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는 우리 교육이 직면한 현실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교육부는 일부 결과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다고 설명했지만, 오랜 기간 고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해마다 학생들의 학력이 조금씩 낮아지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특히 고3 수학을 가르칠 때 그 변화는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정책과 현실 간 간격 존재 그 원인 가운데 고교학점제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진로와 적성에 맞는 과목을 선택하도록 한 취지는 분명 의미가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배우고 싶은 과목보다 입시에 유리한 과목을 선택하는 데 더 많은 고민과 에너지를 쏟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진로 설계에 집중하는 만큼, 정작 교실에서 기초를 다지고 학습에 몰입하는 시간은 줄어든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평가를 둘러싼 현실도 고민해 볼 지점이다. 교육과정은 활동 중심 수업과 논·서술형 평가를 강조하지만, 학생들이 치러야 하는 대입은 여전히 선다형 중심이다. 그렇다고 현시점에서 대입 평가를 대폭 바꾸기도 쉽지 않다. 학력 격차가 큰 학생들이 한 교실에서 함께 배우는 현실을 고려하면 학교 현장에서 이를 감당하기도 어렵다. 결국 현재의 평가 체제 안에서 학생들의 기
고교학점제는 진로와 적성에 맞는 과목을 선택할 기회를 제공하고, 깊이 있는 학습과 학생 주도형 수업을 목표로 시작됐다. 학생은 과목별 수업일수의 3분의 2 이상을 출석하고 성취율 40% 이상을 충족하면 학점을 이수한다. 3년간 192학점 이상을 취득하면 졸업할 수 있다. 제도만 놓고 보면, 다양성과 자율성이 강조되는 미래 교육에 어울리는 방향이라 할 수 있다. 교사·학생 모두에 부담 늘어 그러나 현장에서 운영해 보면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새로운 부담이 생기고, 교육 본질이 흐려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우선 그 시작 시점이 지나치게 이르다. 중3학년 또는 고1학년부터 진로와 연계된 과목을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중3~고1은 학교 수업을 통해 진로를 탐색해야 할 시기이며 아직 자신의 적성과 진로를 명확히 인식하지 못한 상태다. 진로가 뚜렷한 일부 학생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대부분 선택의 자유가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한다. 또 담임제 중심의 생활지도와 교육 연계성이 약화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수업 시간마다 다양한 반의 학생들과 이동 수업을 하게 되며, 학급 내 소속감은 점차 희미해진다. 학생들은 서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