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고위관리가 그간 교육 당국에서 부정해온 ‘교원 지방직화’ 추진 의지를 드러내는 발언을 하면서 교육계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박백범 교육부차관은 5일 한국교원대학교에서 열린 한국교육행정학회 연차학술대회에 학술총회 패널로 참석해 “학급당 학생 수 감축 등 교육 여건 개선을 위해 교원의 지방직 전환을 생각해 볼 때가 됐다”고 밝혔다.
현 정부 들어 교원 지방직화 추진에 대한 의혹은 계속 제기됐으나 당국은 이를 매번 부인해오던 가운데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서 직접적으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박 차관은 발언의 취지에 대해 지방직화가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에 직접적으로 통제를 받는 국가직보다 교원 정원 확보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올 4월 총리실 산하 교육정책 싱크탱크인 한국교육개발원의 연구보고서에 담긴 내용과 그 궤를 같이한다. 당시 보고서는 ‘교사의 지역별 고유성’을 위한 인사 제도 혁신 정책 제안 중 하나로 ‘교원의 지방직 전환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것을 제안하면서 교원 증원이나 학령인구 감소 등의 상황에 대한 능동적 대처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언급했다. 국가직의 정원에 관여하는 기획재정부, 인사혁신처, 행정안전부의 통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차관은 해당 발언에 대해 “방향을 정해놓고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학급당 학생 수 감축 대응이나 기초학력 전담교사 배치 등의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 지방직화 등의 해결방안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한 발언”이라고 밝혔다.
한편, 현 정부 들어 교원 지방직화 논란은 문재인 대통령이 초·중등 교육의 시·도교육청 완전 이관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고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이를 과제로 채택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교총이 항의하자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는 ‘검토한 적 없다’고 밝히면서 논란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이듬해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시·도교육청 평가제도 개선안’, ‘유·초·중등 교육의 지방분권에 관한 특별법안’을 잇따라 내고 이를 교육부와 교육자치정책협의회에서 다루면서 논란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시·도교육청 평가를 통한 재정 지원을 폐지하고 유·초·중등교육을 교육감에 위임된 교육부 사무가 아닌 교육감 사무로 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교육부와 시·도교육청들이 교원의 임용 기준을 교육감이 결정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교육감 인사권 확대 안건을 의결했다. 교장 자격 연수에 대한 교육감의 자율권도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교육부가 올해 교원임용 최종 결정권을 교육감이 갖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교육공무원 임용후보자 선정경쟁시험규칙’ 개정을 입법예고하면서 지방직화 우려는 더 커졌다.
결국 박 차관의 이번 발언에 앞서 올 4월 한국교육개발원의 보고서에서 그동안 부인해오던 교육지방직화 논의가 수면 위로 노골화됐다. 해당 보고서에서는 교원단체의 반대에 대한 대응 방안까지 언급됐다. 교육전문직의 지방직 전환으로 인해 처우에 특별한 불이익이 없었다는 논리와 함께 신분 안정성이 악화하지 않는 제도적 장치를 전제로 추진하라는 내용이었다.
당시 보고서 발표 이후 한국교총은 ‘스승의 날 교원인식 설문조사’에서 교원 5767명을 대상으로 지방직화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물었고 중 90.5%가 반대했다. 반대 이유는 ‘교원의 지위, 보수 차이 등 신분 불안 야기’(44.5%)를 가장 많이 꼽았다. ‘우수 인재의 지역 편중과 교육격차 심화’(17.8%),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등 국가책무성 강화 기조 역행’(14.3%), ‘직선교육감의 보은·정실인사 등 전횡 우려’(13.5%) 등이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