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8년 연구는 1934년 진보주의 교육을 위한 고교와 대학 간의 협약에 의해 시작된 연구로 고교는 자유롭게 교육과정을 운영하되, 대학입학지원자가 대학에서 학습할 준비가 되었다는 증거를 대학에 제시하겠다고 약속하고, 대학에서는 고교에 요구하던 기존의 교과나 이수단위규정을 면제해 주고 고교가 제시한 평가 자료에 충실, 시험을 치르지 않고 학생을 선발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KEDI가 올해부터 수행하고 있는 ‘고교-대학 연계를 통한 대입특별전형에 관한 연구: KEDI 8년 연구’ 역시 미국의 8년 연구에서 그 모티브를 따온 것. 8년 연구 준비를 위한 6차에 걸친 세미나 중 세 번째인 이번 세미나에서는 미국의 8년 연구를 재조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주제발표내용을 요약한다.
■ 미국 8년 연구 운영 및 평가 방안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조덕주 건국대 교수)=미국은 적합한 실험을 할 수 있는 20개 이하의 학교를 선정, 1936년 가을부터 5년간 실험을 실시했다. 평가 기록 활동 중 가장 관심사는 역시 고교로부터 대학에로의 보고로 주로 학생생활기록부와 학교장 추천서로 이루어졌다. 학생생활기록부는 통일된 형식, 단순한 성취기록보다는 다양한 분석에 근거한 보고, 실험참가교의 교육과정 및 방법을 제한하지 않는 영역을 신중하게 선택하고 융통성을 가질 것을 요구했으며, 이런 형식은 4년간 성공적으로 사용되어 점차 확산됐다. 우리의 현 상황은 고교와 대학 간의 신뢰가 큰 문제이므로 결과를 낳기까지의 과정 기록과 학교 자체의 특성, 체제 운영의 특성 등을 기록·보고하면, 결과의 타당성을 보장하는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미국 8년 연구 추진의 시대적 상황 및 고교 대학 간 관계(홍후조 고려대 교수)=8년 연구가 끝난 해인 1941년 미국의 상황은 우리나라의 1960년대 대학진학률과 비슷했다. 8년 연구를 계기로 대학 입학은 고교 내신 위주로 전형 요소가 다양화됐다. 우리의 8년 연구는 1930년대 미국과 형편이 다르므로 같은 형태로 시행될 수 없으나, 8년 연구의 본질이 고교와 대학 간의 교육적 협력적 관계의 정립이라고 볼 때, 그 의의는 평가될 필요가 있다. 미국의 8년 연구가 전통적인 교과 수업과 대학 본고사를 통한 대입 전형과 고교 내신 위주의 대입전형을 상호 비교 실험한 연구였으므로 우리도 이와 비슷한 연구를 수행하면, 3불 정책을 비롯한 대학입학 전형 방식의 교육부, 고교, 대학 간의 의견 차이에 대한 여러 논란을 어느 정도 종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 고교 교장과 대학총장 모임 활성화, 고교-대학 간 협력적 대학과목선이수제(advanced placement: AP) 도입도 고려해볼 만하다.
■ 미국 8년 연구를 통한 고교 교육의 변화(김재춘 영남대 교수)=미국은 8년 연구 과정을 통해 고교 교육이 다양성을 띠는 방향으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우리도 8년 연구와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를 통해 고교 교육과정의 다양화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실험학교 졸업생들을 특별전형에 의해 일정 수 선발할 수 있는 방안 등을 담당하는 ‘고교-대학관계위원회’ 실험학교 교육과정 편성과 운영을 위한 자료 개발 및 자문에 응할 수 있는 ‘고교교육과정혁신위원회’ 실험학교 졸업생들의 대학 생활 효과를 평가하기 위한 ‘추후연구위원회’ 등을 구성, 연구를 추진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