 시달리다 스트레스로 우울증에 걸렸다면 이는 공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선고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교육전문가들은 교사들이 학생․학부모․동료교사․사회로부터 다양한 압박을 받지만 고민을 쉽게 털어놓지 못한 채 고립되는 환경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교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정신적으로 소모가 많은 데다 행정 업무까지 겹치다 보니 자신을 살피기가 쉽지 않아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급증 추세를 보이고 있는 교사 우울감을 다룬다. 코로나19와 같은 대규모 질환이 발생했을 경우 교육과 방역을 동시에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교사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실제 사례를 통해 살펴본다. 또 교육현장에서 교사들에게 우울감을 안겨주는 요인들은 무엇인지 현장 교사의 생생한 증언을 들어보고 정신과 전문의와 함께 바람직한 극복 방안을 찾아본다. 아울러 우울감에 시달리는 교사들에 공무상 재해 인정 등 법적으로 보호 ․ 보상 받는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판례를 중심으로 탐색해 본다. |
대한민국의 꿈나무인 우리 아이들을 나만의 교육철학으로 바르게 꽃피워보겠다는 부푼 기대감을 안고 교사가 되었다. 지방교대에서 서울로 임용을 준비하면서도 교사가 된 나의 모습을 상상하며 힘든 시간을 버텨냈다. 임용시험 최종 합격을 확인한 그 순간, 이루 말할 수 없던 행복감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세상이 아름답게 보였고 모든 것에 감사했다. 나는 이제 교사가 되었고, 우리 아이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친절하고도 단호한 교사로서 교육신념을 펼칠 것이라 다짐했다.
아이들과 처음 만나는 날인 개학식 하루 전날, 설렘 반 걱정 반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뜬눈으로 밤을 새우다시피 하고 학교에 갔다. 3월 한 달이 1년을 결정한다는 선배교사들의 조언을 듣고 매일 다음 날 수업연구를 했다. 초과근무의 연속이었고, 심지어 주말에도 출근하여 교실정돈을 했다.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물론 힘든 일도 있지만, 여전히 세상은 아름답게 보였다.
어느덧 신규교사의 신분을 벗어나 8년 차 교사가 되었다. 어느 정도 학교에 적응도 했고, 나만의 교육 스킬과 노하우도 생겼다. 그런데 이상하다. 첫해에 느꼈던 아드레날린이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 교직에 안착해서 그런 걸까? 그럼 오히려 안정된 지금 더 행복해야 하는데 이상하게 성격이 예민하고 우울해졌다. 아이들을 지도하는 선생님인 내가 우울하다고?
교사는 전지전능한 어벤져스가 아니다
교사는 완벽한 존재가 아니다. 항상 카리스마를 지니고 어느 돌발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는 ‘포커페이스’가 아니다. 하지만 교사를 바라보는 외부 시선은 그렇지 않다. ‘교사가 그래도 되느냐, 교사는 이래야지’ 등 교사에게 전지전능한 어벤져스의 모습을 바라는 것 같다. 그러면서 관련된 이슈나 뉴스가 나오기라도 하면 모든 것을 교사 탓으로 돌리며 질책하는 사람들이 속출한다. 왜 교사를 보는 외부인들의 시선이 곱지 않을까?
아마도 교사를 ‘철밥통’으로 인식하기 때문인 것 같다. 공무원이고 안정적이라는 뜻에서다. 거기에 남들보다 이른 퇴근시간과 일반 회사원들에게는 없는 방학이 있기 때문인 걸까? 심지어 교사가 아닌 친구들과 친척·가족까지도 교사를 안정적이고 편한, 소위 ‘꿀 빠는 직업’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방학 때마다 월급 받으면서 해외여행이나 다니는 팔자 좋은 사람들이라고 말이다. 처음에는 열변을 토하며 논리적으로 설명을 해주었다. 그러다가 문득 “아니 왜 내가 열심히 노력해서 교사가 되었는데, 내 직업에 대해 남들한테 해명하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속상함과 허무감이 몰려왔다.
흔히들 요즘 세대를 ‘포노사피엔스’라고 부른다. 스마트폰을 보물처럼 여기는 요즘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교육하려고, 유행에 뒤처지지 않으려고 작년엔 유튜브도 시작했다. 유튜브 겸직허가를 받을 수 있게 되자 꽤 많은 능력자 선생님들이 비슷한 시기에 유튜브를 시작했다. 교사 브이로그부터 임용고시 조언 관련 영상, 수업실연 영상 등 다양한 교육콘텐츠가 생겼다. 그중 몇 분은 유튜브 알고리즘의 수혜를 받아 영상 한 개만으로 조회수가 폭발해 단숨에 스타 유튜버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생겼다. 교사 관련 기사에 악플을 달던 악플러들이 유튜브로 이동한 것이다. “교사가 왜 유튜브를 하느냐”부터 시작해서 온갖 부정적인 시선이 쏟아졌고, 하루에만 민원을 2건이나 받은 선생님도 있었다. 나 역시 이런 악플을 받은 경험이 여럿 있다.
수업실연 영상이었는데, “왜 교사가 풀메이크업 화장을 하느냐”는 것이었다. 또 주말에 취미로 운동하는 영상을 올렸더니, “교사가 주말에 수업연구를 안 하고 놀기만 한다”는 어처구니없는 내용의 댓글이 달렸다. 개인공간인 SNS에서 일상에 대한 간섭과 사생활 침해까지 받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교사를 ‘방학이 있는 철밥통’이라며 직장인 취급을 할 때는 언제고 이럴 땐 본인들이 생각하는 완벽한 교사의 프레임을 씌우며 끼워 맞춘다. 이럴 때마다 무력감과 우울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교사가 그래도 돼?”
코로나19로 교육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급작스러운 변화로 아이들과 만나지 못하게 되고 복작복작했던 교실이 텅 비었다. 아이들과 함께했던 시간이 그립다. 교사는 아이들과 함께할 때 행복감과 보람을 느낀다. 하지만 교직생활을 하면서 아이들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은 적도 많다. 때로는 천사 선생님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악마 선생님이 되기도 한다. 교사도 사람이다 보니 감정기복이 심해지기도 하고, 어떨 땐 ‘내가 감정의 쓰레기통인가?’하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아이들로 인해 상처받은 교사의 마음은 어떻게 누가 치유해 줄 수 있는 걸까?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아이들로 인한 상처는 아이들로 인해 치유되기도 한다. 이 부분은 내가 교사로서 이 직업을 하는 동안은 평생 안고 가야 하는 문제인 것 같다.
코로나19 이후 대면학습에서 비대면학습으로의 전환으로 온라인학습이 활성화되고 있다. 아이들과 학부모도 갑작스러운 변화에 적응하기 힘들겠지만, 교사도 마찬가지이다. 많은 교사가 직접 영상을 제작하고 편집하여 인터넷 강의를 만들고 있다. 나 역시 영어교과 학습자료를 제작해 개인 유튜브 채널에 주기적으로 업로드하고 있다. 수업자료를 준비하여 대본을 쓰고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하는 일련의 과정들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사실 평소 대면교육 때보다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내가 제작한 영상자료로 즐겁게 학습하고 영어가 재미있어졌다는 아이들의 댓글에 힘을 얻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모두가 처음 겪는 변화임에도 화살이 교사한테 날아오는 듯하다. 가정에서 온라인학습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책임을 교사한테 돌리는 경우이다. 가정에서 지도해야 할 부분과 학교에서 교사가 지도해야 할 부분은 다르다. 교사가 아이들에게 엄마처럼 잔소리할 수는 없지 않은가. 아이들이 학교에 안 오니 일도 안 하면서 월급을 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식의 비아냥거리는 소리도 들린다.
삶을 옭죄는 교사라는 올가미
현직교사로 몇 년째 이런 우울감이 지속되다 보니 ‘이 길이 나의 길이 아닌가?’ 하는 생각과 ‘지금이라도 다른 직업으로 바꿔야 하나? 하는 내적갈등이 끊임없이 들었다. 동료교사들 중에서도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교사는 소위 말하는 ‘안정적인 직업’으로서 일반 회사 직장인들처럼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하는 길이 쉽지 않다. 그렇다 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묵묵히 ‘버티며’ 사무적으로 출퇴근하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주변에서 우울감으로 인해 병휴직에 들어간 선생님도 여럿 보았다.
혹은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병원에 다니고 약을 복용하는 선생님도 더러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해 아침에 학교 갈 생각을 하면 가슴이 답답하고 눈 뜨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던 때도 있었고, 불면증으로 날 밤을 눈뜬 채 보낸 적도 많았다는 분도 있었다. 누군가는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아서 혼자 방구석에 박혀 지낸다고 했다. 가족들이 걱정스런 얼굴로 묻기도 하고 대화를 건네지만 정말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행복할 줄만 알았던 교직생활이 어느 순간 올가미가 되어 삶을 옭죄는 나날이 계속된다.
교사 우울감은 여러 요인에서 기인한다. 개인상황에 따른 문제도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우울감을 겪는 교사가 위와 비슷한 이유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사의 우울감과 무력감이 지속되다 보면 아이들에게 웃음 지어줄 여유도 사라진다. 교사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해진다. 교사를 단순히 ‘철밥통 직장인’이 아닌 우리 아이들을 이끌어나가는 스승으로서 존중해주는 사회·문화적 시선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