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나는 이야기하기를 좋아하는 아이였다. 밤새 읽었던 소년 소녀 명작전집의 보물섬이며 걸리버 여행기 등의 이야기를 풀어놓으면 내 주위로 친구들이 몰려들어 눈을 초롱초롱 빛내곤 했었다. 제대로 된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된 것은 친구들에게 이야기 들려주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꼈던 그렇?꼬마였을 그 무렵부터였을 것이다.
그랬음에도 나는 참 오랫동안 글을 쓰는 일에 용기를 내지 못했다. 방송국에서 드라마 쓰는 일을 계속 할 수 있었던 기회가 있었지만 포기하고 결국 교사가 되었고 소설을 쓰려고 공부를 시작했었지만 늘 남보다 소설을 조금 많이 읽는 것으로 위안을 삼았었다. 그러던 내가 동화를 써야겠다고 생각한 건 그 옛날 나의 이야기를 초롱초롱한 눈으로 들어주던 친구들처럼 나의 이야기를 기다리는 우리 반 아이들 때문이었다. 글을 쓰면서 ‘지나치게 교훈적이진 않을까, 너무 작위적이진 않나’ 늘 고민하고 힘들었지만 그 모든 글들을 늘 즐겁게 들어주고 감동받았다는 쪽지까지 건네주는 우리 반 마흔 두 명의 아이들이 나에게 제대로 된 이야기를 만들어 보아야지 하는 용기를 주었다. 그리고 이 글은 그런 생각으로 처음 쓴 동화다.
여러 가지로 미흡함이 많은 처음 글에 이렇게 큰 기회를 주신 여러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또한 초등교사로 걸어가는 길에 나의 지표가 되어 주시는 아버지, 이제 30개월 된 나의 딸을 나보다 더 아끼고 사랑하시며 키워주시는 어머니, 늘 책 속에 파묻혀 어수선하기만 한 나를 그래도 살림꾼이라 칭찬해주는 남편, 무엇보다 나의 다음 작품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나의 유일한, 그러나 열렬한 독자들인 정자초등학교 4학년 2반 마흔 두 명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이제 정말 문학을 향해 나 있는 문을 두드릴 용기가 생겼다. 시작이다.
/하문혜 경기 수원 정자초등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