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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두 번째 시집 ‘뱀파이어의 봄’ 펴낸 우옥자 전 교장

김포시 우옥자(필명 우남정) 전 운양고 교장의 인생 2막은 전업시인. 1막은 국어교사와 두 딸의 어머니로, 지금은 종심(從心)을 바라보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전쟁의 폐허 속에서 가난과 역경을 딛고 시대의 격랑 속에서 자신을 생각한 겨를이 없이 살았다. 이제 시인으로서 천천히 자신을 돌아보고 있다. 시인으로서의 삶이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말한다. 일상은 배우자 간병과 시 쓰기와 독서 등이다. 우 시인을 만나 그의 작품 세계를 들어보았다.

 

시인으로서의 약력을 소개한다면?

2018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 65세의 나이로 본격적인 등단을 하였는데 ‘김포문학상’ 대상, 매일신문 ‘시니어 문학상’을 수상하였고, 시집 두 권을 냈다. 2020년에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저녁이 오고 있다』와 작년 11월에 『뱀파이어의 봄』을 출간했다.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저녁이 오고 있다』는 한국예술위원회의 문학나눔 도서로 선정되어 2쇄 1000권을 전국 도서관에 배부했다. 이번에 나온 『뱀파이어의 봄』은 김포문화재단의 출간지원금을 받았는데 독자들의 좋은 반응을 기대하고 있다.

 

신춘문예 당선 이전에 등단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2004년에 교사들과 문학동아리 ‘글샘’을 만들어 시공부를 했다. 그 당시 지역교육청 장학사로 교사들로 자신의 특기 신장 의미로 시작했다.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매년 동인지를 만들었는데 2022년에 19집을 발간했다. ‘글샘’의 시작이 아마도 시인의 길로 가는 발원지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2008년에 <다시올문학>이라는 문예지의 신인상을 받았다. 그러나 시가, 시인이 무엇인지 모르면서 그저 문학이, 시가 좋아서 시작한 것 같다.

 

신춘문예 도전 동기와 당선작 ‘돋보기의 공식’을 소개하면?

신춘문예의 도전은 그동안의 삶의 관성이라는 생각이다. 나 역시 모든 문청인의 꿈이라고 할 수 있는 신춘문예 등단의 꿈을 키웠다. 등단작 ‘돋보기의 공식’은 돋보기를 쓰고 거울을 바라보았을 때 발견한 낯선 자신을 표현한 것이다. 외모뿐만 아니라 내면의 황폐함과 보이지 않는 상처를 응시하게 되었다. 마치 금이 가 있지만, 아직은 깨지지 않은 채 그간의 모양을 지탱하고 있는 그릇처럼, 우리 모두 자세히 보면 수많은 주름과 아문 상처가 보일 것이다.

 

시인이 되기까지 준비과정은?

퇴직 앞두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무엇일까, 나답게 살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등을 생각하다 경희사이버대학 미디어문예창작학과를 편입학했다. 국어국문학 전공, 국어교사 경력을 버리고 새로 시작해야 했다. 이것은 무엇보다 뼈를 깎는 고통과 인내를 요구했다. 변화와 새로움을 받아들이기 위해 다른 분야의 책을 많이 읽었고 인식과 마인드를 바꾸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등단 이후 활동상은?

신춘문예 당선은 시인으로서 시작이지 훈장은 아니다. 그래서 이 분야의 왕초보이므로 더 많은 공부가 필요했다.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다양한 문예지에 신작시를 발표했다. 경희사이버문인회, 글샘, 전망, 시for.net 등 동인활동도 아주 열심히 했다. 등단 후 2020년과 2022년에 두 권의 시집을 출간했고 북콘서트나 북토크, 낭독회 등 독자와의 만남도 열심히 했다. 무엇보다 많은 시인들과의 새로운 만남과 교류가 큰 즐거움 이었다.

 

출간한 시집과 내용을 소개하면?

이번에 출간한 시집 『뱀파이어의 봄』은 2020년부터 3년간 쓴 작품을 묶었다. 2020년 1월에 북인도, 네팔 여행과 코로나19가 이 시집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또 이 시기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1부는 죽음에 대한 고통과 희망 2부는 다양한 관계의 존재 방식 3부는 그러한 관계 속에서도 사랑을 실현하는 모성에 대한 시들이다. 그러나 그물처럼 엮인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인과와 종속, 그리고 불가분의 관계 속에서 서로 고통을 주고받으며 사랑과 희망을 찾으며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독자에게 자신의 시 세계를 소개하면?

제1집 해설을 쓴 오민석 평론가는 “일상 속에서 사물과 인간의 ‘진지한’ 존재론을 끄집어내는 기법은, 이 시집 전체를 관통하는, 우남정의 독특한 시적 전략이다”라고 평한 바 있다. 이번 출간한 시집 『뱀파이어의 봄』의 해설을 쓴 이성혁 평론가도 “존재에 대한 진지한 사유와 시적 진실에 이르는 과정이 ‘일상적인 인식을 낯설게 만들고 새로운 인식’으로 이끈다"고 평했다. 사물과 대상에 대해서 사유가 깊다는 평을 자주 듣는데 젊은이에게 보기 힘든 늙은이만이 누릴 수 있는 관조와 달관의 인식이 아닐까 생각한다.

 

국어교사 출신인데 사이버대학에서 공부한 이유는?

국어국문학과 졸업과 대학원에서 국어교육 전공, 국어교사로서 막상 시를 쓰려고 보니 시 창작에 대한 전문적인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문학의 흐름을 이해하고 싶었고, 시작법이라든가 현대시를 이해하고 시 창작에 대해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싶어서 정년을 몇 해 앞두고 경희사이버대학 미디어문예창작학과를 편입학했다.

 

시인으로서의 보람과 어려운 점은?

시인으로서의 달라진 삶은 아름다운 인생이다. 문학의 본질이 삶에 뿌리가 있기 때문에 삶의 다양한 면을 관찰하고 사유를 확장할 수 있다. 시창작은 미적인 감각과 세상을 바라보고 향유하는 힘을 길러 준다. 정신적으로 강건하며 젊은 감성과 예민한 감각을 유지하여 자신의 존재에 대해 신뢰와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어려운 점은 고정관념과 관성, 타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자칫 신파나 넋두리에 빠지기 쉽고 사물이나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에 새로운 감각과 시선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그밖에 하고 싶은 말씀은?

나이가 자랑이 아니라는 생각, 인생 2막은 자신을 위해 살아야 한다고 본다. 종심(마음을 쫓는다)은 공자가 “70세가 되어 뜻대로 행하여도 도에 어긋나지 않는다”에서 나온 말인데 시를 쓰는 것이 자신을 돌아보고 사유하고 그리고 그 속에서 자신을 찾는 일이라면, 바로 그것이 종심에 이르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재물이나 이익, 명예를 위해 일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즐기고 그 속에서 당당하게 자신감 있게 살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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