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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공감치유 지상상담소⑯] 문제 행동 아이 걱정했는데, 학부모는 저를 탓하네요

 

올해로 3년 차 초등 2학년 담임교사입니다. 저희 반에 있는 수호(가명)때문에 사연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수호는 수업 중에 자리에 앉아있질 못합니다. 연필을 책상에 두드리다 제가 가면 발을 구르고, 모둠 활동 시간에는 다른 친구 물건에 손을 뻗다가 싸움이 나고. 하루에도 서너 번은 수호랑 관련된 일이 생겼어요. 5월쯤 더 이상 혼자 감당이 안 되겠다 싶어서 어머니께 전화를 드려 전문 기관 검사를 권유했는데, “우리 애를 선생님이 안 좋게 보는거 아닌가요?”라며 아직 어려 그 정도는 할 수 있는데 선생님이 경험이 부족하셔서 그런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그러더니 일주일 뒤엔 “수호가 선생님한테 자꾸 혼나서 학교 가기 싫다고 하던데 제가 뭐 진상 엄마들처럼 민원 넣고 그러려는건 아니지만 잘 좀 해주시면 좋겠네요”라고 전화가 왔습니다. 저는 혼낸 적이 없는데 순간 너무 당황해서 “제가 더 조심하겠습니다, 어머님”이라고 답을 했네요. 왜 그 말부터 나왔는지 제가 너무 바보 같습니다.

지금은 방학인데도 방학 같지가 않습니다. 밤에 자려고 누우면 그 통화가 머릿속에서 맴돌아요. 울컥하는 마음도 들고, 통화를 다시 하면서 한 마디 한 마디 다 반박하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어머니도 솔직히 밉고, 수호도 밉고, 그런 마음이 드는 저도 싫고. 2학기 생각을 하면 심란하기만 합니다. 교실 문을 열 생각을 하면 무섭습니다.                                                                                                                   (사연자: 서지안(가명) 교사)

 

우선 “어머니도 솔직히 밉고, 수호도 밉고, 그런 마음이 드는 저도 싫고”라는 마음을 솔직하게 적기 쉽지 않으셨을텐데 이 말씀을 적어주셔서 저는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선생님께서 “제가 더 조심하겠습니다, 어머님”이라고 답한 것이 바보 같다고 하셨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당시 선생님 앞에 놓인 선택지가 사실상 없었으니까요. 만일 맞받아쳤다면 관계가 더 나빠지고, 구구절절 설명하면 아이에 대해 이르거나 변명하는 것처럼 들렸을 겁니다. 침묵하면 마치 모든 것을 인정하는 것처럼 되는 상황이었으니 그 순간 선택하실 수 있는 가장 덜 위험한 답변이었다고 봅니다.

 

 

밤마다 통화 내용을 다시 떠올리면서 당시 하지 못했던 말들을 머릿속으로 하고 또 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한 학기 내내 쏟은 노력은 몰라준 채, 조심스럽게 꺼낸 말에 돌아온 반응이 ‘경험이 부족해서 그런 것 같다’는 비난이고, 혼낸 적도 없는데 혼냈다는 취급을 받았으니 지금 느끼고 계신 감정은 정말로 이상하지 않습니다.

 

사연을 읽으면서 과연 자려고 누우셨을 때만 울컥하셨을까, 혹여 식사하던 중이나 카페에서 등 일상의 많은 순간들 속에서 억울한 마음에 답답하지는 않으셨을까 싶었습니다. 다만 이 상태가 계속 반복된다는 것이 지금 가장 힘든 부분일 것 같아 그 부분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힘들게 하는 기억과는 단절

 

자려고 누웠을 때 다시 그 통화가 떠오르는 것은 뇌에서 그 상황을 아직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분류하고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제대로 내 입장을 설명하지 못했다고 느끼거나 부당하게 평가받았다고 느낄수록 당시 상황을 반복적으로 떠올리게 됩니다. “내가 왜 자꾸 이러지?”, “그때 이랬어야 했는데!”라고 계속 생각하는 것은 오히려 그 장면을 더 강력하게 불러내는 모순적인 결과를 낳습니다. 역설적이게도 떠오르는 생각, 그리고 당시 상황에 대한 기억과 싸우지 않는 것이 먼저입니다. 다음의 방법을 우선 연습해 보셨으면 합니다.

 

어머니와의 통화했던 기억이 떠오를 때, 바로 그 상황 속으로 들어가 보기보다는 “아, 내가 또 그 통화 생각하네”, “내가 또 그때 그렇게 말한 걸 후회하고 있네”하며 알아차리는 연습을 해보는 것입니다. 아무런 판단 없이요. 마음 챙김(mindfulness)에서는 내가 그 생각 속으로 들어가는 대신, 한 걸음 떨어져서 나를 바라보는 연습을 합니다. “내가 바보 같아”와 “내가 나를 바보라고 생각하고 있구나”는 전혀 다른 경험입니다. 처음에는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복하다 보면 밤에 그 생각이 떠올라도 조금씩 덜 끌려가게 됩니다.

 

멈추는 연습을 해본다고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낮에도 그 장면이 불쑥 떠오른다면 메모장 같은 곳에 짧게 적어두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머릿속에서 맴도는 말을 종이에 한 번 적는 것만으로도 뇌는 ‘이건 이제 어딘가에 저장되어 있어’라고 인식하면서 그 생각을 반복적으로 떠올리는 강도가 줄어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길게 일기처럼 쓰지 않아도 되고, 그날 울컥했던 것, 억울했던 것을 한두 줄만 써도 충분합니다.

 

이제 수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자리에 앉아있지 못하고, 기다리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손이 나가고, 수업과 무관한 행동이 반복되는 것들은 주의력이나 충동 조절 영역에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패턴입니다. 내용을 보면 전문 기관에서 한 번 확인을 받아보는 것이 수호나 선생님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물론 어머님의 말씀처럼 아직 어리기 때문에 자기조절 능력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지만, 선생님께서 수호에 대해 노력해 보고 어머님께 전화를 드리기까지 분명 또래보다 수호가 다른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검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수호가 왜 이런 어려움을 보이는지 이해하는 틀이 생기면 교실에서 접근하는 방식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통제권 안에 두고 가볍게 접근하기

 

당장 2학기 교실에서 해볼 수 있는 것부터 말씀드릴게요. 수호 자리는 선생님께서 자주 지나는 동선 가까이 두는 게 좋습니다. 수호가 산만해지기 시작할 때 자연스럽게 가까이 가거나 어깨를 짧게 터치하는 것만으로도 주의를 전환시킬 수 있습니다. 수호를 부르거나 지적하게 되면 아이가 주목을 받으며 오히려 더 흥분하고 감정이 안 좋아질 수 있기 때문에 말 대신 신체적으로 신호를 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수업 중에 합법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자료 나눠주기와 같은 역할을 주면 에너지 쓸 곳이 생기면서 수업 방해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모둠 활동 때는 역할을 명확하게 지정하되, 가장 먼저 끝낼 수 있는 역할을 주는 게 좋습니다. 아직 충동성이 높고 자기조절 능력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기다리는 시간을 줄여주는 겁니다. 또한 처음부터 ‘수업 시간 내내 얌전하게 앉아있기’를 기대하기 보다 ‘3분간 앉아있기’ 또는 ‘친구 물건 손대지 않기’ 등 작은 행동의 변화를 목표로 잡는 것이 좋습니다.

 

감정적 대응보다 정보 전달 해야

 

다음으로, 어머니가 “경험이 부족해서 그런 것 같다”, “진상 엄마처럼 굴려는 건 아니지만” 등의 반응을 보인 것은 선생님 개인에 대한 평가라기보다는 학부모 입장에서 불안과 방어가 섞여 나타난 반응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그 의도와 관계없이 결과적으로 선생님에게 큰 상처가 된 말인 것은 사실입니다.

 

이런 방식에 반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감정으로 대응하지 않는 것입니다. 억울해서 해명하거나, 사과하듯 조심하겠다고 하거나, 반대로 방어적으로 맞서는 것 모두 어머니에게 선생님의 감정 상태를 드러내는 셈이 돼요. 대신 사실과 관찰을 짧고 담담하게 전달하는 것이 낫습니다. “수호가 오늘 모둠 활동 중에 이런 상황이 있었습니다. 내일은 이렇게 해볼 예정입니다”처럼요. 해명도 아니고 사과도 아닌 정보 전달의 형식이에요. 이 방식이 처음엔 어색하지만 어머니 입장에서 과잉방어나 선생님 탓으로 돌릴 가능성이 낮아집니다.

 

그리고 수호와 관련된 일이 생길 때마다 짧게라도 기록을 남겨두세요. 날짜, 상황, 선생님의 대응, 통화 내용 요약 등을 모두 기록해 두는 것이 아이를 위해서도 교사를 보호하는 차원에서도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선생님께서 겪으신 상황은 저연차 교사여도 고연차 교사여도 모두에게 상처가 되고 억울할 수 있는 일입니다. 아직 학년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교실 안에서는 학생과 계속 부딪혀야 하고, 학부모와도 감정적으로 좋지 않은 상태인 것은 누구에게나 부담스럽고 맞이하고 싶지 않은 상황일 것입니다. 다만 그게 방학이 지나도 계속 무겁게 느껴지거나 2학기에 더 심해질 경우, 혼자 감당하려 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2학기 교실 문 앞에서 발이 떨어지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면 혼자 감당하려 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교사를 위한 심리상담서비스를 받아보셔도 좋고, 다친 선생님의 마음을 먼저 돌보는 시간을 가져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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