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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과정중심평가, 수업과 평가의 혁신의 아이콘

과정중심평가! 현행 2015 개정 교육과정의 가장 핵심적인 사항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수업-평가-기록의 일치를 구축하는 혁신의 아이콘이기도 하다. 또한 구(舊)교육과 신(新)교육을 가르고 학교 변화의 큰 축이자 학생 중심 교육을 실현함으로써 교사들 또한 교수활동의 변화를 유발케 하는 촉진제이다. 수업 개선은 결국 평가에서 비롯된다. 이 평가의 골자 중 하나가 바로 수행평가의 확대이다. 여기서 오늘날 초·중·고교 학교 현장에 정착해 가는 과정중심평가에 대하여 다시금 숙고해 보고자 한다.

 

돌이켜 보면 “과정중심평가! 무슨 용어 하나는 그럴듯하게 잘 만들어낸단 말이야. 또 무슨 사람 귀찮게 하려고? 그냥 하던 대로 하면 돼!” 이렇듯 교사들의 불평은 처음부터 하늘을 찌르듯했다. 물론 교사들만의 잘못이거나 부정적인 접근 탓만은 아니다. 그간 교육정책 중에는 학교 현장과 유리된 탁상행정이 많았다. 몇 년 해보다가 ‘아니면 말고’ 식의 정책도 허다했다. 그러니 그런 불평도 나올 법하다. 그러나 ‘과정중심평가’는 다르다. 그간 잘못된 학생평가의 관행과 타성을 바로 잡고, 교사들에게 평가의 자율권을 대폭 넘겨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엔 또 하나의 시나리오가 등장한다. “수행평가만으로 학생을 평가하는 것은 좀 위험한 발상이야! 객관성과 공정성 시비, 그것 정말 머리 아프잖아.”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채점 기준을 명확하게 설정해 일관성 있게 실행하면 그 누구도 교사에게 공정성 문제를 제기할 수 없을 것이다. 모든 평가 문항은 100% 객관성을 확보할 수는 없다. 왜냐면 교사의 교육철학이나 교육적 판단이 담기기 마련이니까. 다만 분명한 기준으로 공평하게 채점한다면 그리 염려할 일은 아니다. 문제는 일제식 고사에 비해 채점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이것 역시 지혜롭게 극복할 방법도 없지 않다.

 

그렇다면 왜 선택형 문항이나 서술형 문항보다 수행평가가 더 나은 평가 방법이라는 걸까? 물론 수행평가가 무조건 더 나은 평가 방법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일반적으로 학생의 성장 과정이나 고차적인 사고력, 가치 있는 능력 함양을 위해서는 훨씬 나은 방법인 것은 틀림없다.

 

잠시 인도의 비노바 바베(Vinoba Bhave, 1895~1982)가 쓴 '교육에 관한 생각'에 나오는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간디의 제자로 평생을 교육에 헌신한 바베가 교사를 뽑기 위해 면접을 하고 있었다. “선생님의 전공은 무엇입니까?” “농업입니다.” “아, 그러면 밭을 갈 줄 아시겠군요!” “아니오. 밭을 갈지는 못해도 밭을 가는 방법은 가르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모를 심을 수는 있나요?” 돌아온 대답도 마찬가지다. “모는 심을 수 없지만 모를 심는 방법은 가르칠 수 있답니다.”, “그러면 토마토 주스를 만들 수 있습니까?”, “만들지 못해도 역시 만드는 방법을 가르칠 수는 있습니다.” 그러자 바베는 큰 소리로 나무랐다. “선생님은 도대체 할 수 있는 게 뭐요?” 그러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가르치는 일 밖에요.”

 

이 일화는 무엇을 말하는가? 우리의 현실과 견주어 보자. ‘주장하는 글쓰기’를 가르치면 학생들은 주장하는 글을 쓸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선택형 문항이나 서술형 문항으로는 ‘주장하는 글쓰기’를 잘 할 수 있는 방법, 즉 이론을 얼마나 잘 알고 있는가를 평가할 뿐이다. 이것이 우리가 지금까지 해 온 대부분의 평가 방식이다. 적어도 고등학교까지 국어 수업을 받았다면 네 단락 정도의 1000자 쓰기는 할 수 있어야 마땅하다. 세련되게까지는 아니라도 맥락과 논리에 맞는 1000자 글 정도는 쓸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인 기대치가 아닌가? 그러나 이에 대한 대답은 온통 실망투성이다. 이것이 지금까지 우리의 글쓰기의 교육 결과다.

 

그렇다면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 단적인 사례로 올해의 책 쓰기 수행평가는 이렇게 변화를 주어 보자. 책 쓰기를 완성하였는가, 주어진 내용 요소를 채웠는가 등의 결과물 중심으로 평가하던 것에서 ‘표현력과 감성력 신장’이라는 역량 중심 평가로 방향을 바꾸어 보는 것이다.

 

이렇게 역량 중심으로 목표를 정하면 가르쳐야 할 내용이 대거 수정된다. 수업 시간마다 표현력 신장에 필요한 이론과 지식을 제공하고 그것을 아이들이 직접 익히도록 가르쳐야 한다. 이를 위해 글감 찾기, 장면으로 글감 나누기, 대화와 묘사 익히기, 강제 연결법 적용하기, 구체적으로 적기, 간결한 문장 쓰기, 문단으로 끊어 쓰기 등으로 쓰기 단계를 세분화하게 된다. 또한 내용적 측면에서도 감정 단어 찾기, 감정 들여다보기, 역지사지하기, 내 감정 인정하기 등의 과정을 지도해야 한다. 수업 내용이 달라지니 평가 또한 당연히 달라진다. 과정 하나하나에 대한 피드백과 최종 결과물 평가가 함께 이루어지게 된다.

 

여기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부담과 오랜 관행을 따르고자 하는 심리적 저항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예컨대, '일을 너무 크게 벌이는 것 아닌가',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그러나 발도 떼지 않는 청사진보다는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으며 경험해 보는 것, 그 자체가 바로 교육이라고 생각하자.

 

현재 진행 중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지양해야 하는 교육은 실천 없는 교육, 지식을 습득하기만 하는 결과 중심적인 교육이다. 그렇다. 우리의 삶에서 진정한 행복은 최종 결과가 아니라 진행하는 과정에서 얻는 무수한 것들에서 연유한다. 그러니 때로는 실패를 감수하고 반복적으로 용기를 내어 재시도해 보는 수업을 디자인하자.

 

1차 시도가 가져오는 성공은 순간적인 만족에 지나지 않는다. 삶의 전체적인 그림에서 보면 이는 단편적인 조각에 지나지 않는다. 많은 역경과 수난이란 어둠이 걷히면 비로소 찬란한 빛으로 동이 트는 새벽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은가. 모든 교사가 디자인한 다양한 과정에 스스로 기꺼이 도전해보는 거다. 그래, 중단하지 말고 또 한 번 해보자. 그러면서 어떻게든 배우게 될 것이다. 과정중심평가! 이는 교사의 교육권과 학생의 학습권, 나아가 학부모의 참여권을 확대하는 일거삼득의 우리 교육을 혁신하는 교육과정의 아이콘임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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