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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묶인 교원수당, 실종된 교원 우대

 

보수는 노동에 대한 대가이자 생계수단이며, 삶의 질을 결정하고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법률로 교원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경제적·사회적 지위를 우대해 주기 위한 정책을 펼쳐왔다. 국가공무원 중 특정직에 해당하는 교원은 2022년 현재 37만 명이 넘는 숫자로, 공무원 집단 중 가장 큰 단일직종에 해당한다. 공무원의 보수는 「공무원보수규정」에 의해 결정되며, 매해 말 인사혁신처에서 물가상승률을 고려하여 인상률을 정한다. 당연하게도 가장 큰 동일집단인 ‘교원’의 임금과 수당을 결정할 때, 국가재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교원의 보수를 제때 지급할 수 없어서
국가의 기틀을 마련하기도 힘들었던 1948년 제정된 「헌법」 16조에 ‘모든 국민은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 적어도 초등교육은 의무적이며 무상으로 한다’라고 명시하고 교육에 대한 국가 의무와 책임을 강조했다. 1949년 교원은 법관과 함께 별정직공무원으로 분류되고, 「국가공무원법」에 의거 학교급과 직급에 따라 보수가 차등 지급되었다. 같은 해 제정된 「교육법」에서는 ‘교원의 우대와 신분을 보장한다’와 ‘의무교육에 종사하는 초등학교 교원의 봉급 전액과 공립 중·고등학교 교원의 봉급 반액은 국가가 부담한다’라고 규정하며, 의무교육에 대한 국가의 역할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1953년 제정된 「교육공무원법」에서는 ‘교육공무원 중 사무직원을 제외한 자의 보수는 일반공무원에 비하여 우대한다’라는 조항을 신설, 교원보수 우대 정책을 명문화했다.

 
그러나 전쟁 이후 베이비 붐 세대의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그들을 수용하기 위한 교실과 교원 확보가 시급했다. 정부는 늘어난 교육인구 수용을 위한 재정을 충분히 확보하려고 했으나, 전쟁 중에 파괴된 기반시설 복구가 더 시급했기 때문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지 못했다. 부족한 학교운영비 및 교원수당 중 일부를 학부모로 구성된 사친회에서 지불해야만 했다. 이는 학부모에게 큰 부담이 되었으며, 사친회를 구성할 수 없는 지역에서는 교원보수를 제때 지급할 수 없어서 교원 이탈 현상이 심해지기 시작했다. 이에 정부는 의무교육기관인 초등학교에서만이라도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고자 했고, 사친회 폐지를 목적으로 1958년 「교육세법」을 제정했다. 안타깝게도 「교육세법」은 그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했고, 사친회는 육성회로 이름만 바꿔 학부모에게 계속 부담을 줄 수밖에 없었다. 


재정 부족은 초등학교와 도서지역 학교에서 더 심각했다. 농·어촌지역은 육성회 구성조차 힘들었을 뿐 아니라, 당시 초등교원은 중등교원과 같은 학력을 갖고 있어도 더 낮은 보수를 지급받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교원 처우개선에 대한 요구가 많았으나, 그 수가 많고 국가 재정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번번이 뒤로 밀려났고, 이로 인한 교원 이탈을 막을 수 없었다.
 
학력 가감 산정표 제정 … 학령제 개편 
1975년 동일 학령을 가진 자에게는 학교급에 상관없이 동일 호봉을 적용하는 ‘학력 가감 산정표’가 만들어졌다. 동일 학령을 적용하는 ‘학령제’로 개편하면서 보수를 평균 45% 인상하고, 초임교사 임금은 낮게, 생활비가 가장 많이 들어가는 15년 차 이상의 교사는 비교적 높게 지급되도록 하는 호봉제 기틀을 마련했다. 


그리고 초등학교에서 육성회를 폐지하고, 교원 이탈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초등학교 교원 등에 대한 보전수당’이 신설되었다. 그러나 교원의 보수는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했고, 일반 기업체와 비교해 한참 부족했기 때문에 교원 기피현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정부는 임시방편으로 교원양성소를 설치하고, 단기 교육과정을 이수한 교원을 양성하기 시작했다. 무분별한 교원양성은 교사의 질을 낮게 했을 뿐 아니라, 교원의 사기와 신뢰를 땅으로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낳았다.


1982년 교원의 보수는 「공무원보수규정」과 통합되고, 초·중등교원 모두에게 학력·경력에 따라 동일한 봉급을 지급하는 단일호봉제는 1987년이 되어서야 완성된다. 교원의 낮은 보수와 열악한 처우개선을 위하여 교과지도수당(1990)과 주임(보직)교사수당(1991)을 신설하고, 1995년 5·31 교육개혁조치로 종합생활기록부 도입, 인성교육 강화, 기초학력 책임지도 등 학급 담임에 대한 책무성을 강화하면서 담임교사수당이 추가되었다. 또한 교원단체와의 협의를 통해 현장 의견을 적극 수용해 교직수당을 연차적으로 인상하기로 협의하였다. 1995년 학교운영위원회를 도입하면서 6개 대도시에 남아있던 초등학교 육성회를 폐지하고, 육성회에서 부담하던 수당을 ‘초등학교 교원의 보전수당 가산금’이라는 항목으로 지급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 교원의 급여는 일반 기업체와 비교하여 열악한 수준이었지만, 교직단체와 현장 의견을 반영해 주임교사수당과 담임교사수당 등 그 직무를 인정하여 보상하고자 하는 의미 있는 노력이 있었던 시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1997년 11월 IMF 구제금융 후 경제불황으로 인하여 교육개혁을 위한 재원확보가 다시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정부는 이미 약속한 각종 수당을 지급하기 위한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고, 기업체의 구조조정 분위기 속에서 교원의 정년을 낮춰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거셌다. ‘나이가 많은 교사 한 명이면, 젊은 교사 두 명을 고용할 수 있다’라는 말이 뉴스에 자주 등장했고, 이러한 분위기는 경력교사들에게 보이지 않는 퇴직 압박이 되었다. 특히 초등학교에서 퇴직신청이 많았는데, 영어·컴퓨터와 같은 새로운 교과 도입에 부담을 느낄 뿐 아니라, 나이가 많은 교사는 곧 무능한 교사로 여기는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다. 경력교사 1명의 보수로 신규교사 2명을 채용할 수 있다는 시장 논리를 적용, 교원정년도 65세에서 62세로 단축되었다. 그러나 초등학교 퇴직신청자는 정부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고, 갑자기 줄어든 초등학교 교원보충을 위하여 단기간의 보수교육을 통한 무자격 교원을 양성해야만 했다. 이는 교원의 사기와 질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교육재정을 줄이고 싶어서 교원의 정년까지 단축했던 정부로서는 오히려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만 하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만들어 내고 말았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정부의 노력과 상관없이 이때부터 교직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안정적인 교직은 학생들에게 인기 직종이 되었고, 우수한 학생이 교육대와 사범대로 몰리기 시작했다. 높은 보수보다는 안정된 삶을 추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탓이었다. 더 이상 교원충원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진 정부는 자연스럽게 교원보수나 처우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게 되었다. 


IMF 이후 교원의 수당체계는 거의 변화가 없다가, 2014년 ‘교원연구비’ 항목이 신설된다. ‘교원연구비’는 우수교원을 확보하거나, 직무에 따른 보상으로 지급하는 성격의 수당이 아니다. 이는 2012년 헌법재판소의 ‘중학교 학교운영비 징수 위헌결정’으로 중학교 육성회가 폐지되면서, 그동안 학부모가 부담하고 있던 비용을 국가가 감당해야 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의 경우 이미 육성회가 폐지되었기 때문에 ‘보전수당’과 ‘보전수당 가산금’을 ‘교원연구비’ 항목으로 그 명칭만 바꿔서 지급하기로 했다.

 

교원의 보수 지급방식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 
해마다 교원단체는 ‘보직교사수당’과 ‘담임교사수당’이 현실성이 없다며, 인상안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는 재정을 핑계로 20년이 넘게 그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면 교원의 보수 지급방식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 


우선 보수체계를 기본급 중심으로 단순하게 개편해야 한다. 모든 교원에게 지급되는 교직수당은 기본급에 포함하여 기본급 비율을 높여야 한다. 그리고 여러 교원단체에서 지적해온 것과 같이 직무에 따라 지급되는 ‘보직교사수당’과 ‘담임교사수당’의 개선이 시급하다. 보직교사수당은 20년 가까이 동결되었으며, 담임교사수당도 2016년 이후 변함이 없다. 최소한의 물가상승률도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니, 실제로는 삭감되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 수당은 직무에 따른 인센티브 역할을 해야 하는데, 해마다 그 목적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노동에 따른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기 위해서라도 보직교사수당과 담임교사수당을 현실화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 또한 해마다 정부와 교원단체가 힘겨루기를 할 것이 아니라, 최소한 물가상승률 이상을 수당에 반영할 수 있도록 정률제로 바꿔야 한다. 


그리고 교원업무와 수업시간을 법으로 규정하여 법에 명시된 교원보수 우대의 법 정신을 구현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고등교육법」에서는 교원의 교수시간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초·중등교원의 법적 교수시간은 법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수업시간이나 업무시간에 따른 적절한 보상을 할 수 없다. 교원의 수업시간을 법으로 보장하여 온전히 수업과 학생에 몰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 


마지막으로 학급당 학생수를 줄여야 한다. 학생수를 줄이는 것은 당장의 금전적 보상은 아니지만, 학급 담임업무를 경감시켜 학생 개개인에게 질 좋은 교육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한다. 이는 교사의 교육적 성취감을 높일 수 있는 충분한 보상이 된다. 취학인구는 줄어들고 있지만, 지난 3년간 코로나19로 인하여 학생들은 충분한 또래관계를 맺지 못했고, 원격수업 등으로 학습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갈수록 교사의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학생수가 줄어들고 있으니, 예산을 삭감한다는 단순한 계산은 향후에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다. 

 

교원은 우대받았던 적이 있었던가? 아니, 적어도 수십 년 동안 그 많은 교사가 본인이 받는 월급에 대해서 따져볼 생각이나 해 봤을까? 교원의 숫자가 가장 많다는 이유로, 그에 따라 거대한 예산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선생이 어찌 ‘돈’ 따위를 들먹일 수 있느냐는 분위기로, 감히 ‘월급’ 이야기를 꺼내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까닭에서인지 1949년 ‘교육공무원의 보수는 우대한다’는 규정은, 아직도 「교육공무원법」 34조에 남아있건만, 심지어 공무원 중 유일하게 교원만이 ‘보수 우대 조항’을 갖고 있음에도, 항상 뒷전으로 밀려났다. 교육성과는 단기간에 확인하기 어렵기에 뒤로 미뤄두기도 쉽다. 그러나 교육투자는 미래의 우리나라를 위한 투자이다. 그리고 그 교육을 위해서는 우수한 교원 확보가 필수적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교육을 바라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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