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이야기> “쌈 싸먹을 거예요”
대구시내에서 태어나 교대를 졸업하고 농촌학교로 발령이 날 때까지 농사를 지어본 적이 한번도 없었던 나는 초임 교장선생님 사택 앞뜰에 자라고 있던 오이가 굉장히 신기하게 느껴졌다. 몇몇 학교를 전근한 끝에 결혼을 하게 됐고 사택에서 신혼을 맞았다. 오랫동안 비워뒀던 사택이라 마당 가득했던 마른풀을 뽑아내고 봄배추 씨를 뿌려보았다. 배추농사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한 아름 가깝게 부풀은 배추를 보고 내 자신이 놀란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속담처럼 채소 재배에 조금씩 자신감이 생겼다. 채소를 재배했던 경험으로 2001년 2학기에는 5학년 학생 96명이 개별로 1인 1배추를 키우도록 시도해봤다. 여름방학 중순경 배추씨를 파종했더니 8월 하순에 싹이 났지만 너무 더워서인지 자람이 신통치 않았다. 자기가 가꾼 배추는 자기가 가져간다는 약속을 했으나 처음에는 물주기를 등한시하는 아이도 있었다. 그러나 배추가 점점 커지면서 물도 잘 주게 됐고 혹 옆 짝이 잊으면 함께 물주는 아이들도 많아졌다. 애벌레가 생기자 징그러워하는 여학생을 도와 벌레를 잡아주는 남학생도 있었다. 배추속이 차오르기 시작하니 아이들의 관심은 더 높아졌다. 얼른 키우
- 김종태 대구유가초 교감
- 2004-08-26 1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