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이야기> 농촌학교의 마을축제
어느 늦은 가을 밤, 내가 재직하던 음성 청룡초등학교에서는 흥겨운 마을잔치를 벌였다. 이 학교는 68명의 학생들이 오순도순 모여 공부하는 전형적인 농촌의 작은 학교다. 이렇게 작은 시골학교가 시끌벅적해진 건 온 마을 어른들과 한데 모여 펼친 ‘청룡달빛축제’ 때문이었다. 아이들은 리듬합주, 캉캉춤, 부채춤, 가족노래자랑, 동화구연 등 다채로운 공연을 마련해 솜씨를 뽐냈다. 적은 수의 학생들이 이렇게 많은 공연을 준비했으니 한 사람이 두세가지 역할을 맡는 것은 기본이다. 축제를 준비하면서 자신에게 숨은 소질이 그렇게 많은 줄 몰랐다며 스스로 놀라는 학생들. 덕분에 이제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학교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온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에요. 사람들이 박수를 치면서 ‘와!’하고 막 놀라는 거 있죠? 그래서 더 열심히 꽹과리를 쳤어요.” 사물놀이에서 상쇠를 맡은 학생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신명나게 공연한 이번 축제를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다면서 한 말이다. 주민들이 참가할 수 있도록 늦은 시간에 축제를 열었기 때문에 평소 농사짓느라, 회사 다니느라 바쁜 부모님은 물론이고 이웃 마을 어른들까지 한데 모였다. 무엇보다 뜻 깊은 것은 마을
- 유종렬 충북 대소초 교장
- 2005-03-17 13: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