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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서울 여행 1

안국역 주변의 하루

서울, 경기지역에서 태어나고 공부를 한 필자는 이 지역을 ‘아주 잘’까지는 아니라도 알고는 있는가 생각해본다. 서울이나 경기지역은 집안행사나 일, 모임 등으로 자주 가는 곳이라 여행을 생각하지는 않았다. 생각해보니 ‘볼거리’ ‘맛집’은 어느 지역 못지않게 많다.

 

개강이 얼마남지 않은 이 시간 급히 동생에게 연락하여 여행을 계획하였다. 연일 뙈약볕이 내리는 무더위에 주차도 어려워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걸어서 가야하는 서울여행에 한편 어이없고 한편 걱정하는 가족의 반대가 당연히 있었다. 다리가 아프거나 무더위가 심하거나 그저 둘러보는 일이 귀찮아지면 쉬면 될 일이다.

 

신랑의 도움을 얻어 공군호텔을 숙소로 예약하였다. 휴가가 끝난 시기라 다행히 숙소가 확정되었다. 2023년 8월 16일 숙소에 도착 후 짐을 놓고 안국역으로 갔다. 갤러리도 많고, 맛집도 많고, 디저트가 좋은 카페도 많고 운현궁도, 제1호 관립소학교인 교통초등학교도 있다. 블러그를 찾아 몇 군데 좋은 곳을 예정하였지만 동선이 안맞아 그저 지나가다 좋은 곳이면 들어가기로 하였다.

 

운현궁이 보이기에 들어갔다. 예전에도 와본 곳이다. 미주리대(UMSL)의 매리앤, 쥬디 교수와 왔었다. 당시에는 인사동에 숙소를 잡고 고궁박물관, 운현궁을 둘러보았는데 매리앤과 쥬디는 궁궐이나 박물관보다 거리, 상점, 음식점, 찻집을 더 좋아하였다. 필자도 그렇다. 궁궐이나 박물관도 좋지만 한복입고 돌아다니는 관광객들, 맛난 음식과 디저트를 놓고 여유롭게 혹은 왁자하게 즐기는 건강하고 생생한 생동감 그 분위기가 좋다. 필자는 PC방을 좋아하지 않지만 매리앤과 쥬디는 공주대학을 방문하였을 때 학생들과 함께 가본 떡볶이집, PC방, 아이스크림 상점을 두고두고 이야기하였다.

 

운현궁은 그저 예전과 다름없었지만 시간의 여유가 있는 까닭으로 사랑채, 안채, 행랑채, 뒷곁까지 둘러보며 사진을 찍었다. 예전에도 생각하였지만 방이 너무 좁고 작다.  당시 평균키를 찾아보니 남성 161cm, 여성 149cm이다. 이 크기의 신장이라할지라도 방이 너무 작고 좁아 새우잠을 자야했을 듯하다. 디디고 올라야 할 계단은 또 왜그리 많고 높은지 부엌에서 음식재료를 준비하고 날라야 할 사람들은 다리가 성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동생은 가는 곳마다 한마디를 하였다.

 

운현궁을 나와 낙원상가쪽으로 걷다보니 교동초등학교가 보였다. 늦은 시간이라 학교문은 닫혔고 공사중이라 학교교정도 잘 보이지 않았다. 1894년에 개교하였다는데 고종시대의 모습은 외벽에만 재현해 놓은 듯하다. 학교안을 들어갈 수 없어 보지못하였으나 당시의 흔적이나 기록을 소중히 여겨 가능하면 그때의 면면을 원본에 가깝게 복원시켜놓았기를 바란다. 에너지를 보충할 때가 되었으므로 근처 식당에서 아구찜을 먹었다. 배가 든든하니 돌아가신 김수근 건축가의 원서동 공간사옥을 보기로 하였다. 담쟁이넝굴로 덮힌 건물에 아라리오 뮤지엄과 카페가 있었다. 카페에 앉아 커피와 디저트를 즐기며 휴식을 취하고 힘을 내어 종로3가까지 걸어보며 주변을 살펴보기로 하였다.

 

종로3가까지의 거리는 오후 8시가 넘었는데도 기온은 낮아지지 않고, 대로를 씽씽달리는 차들, 많은 사람들로 복잡하고 시끄러웠다. 커피숖이 있으면 들어가서 빙수라도 먹고싶은데 마땅한 곳도 눈에 뜨이지 않고 힘이 들었다. 조선시대에는 육의전이 있었던 거리일텐데 품위라곤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발한발 천천히 걷다보니 종묘가 보였다. 내일의 여행지는 ‘종묘’로 즉석 결정하였다.

 

반가운 종로3가역에 이르러 시원한 전철내실에서 원기를 회복시켰다. 필자가 학교다니던 70년 말엽의 전철1호선은 1974년부터 운행이 개시되어 낡은 차량도 있을 터인데 필자 일행이 탄 차량은 깨끗하고 아주 쾌적하였다. 자그마한 행운에 몹시 기뻐하며 호텔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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