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당선>고라니의 구두 한 짝
눈이 왔다. 집도, 배추밭도, 산도 온통 하얀 솜옷을 입었다. 나는 썰매를 타러 배추밭으로 갔다. 배추밭은 산을 깎아 만들었기 때문에 눈썰매 타기에 딱 좋았다. 몇 번 안 탄 것 같은데도 벌써 해가 넘어가고 있었다. 배추밭 위에 있는 잣나무 숲 안은 이미 어스름해져 푸른빛까지 감돌았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타려고 배추밭 꼭대기로 올라갔다. 어디선가 ‘닥닥’ 긁는 소리가 들렸다. 멈칫 서서 보니 잣나무 숲 속에서 나는 소리였다. 혹시 멧돼지? 와락 겁이 났다. 멧돼지라면 옴짝달싹도 못한다. 섣불리 움직였다간 사납게 쫓아온다고 아빠가 말했다. 잔뜩 겁을 먹은 채 숲 속을 자세히 살폈다. 무언가가 나무껍질을 떼어먹고 있었다. 덩치로 보아 멧돼지는 아닌 것 같았다. 갈색 털, 뾰족한 귀, 까만 눈, 까만 코…. 맞다, 고라니! 고라니가 나무껍질을 먹다 말고 문득 날 쳐다봤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오른쪽 앞발을 들었다. 앗, 앞발에 까만 구두가 없다. 다리도 뭉툭하다. 혹시 봄에 만난 그 고라니? 갑자기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지난봄이었다. “하이고 마, 지근지근 밟아 뭉개고 쏙쏙 뽑았다 카이.” 이른 아침부터 엄마가 큰소리를 냈다. 나는 자다가 깜짝 놀라 잠도 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