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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새해 첫날 광교산 등반하며 추억 떠올려

시민들의 힘찬 발걸음과 활기찬 모습에 감개무량

 

계묘년 새해 아침이다. 이른 아침, 아내는 일월호수에서 해맞이를 했다. 새해 힘찬 첫출발이다. 우리 부부는 어제 칠보산을 찾았다. 산행을 하면서 일년을 마무리 짓고 새해 맞이 마음가짐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칠보산의 전설 유형적인 일곱가지 보물(산삼 황금수탉 맷돌 잣나무 등) 대신 무형적인 보물을 생각해 보았다. 우리 부부가 생각한 것은 건강, 인내, 배려, 사랑, 순리, 조화, 치유다. 우리가 지향하는 삶의 덕목이다.

 

아침 식사와 집안 정리를 마치고 11시 광교산을 향해 출발이다. 교통수단은 시내버스.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한 것은 환경보전에 의미가 두었다. 또 산행과 하산 코스 선택에 자유로움이 있다. 주차장으로 다시 올 필요가 없다. 경기대 입구에서 반딧불이 화장실 옆길로 오른다. 이 코스는 광교산 능선으로 곧바로 이어지는데 등산객들의 애용 코스다. 능선 따라 가다보면 형제봉으로 이어진다.

 

이 코스는 광교산을 처음 찾는 사람들이 많이 이용한다. 교통편 접근이 좋기 때문이다. 또 길이 넓고 안전하다. 초행길 등산객도 길을 잃을 염려가 없다. 필자도 젊었던 시절 자주 이용한 코스다. 다만 너무 자주 이용했기에 요즘엔 뜸했던 것이다. 사실 광교산을 오르는 방법은 수 십 가지다. 자신의 능력에 맞게, 기호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그러니까 이 길은 20년 만에 다시 찾은 것이다.

 

 

새해 첫날이라 그런지 남녀노소 등산객이 줄을 잇는다. 아마도 새해 첫출발을 수원의 명산인 광교산과 함께 하는 것이리라. 오늘은 특히 대학생들이 눈에 많이 띈다. 아마도 수원에 대학교가 여러 개이기 때문일까? 수원팔경 중 제1경이 광교적설(光敎積雪)이다. 눈이 얼어 등산로가 미끄럽다. 그래도 우리의 힘찬 발걸음은 막을 수 없다. 새해 새출발 발걸음이 힘차다.

 

한참을 가다보니 길가 양쪽 두 곳에 태극기 여러 개가 꽂혀있다. 못 보던 풍경이다. 표지석에는 이렇게 써 있다. "이곳은 6.25 당시 군사 작전 중 조국을 위해 산화하신 국군장병의 유해와 유품이 발견된 역사의 현장입니다." 등산객들이 추모하면서 갖다 놓은 배와 귤 등 과일이 보인다. 우리의 조국이 있기까지 선열들의 희생이 있었던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백년수 위 정상길에 이르니 목탁소리가 들린다. 스님 한 분이 목탁을 두드리면 불경을 외운다. 오늘이 새해 첫날일요일인데 휴일 없이 나온 것이다. 시주함에는 '견성성불(見性成佛)'이라고 씌여 있다. 우리 부부가 한 10분 정도 벤치에 앉아서 휴식을 하다보니 모녀로 보이는 여성 두 분이 시주를 한다. 스님은 감사 표시를 하며 새해 덕담을 건넨다.

 

 

형제 능선 계단을 쉬어가며 오른다. 계단 438개를 오르니 형제봉이 보인다. 옛날부터 있었던 바위에 오르는 두 개의 밧줄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계단이 설치되었다. 담당 관청에서 등산객의 낭만 대신 안전과 편의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형제봉 정상 표지석 앞에서 기념사진을 남겼다. 사진촬영하려면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이곳을 목표로 하는 등산객이 많다. 등산객끼리 서로 스마트폰으로 주고 받으며 추억을 남긴다.

 

필자는 고향이 수원이다. 초·중·고를 나온 완전 수원 토박이다. 1960년대 유년시절엔 광교산에서 칡뿌리를 캐어 배고픔을 달랬다. 당시 어른들은 땔감용 나무를 지게에 지고 내려왔다. 중학생 때에는 학교에서 단체로 송충이잡이를 했다. 교직에 있을 때에는 해마다 여름방학을 이용해 여기서 예비군 훈련을 받았다. 중매로 만난 아내와는 데이트 코스였다. 결혼을 해서는 자식들과 함께 가족산행을 했다. 백년수(百年水) 약수터에서 약수터 이름 유래를 듣고 우리 아들이 약수 세 컵을 먹는 것도 웃으며 보았다.

 

 

고교동창들 가족 하이킹 모임을 여기서 가졌다. 필자는 스카우트 지도자 경험을 발휘하여 코스를 선정하고 추적기호를 달고 지시서를 남겼다. 가족간 아름다운 추억을 남기려는 의도였다. 또한 우리 부부만이 아는 족도리풀 코스도 발견해 해마다 봄이면 야생화에 문안인사를 드리기도 하였다. 신년 해맞이 등산도 하면서 한해의 소원을 드렸다. 광교산이 좋아 다양한 여러 코스를 자주 섭렵했다. 등반기록을 보니 연 10회 정도 광교산을 찾았다.

 

광교산은 우리 가족뿐 아니라 수원시민, 용인시민, 의왕시민들의 정신문화공간이다. 필자는 피톤치드 마시며 건강 증진은 물론 체력을 단련한다. 부부대화로 삶을 재충전한다. 자식들과는 교원단체 행사에 동참하여 시루봉까지 오른 적도 있다. 유년시절, 학창시절의 추억이 오롯이 남아 있다. 교육계에서 퇴직한 선배들과 월 1회 등산하기도 하였다. 광교산은 사시사철 시민들을 반겨준다. 광교산이 있기에 시민들은 행복하다. "수원시민들이 아름답기에 광교산은 아름답다" 형제봉 등산로에  붙은 표찰이다. 오늘따라 창공이 더욱 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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