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회복지공동모금회(서울 사랑의열매)는 매년 연말연시에 교육복지 취약계층 학생 지원을 위한 ‘학교모금 캠페인’을 펼친다. 이번 캠페인은 이달 31일까지 진행한다. 모금된 성금은 저소득층 가정 학생들의 성장과 심리 안정을 돕는 데 쓰인다. 캠페인의 의미와 필요성에 공감한 교육 가족들의 참여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캠페인 참여를 통해 나눔 교육을 실천하는 학교 현장의 사례가 눈길을 끈다.
▨1년 나눔 프로젝트 기획한 문지원 교사=지난해 12월 2일 오후 1시. 서울신림초에 어른 키만 한 열매둥이 인형이 찾아왔다. 열매둥이는 사랑의열매를 상징하는 열매 모양으로 만든 캐릭터다. 이날 6학년 학생들은 열매둥이와 함께 성금 전달식을 가졌다. 지난 1년 동안 진행한 나눔 프로젝트의 마지막 여정이었다.
서울신림초는 2년간 나눔 프로젝트를 운영했다. 문지원 교사의 제안에 같은 학년 교사들이 동참하면서 학년 행사로 마련했다. 문 교사는 “직접 나눔을 해봤더니 주는 것보다 얻는 게 많았다”면서 “다른 데서는 얻을 수 없는 기쁨을 느꼈고, 학생들도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첫해에는 수업하면서 만든 공예품을 전시, 판매한 금액을 반별로 기부했고, 지난해에는 판을 키웠다. ‘기부 바자회’를 연 것이다. 수업과의 연계도 고려했다. 동료 교사들과 함께 환경, 진로, 인성(나눔) 등을 주제로 수업을 재구성하고, 1년에 걸쳐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관심사와 재능을 살폈고, 판매할 물건을 직접 만들었다.
문 교사는 “재능 기부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하던 아이들도 직접 만든 물건을 다른 사람이 돈을 주고 사 가는 것을 보면서 자신의 재능이 가치 있는 것이라고 느꼈다”고 귀띔했다.
바자회가 끝나고 학생들은 “물건이 다 팔려서 기분 좋았고, 내가 만든 물건이 가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친구들이 내 물건을 사줄 때 더 잘 만들걸, 아쉬웠다” “솔직히 나눔 프로젝트를 하면서 돈이 얼마나 모인다고, 기부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는데 20만 원 가까이 모여서 놀랐다” “바자회를 준비하고 마무리하면서 많은 것을 보고 배워서 뿌듯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판매 금액을 전달하는 성금 전달식도 마련했다. 손쉽게 온라인으로 기부하는 방법도 있지만, 직접 모은 성금을 전달하는 경험을 학생들에게 선물하고 싶어서다. 서울 사랑의열매에 도움을 요청했고, 지난달 2일 학교에서 전달식이 열렸다. 아이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문 교사는 “예상하지 못했던 아이들의 반응에 놀랐다”고 했다.
“나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같은 학년 선생님들이 무척 고생하셨어요. 동료들과 함께 아이들에게 의미 있는 경험을 만들어줬다는 생각에 보람을 느낍니다. 교사들에게도 의미 있는 교육 경험이었고요. 더 많은 학생과 선생님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2004년부터 모금캠페인 진행하는 서울 성내중=서울 성내중은 2004년부터 사랑의열매 학교모금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학교에서 지향하는 교육 목표인 ‘창의적 역량과 협력적 인성을 갖춘 미래 인재 육성’을 위해서다.
교실마다 교탁에 모금함을 놓아두고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하게 한다. 학교모금 캠페인이 시작되면 고화영 교육실무사(교무)의 마음이 분주해진다. 고 실무사는 5년째 학교모금 캠페인을 담당하면서 학교 구성원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그는 “어떤 교육보다 가장 교육적인 활동이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했다.
“흔히 나눔이라고 하면 ‘대가 없이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주는 것보다 나에게 오는 행복이 더 큽니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나눔을 배웠습니다. 콩 한 쪽도 나눠 먹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나눔은 ‘함께’라는 공동체 의식을 느낄 수 있죠. 나눔을 공유하고 함께 누리고 즐기다 보면 마음이 따뜻해져요. 결국 모두가 행복해지죠.”
성내중 학생들은 용돈을 쪼개 참여한다. 오랫동안 모았던 돼지저금통을 통째로 가져오는 학생도 있다. 학부모들은 자녀가 나눔 활동에 동참하도록 힘을 보탰다. 이번에는 전교생에게 사랑의열매 배지를 나눠줬다. 배지를 보면서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고 나눔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고 실무사는 “나누고 싶은 마음만 있다면 금액은 상관없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모금에 참여하면서 금액이 너무 적다고 움츠러드는 학생을 봤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더 많이 내고 싶은데, 그러질 못했다는 거죠. 그 마음을 느껴보는 것, 돕고 싶은 마음이 중요하다고 말해줍니다. 한 1학년 학생이 어떻게 모금에 참여하면 되냐고 묻더니 집에서 돼지저금통을 가져왔어요. 용돈을 쪼개 5만 원 남짓을 모아온 2학년 학생도 있었죠. 학생으로서는 큰돈인데, 기부해도 괜찮으냐고 물었더니,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대답하더군요. 따뜻함이 묻어난 말 덕분에 저도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