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다운 표현을 찾아서 이제까지 두 번에 걸쳐 관형격조사 ‘의’ 이야기를 해왔다. 그리고 ‘의’를 생략해도 좋은지 잘 따져야 깔끔한 말과 글을 구사할 수 있다는 것과, ‘로의’, ‘로서의’, ‘에의’, ‘에서의’, ‘으로부터의’, ‘와의’ 같은 일본어투 조사를 그대로 옮기지 말고 적절히 손질하여 한국어다운 표현을 몸에 익힐 것을 제안해보았다. 실제로 글쓰기를 할 때 ‘의’를 어떻게 하면 잘 구사할 수 있는지를 적잖이 고민하게 된다. 이른바 세계화시대를 맞이한 오늘날, 영어나 일본어, 중국어 같은 외국어의 물결은 점점 더 거세게 밀려올 것이 틀림없다. 사람의 이동이 많아지고 교류가 늘어나면 언어가 뒤섞이고 변화를 겪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밀려온다고 손 놓고 떠밀려 가기보다는 자기 자신한테 어울리는 알맞은 언어 환경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이런 점에서 마치 한국어에 남의 옷을 걸쳐 놓은 듯한 관형격조사 ‘의’의 어색한 쓰임새를 점검하여 바로잡는 일은 한국어다운 글쓰기에 여간 중요하지 않다. 서술어 중심이란 ‘의’가 던져주는 문제를 곰곰이 곱씹어보면, 한국어 표현의 특성이 동사와 형용사 같은 서술어 중심이라는 점을 새삼스레 확인할 수 있
글말투에서도 불필요한 ‘의’는 빼버리자 지난 호 글에서, 입말에서 ‘의’가 생략되기 쉬운 세 가지 경우를 제시한 바 있다. 이번에는 글말에서 ‘의’의 생략이 어떠한지 알아보기 위해, 아래에 제시한 표현에서 ‘의’의 쓰임을 주목해보자. 회색빛의 구름 한 덩이 : 회색빛 구름 한 덩이 여우색의 모피 : 여우색 모피 16평형의 원룸 : 16평형의 원룸 여러 가지의 논의 : 여러 가지 논의 노랑 머리의 청년 : 노랑 머리 청년 여섯 가지의 재료 : 여섯 가지 재료 대규모의 조사단 : 대규모 조사단 대용량의 김치냉장고 : 대용량 김치냉장고 우주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다 : 우주 개발에 박차를 가하다 자동차의 가격이 올랐다 : 자동차 가격이 올랐다 모든 경우에 왼쪽 표현에 들어 있는 ‘의’는 불필요해 보인다. 입말투에서 ‘의’를 자연스럽게 생략하고 있는 경우라면, 그런 ‘의’는 글말투에서도 생략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굳이 ‘의’를 넣지 않아도 충분히 꾸며주는 말임을 알 수 있는데도 앞에 자리한 명사 뒤에 ‘의’를 습관적으로 쓴 문장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렇게 ‘의’를 강조하듯이 집어넣게 되는 이유는 두 가지로 짐작된다. 하나는 글말투가 본디 형식을 중시한다는
[문] 괄호 안에서 알맞은 말을 고르시오. 1. 황금 보기를 (돌|돌멩이)처럼 하라. 2. 구르는 (돌|돌멩이)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 3. 누구든지 죄가 없는 자는 이 여인에게 (돌을|돌멩이를) 던져라. 4. 형은 내게 주먹만 하고 납작한 (돌을|돌멩이를) 주워 오라고 했다. 5. 저 산은 예로부터 (돌이|돌멩이가) 많고 험하기로 유명하다. 6. (돌|돌멩이) 갖다 놓고 닭알 되기를 바란다. 7. (돌을|돌멩이를) 차면 내 발부리만 아프다. [풀이] ‘돌’은 문명과 역사의 재료 세상 어디를 가나 흙먼지 속에서 흔하디 흔하게 굴러다니는 것이 돌이지만, 인류가 돌과 맺어온 관계를 돌이켜보면 돌이야말로 인간의 문명과 역사를 구성해온 기본적인 재료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돌은 고대로부터 우주를 이루는 4대 원소로 불려온 물, 공기, 불, 흙 가운데 흙에 속한다. 학교 역사 시간에 우리는 돌도끼, 돌괭이, 돌창, 돌낫, 돌화살촉, 돌칼 등 인류 역사의 시원을 이루는 석기시대의 유물들에 대해 귀에 더께가 앉도록 들었다. ‘석기시대’는 인류가 아직 금속을 다룰 줄 몰랐던 유년문명 시절의 이름이다. 그뿐인가. 정취 어린 덕수궁의 돌담, 팔방으로 뻗어나간 로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