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가작> 응암골 황조롱이
끼르, 끼르, 끼르 ~ 어디선가 들려오는 귀에 익은 소리가 잠자는 나의 영혼을 깨운다. 아! 이 소리는? 마치 까마득한 우주 저편에서 나를 부르는 듯 다가오는 경쾌한 음색의 주인공은 분명 매가 틀림없다. 황조롱이 매다. 녀석이 나를 찾아 온 거야! 놀라움과 반가움에 반사적으로 눈을 뜬다. 방안은 고요하고 날은 훤하게 밝아 늦잠을 잦음을 알 수 있다. 머뭇거릴 수없는 그 순간 용수철처럼 몸을 일으킨다. 녀석을 빨리 맞이해야 한다. 그리고 녀석의 비상하는 모습을 좀 더 가까이에서 바라볼 수 있는 호기를 놓쳐서도 안 된다. 그리고 베란다를 향해 잰걸음으로 다가가 사방을 훑어본다. 예상은 하였지만 역시나 매는 보이지 않는다. 다시 한 번 반대편 창문가로 달려가 아예 머리를 내어 밀고 이리 저리 살펴보지만 녀석의 모습은 끝내 보이지 않는다. 공허한 마음에 밖을 바라보니 아침 햇살이 눈부신 창밖엔 성큼 가을이 다가와 있었다. 녀석을 만나지 못한 아쉬움이 크지만 이내 허탈한 마음을 진정시키려 한다. 부엌에는 나의 이러한 괴이한 행동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집사람이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일요일의 느지막한 아침상을 차리고 있다. 황조롱이 매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몇 년 전
- 서 상 서울 신진과학기술고 교사
- 2009-04-30 14: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