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❶
얼마 전 신규 K 교사는 동학년 회의 때 충격을 받았습니다. 지역 학부모들이 모이는 이른바 '맘카페'에 온라인 화상수업과 관련하여, 우리 학교 교사별 수업평가 글이 올라온 것을 다른 선생님이 프린트해 오셨기 때문입니다. 온라인 화상수업을 학부모님이 보시고는, 선생님에 대해 품평을 하는 내용입니다. 선생님의 외모와 목소리에 대한 직설적인 평도 있었습니다. K 교사에 대해서는 ‘뚱뚱해서 눈에 확 띄고, 목소리가 또랑또랑하다’ 였습니다. K 교사는 정말 속이 상했습니다. 왜 외모를 평가하는 걸까요.
사례 ❷
얼마 전부터 C 교사는 수업하기가 싫어졌습니다. 온라인 화상수업을 하던 도중 E 학생이 자꾸 화면에 낙서를 합니다. C 교사가 화면필기 기능을 끄자, 심심해진 E는 마이크를 자유롭게 켤 수 있다는 것을 알고서는 수업 중에 마이크로 소리를 지릅니다. C 교사가 모든 학생의 마이크를 끄자 이번엔 채팅창을 도배합니다. C 교사가 채팅창 기능도 막아버리자 E는 카메라를 껐다 켰다 하며 수업에 집중하지 않습니다. 거의 매일 이런 행동을 반복하는 학생을 내일 또 온라인에서 만날 생각을 하니 C 교사는 기운이 다 빠집니다.
교권침해? 교육활동 침해?
위 사례를 보았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아, 그래. 저기 옆 학교에 누구누구 선생님이 이런 일이 있었어”라든지, 혹은 “에이, 학급운영을 평소에 어떻게 했기에 애들이 저렇게 버릇이 없어?”라는 반응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이야기들이 비단 남의 이야기로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코로나19로 인하여 비대면수업이 늘어나면서 ‘사이버폭력’ 과 더불어 교사를 향한 ‘사이버 교육활동 침해행위’는 나날이 증대하고 있습니다. 또 이런 종류의 교육활동 침해행위는 선생님의 주의와는 상관없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행 법률은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약칭 「교원지위법」을 통하여 선생님의 교육활동을 보호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교권보호’가 아니라 ‘교육활동 침해예방 및 보호’라는 것입니다. ‘교권’이라는 것은 선생님에게는 권익의 주체로서 능동적인 개념에 속하나, 학생 및 학부모 그리고 지역사회에서 ‘교권’은 피동적인 개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교권이 향상될수록 학생의 권리와 인권에 상충된다 여겨 ‘교권’이라는 표현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표하기도 하였고, 다른 일부는 ‘교권’에 대하여 ‘선생님의 천부(天賦)적인 권리’로 여기고, 선생님의 모든 활동을 보호하는 근거로 해석하기도 했었습니다.
이런 논란으로 인하여 교육활동을 하는 선생님에 대한 여러 침해행위를 보호할 수 없던 공백기간도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선생님이 수업을 하지 못하게 된다면, 학생의 수업 또한 받을 권리를 보호받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렇기에 「교원지위법」은 교육활동 중인 선생님에 대한 특정한 위법행위를 직접적으로 규율하여 선생님의 교육활동을 보호하게 되었고, 이와 같은 이유로 ‘교권침해’가 아니라 ‘교육활동 침해’라 해석합니다.
교육활동 침해의 객체와 그 한계
교육활동 침해행위의 객체는 물론 교육활동 중인 선생님입니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교육활동의 보호 규정은 선생님의 ‘신분’을 보호하는 규정이 아니라는 점 입니다. 예를 들어 늦은 밤이나 휴일에 학생·학부모가 담임교사에게 전화하여 욕설을 하는 등, 정규수업시간이나 교육 관련 행위를 하지 않는 시간에 벌어진 교육활동 침해행위에는 「교원지위법」이 적용되지 않아 개별적인 민·형사상 소송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선생님과 학생, 그리고 학부모와의 사이에서 발생하는 교육활동 침해행위는 ‘학생’과 ‘교육’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활동 중이 아니더라도 현재나 과거에 담당하였던 학생 혹은 학부모와 연관이 있다면 이것은 마땅히 교육활동 침해행위로 인정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되며 이것에 대해 긍정적인 입법, 혹은 유권해석이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사이버 교육침해의 유형
이제 어떤 것이 사이버 교육침해에 해당하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현행 법률에서는 ‘사이버’라는 명칭을 직접적으로 사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불법정보 유통을 사이버 교육침해의 유형으로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이버 교육침해가 아니라 할지라도, 선생님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부당하게 간섭하는 행위, 그리고 「교육공무원법」 제43조 제1항에 위반한 행위로서 학교장이 판단하는 행위 등을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한다면 마땅히 사이버 교육침해로서 다루어질 수 있습니다.
피해를 당했어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강력히 권유 드립니다. 학생 혹은 학부모와 같은 교육주체로부터 교육활동에 대한 침해가 상당하고, 이것이 교육적인 방법으로 해결이 힘들다고 판단되면 꼭 교권보호위원회를 개최하세요. 「교원지위법」 개정 이후 모든 학교에서는 의무적으로 교내 교권보호위원회를 구성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심각한 신체적 손상을 입었거나 재산상·명예상 손해를 입었을 경우 상대방에게 법률적 절차를 직접 진행해야 했습니다. 이 경우 가해 상대방으로부터 보복의 위험, 악의적 민원 및 반소(反訴)에 시달릴 우려가 있어 선생님이 법률적 대응을 포기하는 경우가 잦은 데다, 이런 상태에서 승소한다 하더라도 상대방이 무자력 상태라면, 선생님께서는 종이조각에 불과한 판결문·집행권원을 들고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개정 「교원지위법」에서는 심각한 사안이며, 동시에 친고죄로 규정되지 아니한6 범죄의 경우, 교권보호 업무를 담당하는 관할청에서 형사고발을 기관장의 명의로 진행하며, 피해를 입은 선생님의 신속한 치료와 보호조치에 필요한 비용을 관할청에서 대신 부담하고, 침해 상대방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피해를 입은 선생님에 대한 치료 및 요양에 필요한 여러 절차, 예를 들면 특별휴가·법률지원·심리적 상담지원 및 선생님의 교육활동 회복에 필요한 기타 절차 등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선생님의 피해가 상당하고, 교육적으로 해결이 힘들다고 판단된다면 교권보호위원회를 개최하실 것을 강력히 권유 드립니다.
알겠어요. 그럼 교권보호위원회를 연다면 어떤 절차로 진행되는 건가요?
교육활동 침해사안 발생 시 다음과 같이 대응 절차가 진행됩니다. 먼저 밝혀둘 것은 아래 그림은 한국교육개발원에서 발간한 ‘교육활동 침해행위 예방 교육자료’의 표준절차를 따랐으며, 상황에 따라 탄력적 운영이 가능합니다.
혹시 주의해야 할 것은 없나요?
1) 직접적인 대응은 하지 마시고 현장을 최대한 벗어나세요.
우선 피해를 당한 선생님께 직접적인 대응을 최대한 자제할 것을 권유 드립니다. 흥분한 상태의 상대방과 직접 대응을 하다 보면 추가적인 피해, 혹은 꼬투리를 잡힐 우려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사안 현장에서 한 발 떨어지실 것을 권유 드립니다. 카카오톡에서는 더 이상의 대화를 하지 마시고, Zoom 수업은 정리하시며, 통화는 끊으세요.
2) 그렇지만 증거자료는 최대한 확보하세요.
Zoom의 경우 자체 녹화기능을 활용하시고, 카카오톡이나 문자메시지 등은 캡쳐 기능을 이용하며, 통화의 경우 최대한 녹음을 하여서 증거를 확보해야 합니다. 일부 선생님들은 흥분되고 두렵고 황망한 나머지 카카오톡을 지워 버린다든지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게 되면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3) 최대한 자세히 사실조사에 응하고, 선생님의 피해 사실에 대해 정리하세요.
교권보호업무를 담당하시는 선생님 혹은 교감선생님이 조사에 착수할 것입니다. 그때 선생님께 전화, 혹은 직접 대면, 그것도 아니라면 문자메시지나 이메일로 선생님의 구체적인 피해 사실과 증언을 수집하려고 할 것입니다.
물론 선생님께서 진정되지 않으신 상태라면 조금 더 시간적 여유를 줄 것이고. 이 역시 여의치 않다면 교권보호위원회는 주변의 증인 및 증거에 의한 조사를 실시하고, 당일에 선생님에게 증언을 확보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다만 진술은 쉽게 오염이 될 우려가 크고, 가해 상대방이 어떤 행동을 취할지 모르는 상황이라면 선생님은 최대한 신속하고 자세히 선생님의 피해 사실과 증언을 정리하여 사실조사에 응하실 것을 추천 드립니다.
4) 교권보호위원회 참석은 필수가 아닙니다. 다만 참석을 고려하세요.
교권보호위원회에서 가해 상대방을 마주치는 것을 많이 염려하는 선생님이 계십니다. 그러나 앞서 말씀드렸던 사실조사에 성실히 응하셨고, 선생님께서 피해 사실과 관련 자료를 충분히 제공했다면 교권보호위원회에 참석을 하지 않아도 무방합니다.
다만 가해 상대방의 증언과 선생님의 증언 및 증거가 상충될 경우 선생님에게 별도의 확인 절차가 있을 수 있고, 그 외 여러 변수가 있을 수 있기에 선생님의 사정이 괜찮다면 교권보호위원회에 최대한 참석하실 것을 권유 드립니다.
5) 분쟁조정 역시 필수절차가 아닙니다.
교권보호위원회의 사안처리 절차 중 분쟁조정 절차가 있습니다. 이 절차는 당사자 사이의 복합적인 사안에 대하여 학교 및 관할청이 개입하여서 사안에 대한 협의 및 상호화해를 목적으로 하는 절차입니다.
학생에 의한 교육활동 침해행위 및 학부모와 기타 교육주체에 의한 교육활동 침해행위가 발생할 시에는 선생님에게 일방적인 상해 및 폭행이 있지 아니한 이상 가해 상대방은 거의 대부분 ‘교사의 잘못’에 대해 주장할 가능성이 아주 큽니다. 예를 들면 ‘담임선생님이 우리 아이를 무시하였다’ 라든지 ‘선생님이 자신의 자녀가 왕따 당하는 데 일조하였다’, ‘선생님이 자신에게 소리를 질렀다’ 등을 이야기하죠. 심한 경우엔 선생님을 대상으로 정서 아동학대 신고를 한다든지 기타 여러 가지 방법으로 민원 및 법률적 항변 절차에 들어가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학교 및 관할청의 교권보호위원회에서 주관하는 분쟁조정은 이런 불필요한 법률적 분쟁 및 다툼을 조기에 막고, 상호간에 화해를 이끌어내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실무상 학교 및 관할청의 교권보호위원회의 분쟁조정 절차에서는 가해 상대방과 선생님 간 입장 차이만 확인하고 끝날 가능성이 높고, 피해를 당한 선생님에게는 가해 상대방을 대면하는 것 자체로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학교 및 관할청 교권보호위원회에서는 분쟁조정 절차를 밟기 전에 상대방의 입장을 최대한 조율하여야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분쟁조정 절차는 필수절차가 아니기에, 선생님께서는 대면에 부담을 느낀다든지, 서로 간의 입장 차이에 대해 개선의 여지가 없다 느껴지신다면 분쟁조정 절차를 거부하실 수 있습니다.
마치며
지금까지 온라인수업으로 인한 교육활동 침해사례, 그리고 학교 및 관할청 교권보호위원회의 역할과 절차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정리하자면 교육활동 침해행위의 범위는 무척 넓으며, 교육적인 개선이 불가능하고 지속적인 피해가 발생했을 때에 교권보호위원회 개최를 긍정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교권보호위원회를 통하여 선생님께서는 좀 더 빠르게 상처를 치유하고 교육현장에 복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학생 및 학부모님과 같은 교육주체에서는 그런 선생님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교육을 수업받을 권리를 실현한다고 볼 수 있기도 합니다. 선생님의 교육활동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보호받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