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학생의 반장 선거
지금은 초등학교라고 불리지만, 내가 처음 다녔던 학교는 국민학교였다. 어머니의 손을 잡고 입학식을 하러 갔던 날의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 있다. 나는 남학생 여학생 통틀어 우리 반에서 키가 가장 큰 아이였다. 학부모들은 운동장 뒤쪽에 와글와글 모여 있었고, 키 순서대로 맨 뒤에 서 있던 나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낙서를 하거나 옆에 있는 친구와 장난을 치거나 뒤를 돌아보면서 제 어머니를 찾아 울먹이는 아이들이 좀 모자라고 우습게 보였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연년생인 바로 위 언니가 이미 학교에 다니고 있었고, 그 위로도 언니가 둘이나 더 있었다. 학교라는 곳이 어떤 곳이고, 선생님이란 어떤 존재이며, 학교에서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언니들이 선생님이 되고 나는 하나뿐인 학생이 되어야 하는 ‘학교 놀이’를 통해, 한글도 떼고 덧셈 뺄셈도 웬만큼 배웠다. 나에게 학교는 전혀 새로울 게 없는 곳이었다. 키 큰 미운 오리 새끼 3학년으로 올라가면서 학교에 대한 나의 자신감은 산산이 부서졌다. 70년대 초,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에 힘입어 그 무렵 봉제공장을 경영하던 아버지의 사업이 급격하게 번창했다. 그 덕분에 나는 꽤 비싼 수업료를 내는 사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