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 학생잡지사의 문예작품 모집에 여기저기서 모방한 글로 입선한 적이 있다. 그 후 몇 군데 문예지에 도전하는 의욕을 과시했지만 번번이 낙방한 후 애당초 문학은 나의 능력으로는 미치지 못하는 분야라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글을 쓰고 싶은 욕심을 버리지 못했던 것이 행운을 가져?준 것일까. 의욕만 앞세워 내놓기 부끄러운 글을 투고하고 조마조마했던 자신이 쑥스럽기만 하다. 다행이 더 공부하라는 의미에서 당선이라는 영광의 자리를 만들어준 심사위원들과 한국교육신문사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세상은 갈수록 빠르고 강렬한 속도로 인간의 삶을 몰아간다. 빠른 것이 이기는 시대이며 남들보다 빨라야 똑똑하고 현명하며 아름다움까지 인정받는다. 학교 교육도 이런 시대적 흐름에 동승하여 공동체적 나눔의 삶보다는 개인의 이익과 가치를 존중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그래서 더할 수 없이 높고 순수함을 강조하던 우리의 미덕은 이제 박물관의 유물처럼 퇴색되어 간다.
자신의 눈에 차지 않으면 당장 따돌리거나 무시해 버리는 인정 없는 현실을 방관만 하고 있다. 상대에 대한 배려보다는 경쟁과 이기심으로 욕심을 채우기에 급급하며 물질의 과다에 삶의 가치를 판단할 뿐이다.
21세기의 디지털화 시대에 순수한 아름다움을 찾는 것이 생뚱맞거나 시대에 뒤떨어진 고루한 생각이라고 비난 받더라도, 저녁 햇살의 은빛 갈대가 바람에 휩싸일 때 눈물이 핑 도는 순정을 가진 젊은이를 포옹해 주고 싶으며, 비바람에 뉘였다가 일어나는 억새풀을 바라보며 거친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찾는 그들에게 찬사를 보내야 한다. 이 지면을 통해 만날 기회가 자주 있기를 기대해 본다.
/류제광 천안 복자여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