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겸 경기 광덕고 교사, 정동완 경남 김해고 교사] 우리에게 있어 공간의 개념은 어떤 특정한 장소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공간은 이러한 단순한 의미를 넘어 더 많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우리가 어떤 공간에 사느냐는 우리가 어떤 경험을 하느냐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조금 비약을 하자면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이 우리의 경험을 결정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현대 사회에서는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간접적인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많이 있다. 주변을 둘러보면 많은 출판물, 사진, 영상자료, SNS 등을 활용해 간접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 물리적인 제약에 의한 경험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 것이다. 하지만 아직 우리는 대부분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경험을 형성하기 때문에 공간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
어떤 공간에 속해 있는지의 여부는 우리들의 행동 양식을 결정하는 데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만약 공식적인 공간에서 회의를 한다면 최대한 예의를 갖춰 입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사적인 공간인 우리들의 방에서는 ‘세상 어디보다도’ 편하게 입고 있을 것이다.
나이가 어릴 수록 스스로 공간을 선택하기보다는 타인 혹은 보호자에 의해 주어진 공간 속에서 생활하게 된다. 즉 주어지는 환경은 자신들만의 경험형성에 있어서 한계로 작용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학생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의 공간적인 의미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초·중·고 학생들의 경우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에서 쓴다. 공간을 통해 자신의 경험을 형성하고 자아개념을 형성하는 데에 큰 영향을 받는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학교 공간은 학생들에게 조금 더 이상(理想)적으로 제시돼야 한다.
공간 조성에는 크게 세 가지 방향성이 있다. 가장 큰 방향성은 민주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되는 공간이다. 학교 공간은 어떠한 의미에서 보면 많은 부분에서 폐쇄성을 지닌다. 학생들은 각자의 학급에 속해 있다. 교실 속에서의 소통은 어떨지 모르나 다른 학급에 속한, 혹은 다른 학년의 친구들과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공간이 마련돼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공간을 마련해 둔 학교는 많지 않다. 어떻게 보면 가장 민주적이어야 하는 학교의 공간이 그렇지 않게 조성돼 있는 셈이다.
학교 공간이 가져야 할 두 번째 방향성은 유연성이다. 지금의 학교 공간은 하나의 교실이 하나의 목적에 의해 세워져 있는 경우가 많이 있다. 예를 들면 1학년 2반은 1학년 2반 학생들의 수업을 위한 공간이다. 물론 이동수업을 통해 교실 간 이동이 이뤄지고 있기는 하지만 이는 매우 제한적이며 이동수업을 하더라도 유연한 공간의 활용이라기보다는 물리적인 재배치 차원에 가깝다. 앞으로 시작될 고교학점제를 감안하더라도 공간 활용의 유용성은 한 번쯤 생각해야 한다. 하나의 교실을 하나의 목적이 아닌 여러 가지 용도로 활용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즉 1학년 1반, 1학년 2반이 아닌 101호, 102호 등의 개념을 갖고 와 수업이 필요할 때마다 혹은 활동이 필요할 때마다 공간을 유연하게 배치해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 방향성은 바로 창의성이다. 대부분의 학교 건물을 보면 여기가 학교라는 것을 누구라도 알아보기 쉽게 돼 있다. 네모난 건물, 네모난 교실, 네모난 문 등 학교를 둘러보면 온통 네모난 것들뿐이다. 이러한 공간에서 학생들이 어떻게 동그라미나 세모를 생각할 수 있을까? 물론 지금의 학교 공간은 효율성의 측면에서는 아주 뛰어나다. 하지만 지금 아이들의 세대는 효율성보다는 형평성, 형평성보다는 개별성을 요구하는 세대다. 따라서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널리 펼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이런 공간에는 기존의 틀을 깬 형태의 건물 배치 혹은 교실 속에서 학생들이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서두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공간은 우리들의 경험을 형성하는 데에 많은 역할을 한다. 현재 학교의 공간은 학생들의 입장이라기보다 교사 혹은 관리 측면의 생각이 더욱 많이 들어간 건물구조다. 조금 더 학생의 측면으로 바꾸기 위해 공간의 혁신과 새로운 의미 구조에 대한 이야기가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