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 중 버스와 택시가 있다. 이 둘 중 무엇이 더 합리적인 선택일까? 정답은 둘 다일 것이다. 사람마다, 상황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버스가 돈을 좀 더 아낄 수 있다. 택시를 타면 시간 비용 또는 에너지 비용을 아낄 수 있을 것이다.
경제학은 선택의 학문이라고 한다. 이번 글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경제생활에 관한 내용이다.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읽어보고 본인에게 맞는 내용은 활용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지만 재무설계에 관한 내용이므로 선택의 기준이 ‘돈’에 더 초점은 맞춰져 있다는 점은 양해 부탁드린다.
필자는 서민금융진흥원에 위촉된 금융교육 강사다. 연간 400회 이상의 강의를 진행하며 1만 명 이상의 사람을 만나 오고 있다. 그 중 사회초년생이 25% 이상을 차지하는 것 같다. 이번 글은 지금까지 만났던 사람들의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사회초년생에게 재무설계가 왜 중요한지, 그리고 재무설계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효율적인 시간 관리에 관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외국의 한 교수가 연단에 어항을 올려놓고, 큰 돌 다섯 개를 담았다. 그리고 조약돌, 모래, 물을 차례대로 넣었다. 그런데 만약 모래부터 넣었다면 어땠을까. 큰 돌과 조약돌을 넣을 수 있는 공간이 없었을 것이다. 교수는 인생도 이와 같다고 말한다. 별것도 아닌 것에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면 정말 의미가 있는 일들을 위한 시간은 없을 것이라고 말이다. 가장 큰 돌이 의미하는 것은 인생에서 중요한 것들이다. 가족과 친구와의 관계 그리고 건강과 같은 것이다. 다음은 조약돌이다. 조약돌은 다음으로 중요한 것들이다. 집, 차, 직업과 같은 것 등이다. 모래는 그 외의 것이다. 그냥 별것 아닌, 중요하지 않은 것들 말이다. 그는 말한다. 시간을 현명하게 쓰려면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 재무설계의 중요성
돈도 다르지 않다. 재무설계란 ‘인생의 꿈’을 위해 구체적인 돈 관리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사람들과 좋은 인간관계를 맺는 방법은 다양하겠지만,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고, 소소한 일생의 행복을 공유하는 것. 그러나 이것을 누리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경제적인 여건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리고 조약돌에 해당하는 집 마련, 차 구입 역시 돈이 있어야 가능하다. 모래와 같이 별것도 아닌 일에 돈을 써버린다면, 인생의 꿈과 멀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인생 이벤트, 가령 집 마련, 아이 교육비, 노후 준비까지, 여기에 필요한 자금은 얼마 정도일까. 한국소비자원은 2013년 결혼 당사자와 혼주 1000여 명을 상대로 결혼 지출 비용과 부담감 등 인식실태를 조사한 결과 주택 마련을 제외한 1인당 평균 결혼 비용은 5198만 원으로 밝혔다. 집값은 어떤가. 지역별로 다르다. 2022년 기준 한국부동산원의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평균은 12억 6000만 원, 경기도는 5억 8000만 원. 2022년 기준 KB국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5개 광역시는 4억 592만 원, 기타지방은 2억 4361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제 자녀의 양육비 및 교육비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자녀 1인당 월평균 72만 1000원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노후 생활비다. KB금융그룹 경영연구소는 ‘2020 한국 1인 가구 보고서’에서 국내 만 19세~59세 1인 가구(연소득 1200만 원 이상, 1인 가구 생활 3개월 이상)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노후를 위해선 5억 7000만 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평균 지출금액이 얼마인지 그리고 은퇴를 언제 하느냐에 따라 많은 금액이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중요한 건 총금액보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최소 월평균 생활비가 아닐까. 기본적인 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최소생활비는 부부 198만 7000원. 개인은 124만 3000원으로 봤다. 이는 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연구원이 2013년 1월 3일 발표한 ‘제9차(2021년도) 중·고령자의 경제생활 및 노후준비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른 것이다.
참고로 미래에셋투자와 연금센터에 따르면 물가상승률 3%, 투자수익률 4%, 은퇴 기간 25년으로 가정하는 경우 60세 부부가 최소 월 생활비 198만 7000원으로 생활하려면, 총 5억 3213만원이 필요하다. 돈에 관한 부분도 시간 관리와 다르지 않다. 한정적인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을까. 큰 돌이 무엇인지, 조약돌은 무엇일지 정하고,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현재뿐 아니라 미래도 중요하다. 소득은 오늘의 나를 위한 돈뿐 아니라, 미래의 나를 위한 돈이기도 하다. 한정적인 자원을 목적뿐 아니라 시간에 따라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어야 한다.
과거 사회초년생 재무설계 교육을 갔을 때 해당 기관 담당자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당시 입사할 때는 시작점이 같았는데 재무설계를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퇴직을 1~2년 앞둔 지금, 결과는 너무도 다릅니다. 재무설계를 준비해서 실천해온 사람은 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지만, 재무관리를 잘하지 못한 사람은 퇴직한 이후에 어떻게 해야 하나, 돈 걱정에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만약 기대수명이 65세 정도라면 60세쯤 퇴직 후, 5년 정도 모아놓은 돈으로 살다가 세상을 떠나면 될지도 모른다.
즉, 수명이 짧던 과거에야 재무관리는 하면 좋고, 안 해도 사는데 문제까지는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야기가 다르다. 100세 시대다. 숨 쉬는 동안 계속해서 돈은 필요하다. 돈을 써야 하는 기간은 100년인데, 돈을 버는 기간은 상대적으로 짧다. 퇴직이 60세라면 노후 40년은 금융 소득 등으로 버텨야 한다. 돈 없이 오래 사는 것을 ‘무전장수’라고 한다. 만약, 100세 시대가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자칫 돈 없이 오래 살아야 하는 ‘무전장수’가 될 수도 있다
■ 다이어트와 재무설계의 닮은 점
돈은 다이어트와 닮은 점이 많다. 다이어트에 성공하는 방법? 어떻게 보면 굉장히 간단하다. 첫 번째는 소식하기, 두 번째는 운동하기, 세 번째는 소식과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다. 돈도 다르지 않다. 첫 번째 적게 쓰기, 두 번째 많이 벌기, 세 번째 첫 번째와 두 번째를 꾸준히 하는 것. 그런데 여기에서 ‘많이 벌기’는 연봉이 많다는 것일까? 물론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총량이다. 즉, 오래 버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 다이어트의 과정을 생각해보자. A씨는 가지고 있던 옷들이 줄어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혹시 살찐건가 라는 합리적 의심이 들어서 체중계에 올라가 보는데, 이런! 맙소사! 5kg 이 찐 것이 아닌가. 문제가 무엇인지 찾아본다. 아무래도 야식을 너무 먹었나 보다. 그리고 운동은 하지 않았다. 이제 A씨는 한 달에 1kg씩 빼서 5개월 뒤에는 5kg을 빼야겠다는 목표를 세운다. 야식은 될 수 있으면 피하는 것으로, 하루 40분은 유산소 운동, 20분은 근력 운동을 하기로 하고 헬스장에 다닌다. 매달 체중계를 확인하며 1kg 감량 목표에 도달했는지를 점검한다.
■ 재무설계 방법
재무설계를 위해서는 첫 번째, 체중계에 올라가 정확한 몸무게를 재듯, 정확한 재무 상태를 확인하는 과정, 즉 재무상태 분석이다. 재무상태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자산상태표와 수지상태표의 작성이 필수다. 자산상태표는 현재 시점의 자산과 부채 등을 작성하는 것이다. 수지상태표란 수입과 지출을 정리한 일종의 가계부라고 할 수 있다. 고정지출과 변동지출로 나누고 계정별로 각 금액을 계산해 본다. 수기로 작성해도 좋고, 엑셀로 정리해도 좋다.
두 번째는 자산상태표와 앞서 정리한 수지상태표 등을 확인하고 ‘재무 문제점 찾기’이다. 위험 보장을 위한 보험이 과다하게 가입된 것은 아닌지, 부채의 비중 등이 소득과 비용하면 과다한 것은 아닌지 소득 대비 비율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통상 보험은 1인 가구 기준 소득의 5% 이하가 부담되지 않는다고 한다. 대출 원리금 비중은 주택담보대출 등을 포함하여 소득의 33.3% 이하를 추천한다.
세 번째는 목표 설정이다. 다이어트를 하겠다는 두 사람이 있다. A씨는 목표를 한 달 1kg씩 5개월간 5kg이라는 수치화된 목표를 세우고 그에 맞는 방법을 계획한다. 그에 반면 B씨는 명확한 목표 없이 다이어트를 시작한다. 누가 성공확률이 높을까? 당연히 A씨다. 목표 설정은 중요하다. 목표는 세분화할수록 성공확률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이것은 연구 결과를 통해서도 밝혀진 사실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 비재무적인 목표 설정이 재무적인 목표보다 먼저라는 것. 큰 돌에 해당하는 인생의 행복, 꿈에서부터 시작한다. 인생에서 이루고 싶은 꿈을 시간을 나눠 계획한다. 3개월, 1년 후, 3년 후, 5년 후, 10년 후로 나누어도 좋고, 20대, 30대, 40대, 50대, 60대 이후로 나누어도 좋다. 그때의 모습이 어떤 모습일지 기분 좋은 상상을 해보자. 뜬구름 잡듯이 적어도 좋다. 그리고 이 꿈을 이루는 데 필요한 자금은 얼마인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목표를 세우는 것이다. 아직은 사회초년생이라서 먼 미래가 와 닿지 않는다고 하는 분들도 있을 수 있다. 그때는 전세자금 마련을 목표로 하는 것, 아니면 1년간 1,000만 원 모으기 등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네 번째, 예산 수립 과정이다. 그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소비계획, 저축 및 투자 계획 등을 짜는 것이다. 예산 수립을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통장 나누기다. 요즘에는 별명 붙이기 등을 통해 하나의 통장으로 돈을 나누는 기능이 가능한 은행 상품들도 있다. 꼭 통장 나누는 게 아니어도 별명 붙이기 등으로 목적에 따라 돈을 나눠보기를 추천한다. 중요한 것은 목적별로 돈을 나누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목적성 통장이 필요할까.
먼저, 예비비 목적의 저수지 통장이 필요하다. 인생에서 돈이 바짝바짝 마를 때가 있다. 이때 저수지 통장은 가뭄에 단비가 되어줄 것이다. 즉, 저수지 통장은 혹시 모를 지출을 대비하기 위한 통장이다. 통상 생활비의 3개월에서 6개월 정도의 금액을 넣어두는 것을 추천한다. 이 돈은 월급에서 일부의 돈을 모아 마련하기란 쉽지 않으므로 상여금 등의 목돈, 비정기적인 소득 등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저수지 통장으로는 하루만 맡겨도 이자를 받을 수 있는 CMA, MMF 등을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다음은 고정지출이다. 매번 나가야 할 돈은 따로 통장을 만들어 자동이체 등을 신청해 놓는 것이 좋다. 빠져야 할 돈이 잔액 부족으로 연체된다면 신용 점수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생활비는 소비 시 필요한 것과 원하는 것으로 나누고, 우선순위를 필요한 것 먼저 쓰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그렇다면 묻고 싶다. 필요한 것만 사고, 미래의 소비만을 위해 저축하는 것이 답일까? 필요한 것만 사면서 현재의 행복을 포기하는 것이 진정한 돈 관리 방법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다. 지금의 행복도, 미래의 행복도 둘 다 중요하다.
금융학에서 소비는 행복이라고 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새뮤엘슨은 행복이란 소유(소비)를 욕구로 나눈 값이라고 정의했다. 즉, 가진 게 아무리 많아도 가진 것보다 가지고 싶다는 욕구가 더 크면 절대 만족이란 있을 수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원하는 것을 먼저 사기만 한다면 이 또한 앞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용돈 통장이 중요하다. 용돈 통장의 한도를 정하고, 한도 안에서 원하는 것을 사는 것이다. 또한, 용돈 통장에 있는 돈을 모아 원하는 것을 사려고 할 때, ‘과연 이 소비의 만족감의 시간은 얼마나 되겠는가.’에 대한 고민도 한 번 더 해볼 기회가 될 것이다. 그 외 여행이라면 여행 등 목적에 맞게 통장을 나눠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 저축 및 투자 계획이다. 저축할 때는 목적뿐 아니라, 시간을 나눠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돈 관리는 가지고 있는 자산을 어떻게 나누어 효율적으로 쓸 것인가 포트폴리오의 문제이다. 목적에 따라 시간을 나눠 단기에 모을 돈인지, 중기로 모을 돈인지, 장기로 모을 수 있는 돈인지 설계하고 그에 맞는 금융 제도와 금융 상품 등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꾸준한 실천’이다. 강력한 자기 통제력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다이어트 목표를 잘 세웠다고 한들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또한, 단기간에 성공했다고 한들 꾸준하지 않으면 다이어트에 성공했다고 안심할 수 없다. 다이어트 요요현상이 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돈 관리도 마찬가지다. 계획을 수립했다면 재무 목표 달성을 위해 계획을 실행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장거리 달리기하듯 주기적으로 문제점을 파악하고 점검해야 한다. 하지만 숱한 사람들은 말한다. “해야 하는 건 아는데, 쉽지 않아요.” 그런 분들께 묻고 싶다. “당신은 꿈만 꾸는 인생을 살 것인가, 아니면 인생의 꿈을 이루며 살 것인가.”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