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이슈 1] 남태평양에 울려퍼진 한글의 노래
해외에서 한글을 가르친다는 일은 단순히 문자를 익히는 교육을 넘어, 아이들의 정체성과 자아를 형성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필자가 호주에 처음 도착한 것은 38년 전인 1987년 9월이었다. 그 당시만 해도 호주 사람들에게 한국은 지구 어디쯤에 있는 나라인지도 모르는, 매우 낯선 나라였다. 특히 1988년 서울 올림픽 중계를 보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아나운서가 가짜 명품 시계를 가리키며 “한국 이태원에 가면 햄버거값으로 롤렉스를 살 수 있다”고 조롱하던 모습은 한국의 위상이 얼마나 낮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 시절에는 한국의 존재와 가치를 알리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K-문화의 확산과 함께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이제는 호주 현지 학생들까지 자발적으로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한글학교를 찾는 시대가 되었다. 해외 한글학교에서는 늘 동포 자녀들의 정체성 혼란과 아이덴티티 형성이라는 문제와 마주한다. 가정에서 한국어를 사용하지 않거나, 한국 문화와 접할 기회가 제한적인 아이들은 자신의 뿌리와 정체성을 혼란스러워하기 쉽다. 한글 수업은 이들에게 자신이 한국인임을 확인하고, 뿌리를 느끼며 자긍심을 심어주는 소중한 통
- 조영애 호주 웨이블리 한글학교 교장
- 2025-10-02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