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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게 읽는 책> 자동차 인터페이스 디자인

박수레 지음|책만 펴냄

 

제목에 대한 부담감이나 선입견만 들어내면 남녀노소 모두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하긴 <자동차 인터페이스 디자인>이라는 제목을 보고 누구나 읽을 수 있는 교양책이라고 생각하기도 쉽지는 않은 일이다.

 

그렇다고 자책할 필요는 없다. 2015년 소셜미디어 링크드인의 조사에 따르면 ‘부모에게 설명하기 불가능한 직업 TOP 15’중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한 것이 ‘자동차 UX 디자인’이었다니 말이다. 자동차 인터페이스 디자인은 자동차 외관을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자동차를 조작하면서 보고, 듣고, 만지는 모든 것들을 디자인한다. 가령 핸들, 버튼, 룸미러, 스위치, 계기판 등을 말한다. 한마디로 운전을 하는 사람이라면 매일 만지고 보고 듣는 기기를 어떻게 하면 더 안전하고 효율적이며 보기 좋게 만들고 배치하는지를 고민하는 사람이다.

 

자동차에 꽃병이?

 

2000년대까지 생산되었던 뉴비틀에는 놀랍게도 운전석과 중앙 송풍구 사이에 모나미 볼펜을 꽂아두면 딱 좋은 모양의 꽃병이 마련돼 있었다. 자동차 역사가 시작된 초기에는 실제로 많은 사람이 차에 꽃을 꽂아두고 다녔다고 한다. 그래서 아예 꽃을 꽂을 수 있는 용기가 자동차 주변기기로 정착했던 것인데 요즘은 왜 없어졌을까?

 

많은 사람이 전기차를 신문명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포르쉐는 1898년에 이미 전기차를 생산했다. 그 당시 내연기관차보다 사용하기 편리한 전기차는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았는데 전기차에 꽃을 장식처럼 달고 다니는 것이 유행되었으며 급기야 자동차 전용 꽃병이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당시 자동차 꽃병은 심미적인 기능보다는 방향제 역할을 한 것이 좀 더 정확하겠다. 예나 지금이나 전기자동차는 큼지막한 배터리를 달고 다녀야 하는데 썩은 계란 냄새 비슷한 배터리 냄새가 풍겼다고 한다. 더구나 땀 냄새와 배터리 냄새가 뒤섞여 고통스러운 여름철에는 꽃 냄새 말고는 콧구멍에 작은 안식처가 따로 없었다. 차량용 꽃병은 오랫동안 자동차 액세서리로 살아남았지만, 에어컨이 장착된 이후로는 탈취제 역할보다는 장식 역할이 더 컸다.

 

또 우유를 실어 나르던 한 트럭 운전사가 쏟아진 우유 냄새 때문에 골치 아파하자 캐나다 화학자 줄리어스가 두툼한 종이에 향기가 나는 물질을 발라서 제품으로 개발했다. 줄리어스가 당시 만든 나무 모양 종이 방향제는 차량용 방향제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고 탈취제로 사랑받았던 자동차 꽃병은 자취를 감추게 된다.

 

기능 변천사 엿볼 수 있어

 

전쟁기념관에서 한국전쟁 당시 노획한 김일성이 타고 다니던 승용차에 대한 설명을 읽다가 이 차에 ‘파워윈도’ 기능이 있다는 구절을 보고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불과 1990년대 중반까지 내가 잘 타고 다니던 차에도 닭 다리처럼 생긴 수동으로 창문을 올리는 손잡이가 달려 있었다. 지금도 일부 경차 뒷좌석에는 이 손잡이가 달려진 상태로 출고된다. 그런데 1950년대에 파워원도라니 쉽게 믿기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자동차 인터페이스 디자인>을 읽다 보니 1940년대에 이미 파워윈도 버튼이 개발됐고 비슷한 시기에 출시됐던 포드 링컨의 최고급 모델에는 전 좌석 파워윈도 버튼이 장착돼 있었다.

 

2000년대 초반 이전부터 운전했던 사람이라면 혹시 그 당시 차에 달려 있던 돌출형 파워윈도 버튼이 그리울지도 모르겠다. 요새는 위로 들어 올려야만 창문이 올라가는 버튼이지 않은가. 꾹 누르면 창문이 올라가는 편리한 버튼이 사라진 이유가 있다. 아이들이 창문 밖으로 목을 내밀고 기어오르다가 버튼을 실수로 밟기라도 하면 끔찍한 사고로 이어진다. 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 돌출형 파워윈도 버튼이 사라진 것이다.

 

<자동차 인터페이스 디자인>을 읽다 보면 우리가 별생각 없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 사용하는 잡다한 물건들을 좀 더 안전하고 편리하며 보기 좋게 만들기 위해서 피땀을 흘리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책의 또 다른 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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