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한 편의 영화와도 같은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한국계 쿠바인들의 삶을 다룬 송일곤 감독의 ‘시간의 춤’. 1905년 제물포항에서 멕시코행 기선에 몸을 실은 1000여 명의 조선인들. 4년 동안 열심히 일하면 부자가 되어 돌아올 것이라는 감언이설에 속아 멕시코로 갔던 그들은 노예처럼 혹사당하기만 했다. 그중 300여 명은 쿠바로까지 건너가 주로 에네켄 농장에서 품팔이했다. 에네켄은 사탕수수가 아니라 선인장 종류인 용설란을 가리키는 말이다. 10년 주기로 꽃을 피우는 바람에 100년 만에 꽃이 핀다는 전설을 지니고 있는 용설란은 길쭉하게 잘게 갈라 동아줄의 원료로 주로 사용한다. 인간 세대는 30년 만에 꽃을 피운다고 볼 수 있는데 ‘시간의 춤’은 3세대에 걸친 한국계 쿠바인들의 애환과 꿈을 소박하면서도 정교하게 펼쳐 보이고 있다. 마지막 무렵에 망구, 망백 노인들에게 살아오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냐는 질문을 던지는 대목이 나온다. 80살이 넘은 어느 노인은 어린 날의 추억을 되새기며 그 시절이 가장 행복했던 때라고 대답한다. 그런데 90세의 어느 노인은 놀랍게도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바로 지금’이라고 미소를 지으면서 손가락을 들어 올리
지난 수요일 문화일보에 교사와 관련된 충격적인 기사가 실렸다. 그 기사에 따르면 서울 강북지역의 한 초등학교 여교사 A씨는 지난해 5학년 담임을 맡아 무척 착해 보이는 B양에게 종종 마실 물을 떠다 줄 것을 부탁했다고 한다. B양은 늘 싫은 기색 없이 물을 떠왔고 A씨는 그 물을 마셔가며 수업을 했다. 그런데 10월경 A씨는 한 학부모로부터 B양이 떠오는 물이 정수기물이 아니라 화장실 양변기물이라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말을 전해 들었다. A씨는 큰 충격을 받고 학교에 병가를 낸 후 정신과 상담 치료를 받아야만 했다. 결국 A씨는 학기를 다 마치지 못한 채 휴직했다는 것이다. 그 기사는 B양이 물을 떠올 때마다 몇몇 친구들에게 그 물이 양변기 물임을 알리고 담임선생이 물을 마시는 모습을 보며 속으로 킥킥거리며 즐겼다고 했다. 기사의 사실여부를 확인할 수 없지만 만약 사실이라면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충격을 받은 교사가 정신과 상담 치료를 받았다고 했는데, B양을 비롯한 그 아이들도 심리분석을 통해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 B양이 담임선생의 부탁을 받고 왜 정수기물이 아닌 양변기물을 떠올 생각을 했을까. 물을 떠오라는 담임선생의 부탁이 강압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