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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수업⑩] AI시대 문해력과 질문

최근 미국 대학가에서 구술시험이 되살아나고 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코넬대의 한 공학 수업은 과제 제출 후 교수와 20분간 소크라테스식 문답을 나누는 구술시험을 추가했고, 펜실베이니아대는 '대면 평가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학생들이 인공지능(AI)으로 과제를 완성해 오자, 대학들이 내놓은 답이 결국 "네가 직접 설명해 보라"였던 것이다.

 

이 장면은 교실에서도 낯설지 않다. AI로 완성한 매끄러운 과제를 내밀던 아이가 "가장 중요한 문장이 무엇이니?"라는 물음 앞에서는 자기 글을 처음 보는 사람처럼 화면만 더듬는다. 답은 완성되었지만 이해는 시작조차 되지 않은 것이다. AI가 몇 초 만에 글을 써 주는 시대, 정작 위기에 놓인 것은 글을 읽어 내고 자기 말로 설명하는 힘이다.

 

도구가 역량 대신하지 않아

 

AI라는 도구 앞에서 아이들은 두 갈래로 나뉜다. 도구를 부릴 힘이 있는 아이는 도구를 만나 배움이 몇 배로 커진다, 하지만 그 힘이 없는 아이는 좋은 도구를 주어도 결과물을 받아 적는 데서 멈춘다. 이 갈림길은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선명해진다. 같은 도구를 활용하지만 오히려 배움의 격차를 키우는 역설이 벌어진다.

 

이것은 도구를 주어도 결과물은 결국 그 아이의 문해력 수준 안에서 나온다는 사실이다. AI가 아무리 훌륭한 글을 내놓아도, 그 글을 읽고 이해하고 판단하는 힘이 없다면 아이에게는 그저 낯선 글자의 나열일 뿐이다. 교실 수업에서 필요한 것은 도구 사용법이 아니라, 도구를 살려 낼 수 있는 근본 역량을 길러 주는 교육이 먼저다. 그 근본 역량이 바로 문해력이다. 문해 교육의 본질은 글을 읽고, 이해하고, 자기 언어로 표현하는 데 있다. 특히 초·중등교육은 바로 이 3가지를 숙련시키는 결정적 시기다. 최신 에듀테크보다 앞서야 할 것은, 한 문장을 정확히 읽어 내고 그 뜻을 자기 말로 풀어내는 기초적 숙련 과정이다.

 

질문수업은 바로 이 지점에서 문해력 교육과 만난다. 질문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문해력을 키우는 가장 강력한 도구다. 아이가 글을 읽고 "왜 그럴까?", "이 말은 무슨 뜻일까?" 하고 스스로 물을 때, 읽기는 눈으로 훑는 행위에서 뜻을 파고드는 사고 활동으로 바뀐다. 질문수업이 문해 교육의 본질에 어떻게 가까이 다가가는가. 이것이 질문수업을 설계하는 교사가 늘 붙들어야 할 관건이다.

 

지식의 완성은 "설명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아이가 정말 이해했는지는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기준은 자기 언어로 설명할 수 있는가다. 지식의 핵심은 암기가 아니라 설명이며, 이것이 곧 메타인지다. 설명해 보려는 순간 아이는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경계를 스스로 발견하게 된다. 인지심리학의 '설명 효과' 연구들도 설명을 전제로 배운 학습자가 더 깊이 이해하고 오래 기억한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그래서 학교는 '설명하는 연습'을 하는 곳이어야 한다. 말로 설명하고, 글로 풀어쓰고, 그림으로 그려 보고, 식으로 나타내는 것이다. 단순 연산이라고 생각하는 수학 시간 역시 읽고, 설명하고, 그림으로 표현하고, 계산해 보는 과정을 가져야 한다. 결국 하나의 앎을 다양한 표현방식의 언어로 번역해 보는 설명 연습이다. 말로, 글로, 그림 등의 다양한 언어로 표현하는 경험이 쌓일 때 배움은 비로소 그 아이의 것이 된다. 짝과 마주 앉아 서로 묻고 설명하는 짝 대화, 배운 것을 자기 문장으로 정리하는 배움 글쓰기가 바로 그 연습의 장이다. 도구의 시대일수록 교육의 순서는 분명해진다. 먼저 읽고 이해하고 표현하는 문해력을 숙련시키고, 질문으로 생각을 깨우고, 설명으로 앎을 완성하게 하는 것. 이 토대가 단단한 아이는 어떤 도구를 만나도 그것을 배움의 도약대로 삼는다. 미국의 대학들은 이제야 구술시험으로 그 힘을 확인하려 하지만, 학교교육이야말로 처음부터 그 힘을 길러 줄 수 있는 곳이다.

 

설명할 수 있으면 AI는 날개가 되고, 설명할 수 없으면 AI는 아이의 생각을 대신 삼켜 버린다. 답이 쏟아지는 시대일수록, 자기 언어로 질문하고 설명하는 힘을 길러 주는 질문수업이 가장 확실한 미래 교육이 아닐까 생각한다.

 

양경윤

창원한들초 수석교사

'질문수업 어떻게

시작할까'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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