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시절 지리 수업은 제게 즐거움이자 예능이었다.” 왜 그렇게 느꼈던 것일까? 그리고 지금 지리수업을 듣는 우리 학생들도 나와 같은 느낌을 받고 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에 솔직해지고,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방법을 찾기로 했다. 지리수업이 즐거웠던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오늘 내가 방금 눈으로 본 현실의 공간 이야기를 수업에서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겨울엔 눈 내리는 날이 오히려 따뜻하다는 기후수업이 그러했고, 중국집의 배달가능 범위와 최소요구치와의 관계가 그러했다. 이처럼 수업은 삶에서 시작해서 삶으로 돌아와야 한다. 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여기에 교사의 섬세한 수업 디자인과 정성이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취지라고 하더라도 수업환경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정적 요소와 시행착오에 대해 섬세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러한 삶의 모습을 교실 수업에서 찾을 수 있는 방법으로 접근한 것이 VR기기 활용 수업이었다.
수업 준비과정
기존의 VR기기를 활용한 수업으로는 카드보드 형태의 제품에 휴대폰을 삽입하여 VR콘텐츠를 감상하고 체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러한 VR콘텐츠는 학습자가 콘텐츠를 자유롭게 탐색하고 경험하기보다는 제작된 영상이나 콘텐츠가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것을 VR형태로 시청하는 것으로 제한된다. 그렇지만 Google Earth VR기기가 호환되는 HTC나 오큘러스 같은 경우에는 별도의 휴대폰 삽입 없이도 자체 VR기기로 실행이 가능하며, PC와 연결하여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모니터 화면으로 VR기기에 보이는 장면을 공유할 수도 있다. 또한 컨트롤러를 손으로 조작하여 VR환경에서 학습자가 콘텐츠를 자유 의지대로 이동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카드보드 형태의 제품이 1만원 미만으로 구매할 수 있는 것에 비해서 최근 최신 발매한 오큘러스 퀘스트 2의 경우 40만 원에서 50만 원대의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또한 고사양의 PC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고사양의 그래픽카드와 램으로 PC사양을 업그레이드해야 할 수 있다. 실제로 학교 수업에 처음 시도할 때는 조립형 PC 2대와 오큘러스 퀘스트 2기를 구입하여 수업에 활용하였고, 추가로 오큘러스 퀘스트 2를 4기 더 구입하여 모둠별 학습이 가능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자 노력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