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공간을 넘어, 학생들이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곳이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보건교육은 필수적인 교육 영역이다. 특히 청소년기는 신체적·정신적 변화가 급격하게 이뤄지는 시기로, 이 시기에 형성된 생활 습관과 건강 인식은 성인기까지 이어진다.
정책과 엇박자 진행 중인 현실
최근 증가하는 비만, 우울·불안 등 정신건강 문제, 약물 오남용, 스마트폰 과의존, 감염병 대응 역량 등은 학교 현장에서 체계적인 보건교육의 필요성을 분명히 보여준다. 2022 개정 교육과정 역시 이러한 변화를 반영해 보건교육으로 사회·환경적 건강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루려는 정책적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초·중·고 보건교육 실시 현황은 이러한 요구를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르면 초등학교는 범교과 영역과 창의적 체험활동을 중심으로, 중학교는 선택교과와 창의적 체험활동을 통해, 고교는 교양 교과와 창의적 체험활동을 통해 보건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2023년 보건교사회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교의 93.5%는 관련 교과와 창의적 체험활동을 통해 보건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중·고교의 33.2%는 선택 및 교양 교과 형태로 보건교사에 의한 수업이 이뤄지고 있다. 그럼에도 2007년 보건교과 도입 이후 지금까지 ‘보건’은 여전히 표시과목으로 명확히 자리 잡지 못한 채, 불안정한 위치에 머물러 있다.
지난 3월 중등 정교사의 교원자격증에 표시하는 담당하는 표시과목에 ‘간호’ 과목이 신설되는 내용으로 교원자격검정령 시행규칙일부개정령이 공포됐다. 이번 표시과목 부여는 66개교인 간호전문계고(그중 사립이 75%)의 극소수 의견을 반영한 것으로, ‘보건·간호’ 표시과목으로 일반학교에서는 ‘보건’을, 특성고에서는 ‘간호’를 가르치도록 하자는 보건교사 다수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았다.
표시과목으로 자리 잡아야
초등학교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국가 수준의 체계적인 보건 교육과정이 부재한 가운데, 일선 학교가 자율적으로 교육과정을 구성하고 학운위의 심의를 거쳐 교재를 마련해야 하는 실정이다. 학교보건법은 보건교육의 체계적 실시를 규정하고, 교육부 장관이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도록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가장 기본이 되는 국가교육 과정조차 마련되지 않은 것은 분명한 한계다.
이제는 보건교육의 질적 전환을 위해 ‘보건교육’을 위한 표시과목을 명확히 정하고, 독립된 교과로서의 위상을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 아울러 초등학교 역시 국가가 정한 교육과정 안에서 모든 학교가 공통으로 운영할 수 있는 교육과정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정규 교육과정 안에서 안정적인 시수를 확보할 때, 보건교육은 단편적인 지식 전달을 넘어 실천 중심 교육으로 발전할 수 있다.
보건 교과의 정착은 학생 개인의 건강 증진을 넘어 사회 전체의 건강 수준을 높이는 기반이 된다. 건강한 학생은 더 잘 배우고, 더 건강한 사회를 만든다. 이제 보건교육을 교육의 주변이 아닌 중심에 둬야 할 때다. 학생들의 건강권을 보장하는 일은 곧 우리 사회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