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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노옥희 울산시교육감이 평교사 출신 별정5급의 조 모 비서실장을 중등 장학관으로 특별채용해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조 씨는 노 교육감과 같은 교원노조에서 활동하며울산 지부장까지지낸 측근으로 알려졌다. 울산교총(회장 강병호) 등 교육계는 물론 시의회에서도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다. 울산교총은 13일 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사진)을 열고 “시교육청의 평교사 장학관 특채는 교육공무원의 인사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교육감 측근에 대한 인사특혜 및 보은인사”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의회도 이 사안에 대해 특별감사를 추진해 달라”고 요구했다. 실제 이 같은 인사는 시교육청 개청 이래 처음 있는 일이자 선례도 없다는 비판이 현장으로부터 쏟아지고 있다. 이에 정확한 근거나 절차 없이 추진됐다면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울산교총의 입장이다. 비서실장은 평교사가 아니라 별정 5급의 조건은 해당될 수 있으나 특채 대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평교사가 장학관으로 특채될 수 있는 조건은 ▲임용직과 관련성이 있는 직무 분야에서 3년 이상의 연구 또는 근무실적이 있고, 그 교육경력에 교장·교감으로 1년 이상 재직한 사람 ▲2년 이상 교육경력을 포함한 7년 이상의 교육행정 경험 또는 교육연구경력이 있는 경우에 한하고 있다. 또한 일반인을 교육전문직원으로 채용하기 위해서는 공개채용을 원칙으로 해야 하나 이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병호 울산교총 회장은 “공개채용이 원칙임에도 중등학교 및 산하기관에만 공문으로 공개했다”면서 “시교육청의 중등 장학(교육연구)관 임용후보자 선발 공개전형 계획에 응시자격의 추천권자를 소속 학교장이 아닌 소속 학교(기관)장으로 변경 표기해 교원이 아닌 특정인을 채용하기 위한 조건임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앞서노교육감은 지난 3월 1일자로 조 모 비서실장을 장학관으로 발탁했다. 조 비서실장은 노 교육감이 지난2018년 당선됐을 당시 교육감직 인수위원을 지낸 고교 교사 출신이다. 노 교육감과 같은 노조에서 활동하며 지부장 자리까지 오른 인물로 알려졌다. 이번 문제는 지난 6일 시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종섭 국민의힘 의원이 문제 제기를 하며 불거졌다. 당시 김 의원은 “교육감 비서실장이 2년 6개월 만에 평교사에서 장학관(교장급)으로 2단계 진급을 했는데 절차법률상 의문 투성이”라며 “일반적인 경우 평교사에서 장학관에 오르려면 최소 15년 이상 소요된다고 한다”고 노 교육감에게 서면으로 질의했다. 이어 “교육감 비서실장은 교사 출신의 별정직 공무원인데, 지난 3월 특채절차를 거쳐 국가공무원인 장학관으로 특채됐다고 한다. 절차상 문제와 법령상 채용 조건에 문제가 많아 지역 교육계에서 상당한 논란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은 법적·행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시교육청은 “자문 변호사를 통해 법률 검토를 거쳤고, 논란이 불거진 이후에 진행했던 교육부 질의에서도 적합한 절차라는 내용의 회신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광일고 제5회, 6회 졸업생들은 8일과 9일 모교를 방문해 장학금을 전달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이틀간 300만 원(5회 졸업생)과 370만 원(6회 졸업생)등 장학금 총 670만 원과 스타벅스 텀블러 200개가 모교 후배들에게 전달됐다.코로나19와 같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변화의 새 물결을 일으키고 명문사학으로 발돋움하고자 노력하는 학교와 후배들을 위하는 선배들의 고마운 마음을 읽을 수 있는 행사였다. 지난달 16일에는 광일고 총동문회가 고3 학생들의 수능 시험 격려와 코로나 위기 극복 차원으로 후배들에게 마카롱을 전달하는 등 매년 선배들의 릴레이 후배 사랑이 이어지고 있다. 배○경 학생회장(2학년)은 “전교생을 대표하여 장학금을 주신 데 깊이 감사드리며, 선배님들의 후배 사랑에힘입어 앞으로더욱 열심히 공부해 광일고를 빛낼 수 있는 훌륭한 사람이 될 것을 개인적으로 약속드린다”라고 말했다. 이번 기증을 선두에서 추진한 이상선(5회 동창회장) 외 주경애, 선기주, 정종규, 김영만, 이용도(6회 동창회장), 박태용, 박선경, 기원익, 이종건, 임건희, 박수진, 기세형씨는 “무엇이든 열심히 해서 안 되는 일은 없다. 항상 최선을 다하자!”라고 후배들을 격려했다. 이어 “코로나 시대에 이렇게 힘들게 학교에 나와 공부하느라 많이 힘들텐데... 모두 힘내요!”라며 응원의 목소리를 함께 드높였다. 장학금 전달 행사 직후 광일고등학교 기민철 교장은 “장학금과 더불어 우리 학생들이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신경 써서 보내준 그 정성에 매우 감사함을 느낀다"며 "이 뜻깊은 행사는 후배들에게 매우 큰 힘이 될 것이다. 앞으로도 우리 교사들은 후배들이 바른 인성과 실력을 겸비한 훌륭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도하겠다”라고 말했다. 광일고 선배들의릴레이 사랑 행사는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다.
앞으로 중등 교사 진입문이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사범대학을 졸업하지 않으면 국어와 영어, 수학 등 공통과목 교사가 되기 어려워진다. 최근 교육부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초·중등 교원양성체제 발전방안'을 발표하고 과잉 배출되는 중등 교원 양성 규모도 줄이기로 했다. 이를 통해 교육부는 교원 양성과 임용 규모 간 불균형 현상이 발생하는 중등 교원 양성 규모를 축소해 균형을 모색하기로 했다. 현재 중등 교원 자격증 취득자가 교원 모집 인원의 4배 이상에 달하는 불균형을 해소하고, 중등학교 선택·전문교과는 일반학과 교직과정·교육대학원에서 양성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예비교원의 교육 실습(교생 실습) 기간을 현행 4주에서 한 학기로 늘려서 현장 친화적 교원 자질과 역량을 함양하고, 1급 정교사 연수와 연계한 융합전공 이수를 강화하기로 했다. 양성 기관인 대학에서 배운 것을 발령 받은 초·중·고교 일선 학교에서 유용하게 활용토록 제도를 개선한다. 사실 2020년 기준으로 사대 등을 졸업하거나 교직과정을 이수해 중등 교원 자격증을 취득한 인원은 1만9336명이었으나 올해 중등 임용시험 모집인원은 4410명에 불과했다. 중등 교원 양성 인원은 사범계열 9420명, 교직과정 4963명, 교육대학원 7283명 등 총 2만 1666명이었다. 2010학년도(양성 정원 4만3227명, 자격증 부여 인원 3만 1911명)에 비해 많이 줄었지만, 아직도 질 관리와 임용 불균형이 매우 심하다는 지적이 많다. 현실적으로 중등 교원 자격증 취득자가 모집인원의 4.4배나 되는 셈이다. 누적된 미취업 교원 자격증 소지자는 부지기수다. 중등 교원 입직이 소위 ‘낙타 바늘구멍 들어가기’일 정도로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와 같은 교원 양성과 임용(입직)의 과도한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고자 교육부는 매년 일정 규모 교원 양성이 필요한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체육, 음악, 미술, 정보·컴퓨터, 기술, 가정 등은 사범대와 사범계 학과(교육과)를 통해서만 양성하기로 했다. 주 교과목은 사대를 나오지 않고 현재와 같이 교직 이수를 통해 공통과목 교사가 되기는 불가능해졌다. 2025학년도 우리나라 보통 교육 체제가 획기적으로 혁신된다. 즉 2022 개정 교육과정 적용, 자사고의 일반고 전면 전환, 고교학점제 도입, 초·중등학교의 검인정 교과서 적용 확대, 산업구조 변화 등에 따라 수요가 확대된다. 특히 중등학교의 선택과목, 전문교과, 신규분야 등의 교원양성은 교과의 특성을 고려해 일반학과 교직 이수 과정과 교육대학원을 중심으로 양성한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인공지능(AI), 드론 등 신규분야 교직과정은 입학정원 30% 내에서 운영이 가능하도록 해 현행 10%보다 확대하고 교원자격증 표시과목 신설하기로 했다. 교원 양성과 연수의 투 트랙을 담당하고 있는 교육대학원은 1급 정교사 연수, 석사과정 연계, 생애주기 연수 등 교원 재교육 기능을 강화하고, 교사 전문성 심화를 위해 관련 법령을 정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교육대학원과 교직과정의 중등 교원 양성 규모가 크게 감축될 전망이다. 또 교육부는 제6주기(2022∼2025년) 교원양성기관 역량진단에 기관 특성화 방향과 중등 양성정원 감축 방안을 반영할 방침이며 양성기관 등의 의견수렴을 거쳐 교원양성기관 역량진단 기본계획을 2022년 수립할 예정이다. 한편, 초등 교원의 질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중등 교원과 달리 초등 교원은 임용 경쟁률이 2대 1 미만인 점을 고려해 정원 관리보다는 교원 양성과정의 다양성을 확보해 초등 교육의 질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현재 전국 교육대학교(교대) 대부분이 소규모로 운영되고 동일 집단으로 구성된다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도록 인근 종합대학과 학점 교류 등 연계·공동 교육과정 운영, 인적 교류 등을 활성화한다. 나아가 대학 간 협의에 따라 교대와 종합대학 또는 교대 간 통합을 추진할 경우 행·재정적 지원과 함께 관련 고등교육 관련 법령 등도 개정할 계획이다. 기존 초·중등을 기준으로 4주간 교육실습 기간이 있었으나 이를 한 학기로 늘리는 것이다. 예비교원이 실습학교에서 교육과정의 편성·지도·평가 등 한 학기 전체 학사 과정에 직접 참여해 봄으로써, 학교·교실·학생에 대한 실제적인 이해를 높이고, 교직관을 형성·점검하는 기회를 얻게 될 것으로 교육부는 기대했다. 교육부는 시대 변화와 학교 현장의 변화에 예비 교원들이 잘 준비하는 것이 미래 교육을 준비하는 가장 빠른 길이자 바른 길이라고 보고 정부와 시도교육청에서도 관련 제도와 정책을 정비, 개선하기로 했다. 우선 교육실습(교생실습) 학기제의 안정적 도입을 위해 내년 하반기부터 시범운영을 시작하고, 교원 양성 규모의 적정화가 이루어지는 시점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운영 규모를 확대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1급 정교사 자격연수와 양성과정, 직무 연수 등을 연계해 융합 전공 이수 과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기로 했다. 또 교육과정의 변화 등에 대응하기 위해 1급 정교사 자격연수와 연계해 교사들이 융합 전공(기존 부전공)을 이수하도록 함으로써 복수 교과 지도 등 다양한 연계 교과목 교수 역량을 갖추도록 할 계획이다. 또 교원 양성 과정에서 예비 교원들의 청렴·윤리의식, 적성·인성 검증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와 같은 교육부의 '초·중등 교원양성체제 발전방안' 발표와 실행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그 동안 교원들의 질 개선과 양성과 임용의 불균형이 지속적으로 지적돼 왔다. 문제는 정책의 현실적 실행이다. 2022년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전환점으로 한국 교육이 획기적으로 변화, 전환될 것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 적용, 자사고의 일반고 전면 전환, 고교학점제 도입, 초·중등학교의 검인정 교과서 적용 확대, 산업구조 변화 등에 따라 수요가 확대 등 그 중심에 설 것이다. 문제는 실행이다. 그리고 현장이 실정을 감안한 안정적 실행이 관건이다. 교원 양성과 임용 의 불균형은 교육의 질 개선 관점에서 선진국의 사례처럼 교원 수 증원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주요 공통과목 교원의 사대 위주 양성도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한다. 교육 실습 기간을 1학기로 늘리는 것도 합리적인 방안이지만, 우선 양성 기관인 대학의 학점 체제 전환, 실습 기관인 초·중·고교의 학사 일정과 교육과정 운영 체제 변경이 선행돼야 한다. 게다가 소규모 교대와 종합대학, 교대 간 통합과 연계는 대학 간 이해 관계가 첨예한 의제로 장기적으로 사회적 합의와 국민적 동의를 얻어 접근해야 한다. 그동안 소규모 교대와 종합대학, 교대 간 통합과 연계가 오래 전부터 논의됐나 실패로 귀결된 점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혹자는 제주교대의 제주대 흡수 통합을 우수 사례로 보기도 하나 많은 사람들이 실패 사례로 지적하고 있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결국 이번 발표된 교육부의 '초·중등 교원양성체제 발전방안'은 방향은 옳으니 ‘사회적 합의와 국민적 동의’와 ‘장기적 관점으로 접근’이라는 두 수레 바퀴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속도에 매몰돼 탁상공론으로 흐르는 것보다 숙성된 정책으로 차근차근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우선이다.
지난해 교육부에서 발표한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에서 교사는 초등학생의 희망 직업 3위, 중학생과 고등학생의 희망 직업 1위에 올랐다. 과거 3년간의 추이를 살펴봐도 교사는 가장 많은 학생들이 선호하는 직업이다. 초등학생의 경우 운동선수나 의사, 크리에이터 등이 교사와 엎치락뒤치락하는 양상을 보이지만 중·고등학생 사이에서는 교사가 부동의 1위다. 이처럼 희망 직업 상위에 랭크된 직업들을 보면 해당 연령대에서 선망하는 사람, 닮고 싶은 사람과 같은 직업을 원하는 경향성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교사가 학령기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여전히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마음의 위안과 함께 더욱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교육실습생에 행정업무’는 안 될 말 교육부가 10일 발표한 교원양성체제 발전 방안은 교사의 전문성을 강화해 4차 산업혁명의 격변기를 성공적으로 헤쳐나가고, 지속가능한 국가를 물려주기 위한 초석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특히 실습학기제 도입은 많은 교육계 인사들이 바라왔던 숙원과제다. 이번 발표에 포함된 실습학기제 도입 방안은 제안 초기에 비해 상당 부분 보완됐다. 단순히 교육실습생을 활용해 학교의 업무를 덜 수 있다는 식의 피상적 인식에서 탈피해 학교 현장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반영한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교육실습생을 활용해 행정업무를 보조한다는 인식이 남아있어 우려스럽다. 교육계가 그리는 실습학기제는 최소 한 학기 라도 학교 현장에서 실제 이뤄지는 배움과 가르침을 체감하고, 교사로서의 소명의식을 공고히 하는 기간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여전히 학교에 부과된 교육 외적 행정업무의 사전 숙달을 위한 기간으로 실습학기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실습담당교사 지정에 따른 학교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이 미흡한 점도 아쉽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 온 마을이 나선다는 아프리카의 속담을 굳이 꺼내지 않더라도, 교육실습생이 제대로 학생을 만나서 대화하고, 이해하며, 나아가 올바른 길로 이끌어주는 그 막중한 역할을 체감하기 위해서는 실습담당교사가 해당 실습생에게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실습 내실화 위해 업무 줄여야 이를 위해 교총에서는 법적으로 수업이 경감되는 수석교사를 실습담당교사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하면서, 전제조건을 달았다. 수석교사를 정원 외로 선발하고 수석교사 최초 도입 시 계획했던 ‘1학교 1수석 배치’를 조속히 달성해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수석교사가 아닌 경우도 마찬가지다. 실습생을 담당하는 교사의 업무를 확실히 경감하지 않으면, 교육실습생이 학교의 바쁜 일상 속에 방치되다가 결국 한 학기 동안 시간만 때우다 돌아가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교원양성체제의 변화는 현 시점에서 더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라는 데는 많은 이들이 공감한다. 그러나 교육부 방안이 제대로 된 방향인지에 대해서는 많은 우려와 걱정이 공존한다. 이 변화의 발걸음이 성공적인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를 그려내기 위해서는 시스템 속에서 실제 움직이는 사람을 배려하는 정책이 절실하다. 일생 교육의 길을 걷기로 결심하고, 아이들에게 조금 더 나은 미래를 열어주려는 마음으로 교단에 오른 교사들이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것이 교육부가 맡은 역할이자 책임일 것이다.
무임승차라는 말이 있다. 국어사전의 뜻을 보면 차비를 내지 않고 차를 타는 행위를 말하지만 좀 더 의미를 확장해 보면 사회 일반 분야에서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이익만 누리려는 현상을 뜻한다. 우리 교직에도 이와 비슷한 일들이 많아지고 있다. 갈수록 교원단체에 가입을 하지 않는 현상들이 두드러지고 있다. 해외사례를 보면 교원단체 가입률이 우리보다 월등히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들은 교원단체에 적극적으로 가입하여 단체의 힘을 빌려 권리를 주장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단체에 가입하기보다 주변언저리에 머무르며 멀찍이 지켜보자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 나는 신규 교사 때선배 교사의 권유로 교원단체에 가입했다. 그리고 지금은 교감으로 분회장 역할을 맡고 있다. 정기적으로 교원단체 신규 회원 유치에 힘써 달라는 각종 안내문을 접수 받는다. 고민이 깊어진다. 학기 중 바쁜 와중에 교사들에게 공람되는 안내문은 그리 효과가 없다. 어떻게 하면 교사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일대일로 접근하는 방법만이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라는 사실을. 물론 시기도 중요하다. 분주한 일과 중에는 안내문을 건네는 것 조차미안할 때가많다. 적당한 타이밍이 중요하다. 2021년 분회장으로써 회원 유치를 어떻게 했는지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참고로 9명의 교사가 신규 회원으로 가입했다. 첫째, 학기 초보다 학기 중에 교사들을 1:1로 만나야 한다. 학기 초는 모두가 바쁜 시기다. 3~4월보다는 5~6월이 적기다. 숨을 좀 고를 수 있는 시기다. 분회장인 교감도 교사들을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교감의 권위(?)로 강제로 가입을 받아낼 수 있는 시절도 아니다. 서로 간에 관계가 형성됐을 때 회원 가입을 요청하는 것이 순리다. 둘째, 분회장의 성품(?)이 중요하다. 대부분은 자발적으로 교원단체에 가입하겠다고 나서지 않는다. 분회장의 소개로 교원단체를 알게 된다. 교원단체 가입의 유불리를 떠나 권유하는 분회장을 보고 가입 여부를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교감이 교사들을 지원하고 격려하듯, 분회장이회원 가입을 권유할 때도 태도와 성품이 중요하다. 셋째, 최고의 타이밍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신규 교사 또는 저경력 교사들은 생활교육으로 몸살을 겪을 때가 많다. 특히 학부모로부터 민원이 발생했을 경우 무척 힘들어한다. 이때가 최고의 타이밍이다. 민원 때문에 힘들어하는 신규 교사들에게 관심을 갖고 힘이 되어 주는 교감(분회장)의 모습을 보일 때 그들은 마음의 문을 연다. 그리고 이때 교원단체를 소개하면 참 좋다. 한 명의 신규 회원을 유치하는 것이 쉽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원단체의 중요성이 절실하게 느껴지기에 분회장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청소년 강력범죄의 죄질이 심각하다. 알다시피 청소년이 살인, 유괴, 폭력, 성범죄 등 중대한 범죄를 저질러도 만 14세 미만일 때는 형사처벌을 받지 않고 소년원으로 이송돼 보호처분을 받으면 아무런 전과기록도 남지 않는다. 최근 5년간 소년부 송치 4만 명 육박 경찰청의 ‘최근 5년간 촉법소년 소년부 송치현황’에 따르면 2016년 6576명, 2017년 7533명, 2018년 7364명, 2019년 8615명, 2020년 9606명으로 5년간 약 4만 명의 촉법소년이 소년부에 송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재범률이 상당히 높다는 점이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보호관찰 중인 소년범의 재범률은 지난해 13.5%로 같은 기간 성인 재범률(5.0%)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이런 이유로 촉법소년 나이를 낮추자는 의견이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다. 외국의 형사처벌 면제 나이는 우리나라보다 상대적으로 낮다. 영국·호주·홍콩·스위스 등은 만 10세 미만, 미국은 주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만 6∼12세 미만, 캐나다·네덜란드·이스라엘 등은 만 12세 미만만 형사처벌 면제 대상이고, 싱가포르는 7세로 되어 있다. 우리나라도 다른 나라들처럼 처벌할 수 있는 나이를 낮출 필요가 있다. 청소년 범죄는 점점 진화하고 나이는 어려지는 반면, 이를 막을 법적 제재나 사회적 인프라는 크게 미약한 실정이다. 촉법소년이 어떤 흉악한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상 처벌받지 않는 것은 대다수 국민의 법 감정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대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주인을 협박하고 난동을 부린 13~15세 중학생 3명이 경찰에 입건됐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우리는 사람을 죽여도 절대로 감옥에 안 간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학생들의 강력처벌과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촉구하는 의견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왔다. 법 취지 악용…죄의식마저 상실 이처럼 각종 흉악범죄를 저지른 청소년 중 상당수는 청소년 보호법을 악용하는 모습마저 보인다. 심각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처벌 받지 않거나 매우 가벼운 수준에 그친다는 것을 알게 된 청소년들이 별다른 죄의식 없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물론, 즉각적이고 강력한 처벌이 정답은 아니다. 즉각적인 사회 격리 같은 처벌만으로 우리 사회가 안전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라도 다양한 상담 및 훈육프로그램, 재활 보조 프로그램 등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지속적인 학부모 교육과 체계적인 인성교육, 법 교육을 통해 강력범죄의 심각성을 주지시켜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노력도 필요하다.
코로나19가 일상을 포함한 많은 것들을 변화시켰다는 데 반론을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학교도 예외는 아니다. 가장 혼란스러웠던 것은 단연 비대면 수업이다. 갑작스럽긴 했지만, 작은 수업 방식 변화에도 학생과 학부모, 교사까지 모두 갈피를 잡지 못했다. 미래를 대비 못 한 아쉬움 온·오프라인을 융합한 교육 방법인 블랜디드 러닝은 이미 10년 전인 2000년도 후반에 미국에서 등장했다. 그럼에도 필자는 온라인 수업이 낯설고 부담스러웠다. 결과론이지만 우리가 다가올 미래에 대비해 온·오프라인을 융합한 교육을 운영했다면 코로나19 초기의 혼란을 줄이고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 제공할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쉬운 생각이 든다. 이미 강조되고 있듯이 학습자 중심의 교육 즉, 피교육자 중심의 교육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의 문화를 이해해야 한다. Z세대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가 옅다. Z세대의 이런 특성은 온·오프라인을 융합한 교육의 필요성에 힘을 더한다. 그들의 문화와 눈높이에 부합하는 것은 교육 효율성과 효과성 극대화에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앞으로 5년, 10년 더 나아가 20년 후를 대비해야 한다. 새로운 교육 방법과 교육과정 운영을 고민하고 고민해야 한다. 미래 사회는 더욱 빠르고 갑작스럽게 변화해 예측하기 어려울 것이다. 심리학자 댄 길버트는 지난 10년간의 변화와 10년 후의 변화에 대한 생각을 묻는 연구를 한 바 있다. "지난 10년간 세상이 얼마나 변했나요?"라는 질문에 다수의 사람들은 "세상이 많이 변한 것 같다"고 대답했다. 반면, "앞으로 10년은 세상이 얼마나 변할까요?"라는 질문에는 "크게 변화가 없을 것"이란 답을 내놨다고 한다. 이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래의 변화에 대해서는 보수적이었다. 특히 나이가 많을수록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하는 비율이 높았다. 사라질 직업군으로 언급되는 ‘교직’ 교사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전문가로서 학교의 변화에 대해 보수적인 생각을 버리고 다양한 방면으로 미래의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AI를 어떻게 활용하고 협업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더 나아가 AI와의 경쟁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미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사라질 직업군으로 교사가 자주 언급된다. 우리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학교에 근무하며 수업과 각종 업무를 소화하는 것만으로도 무척 힘들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선생님들께 부담을 드리는 건 아닐까 걱정스러운 마음이 크지만, 두 마리 토끼를 잡기까지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역량 강화와 노력이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열쇠가 될 것이다.
한국교총(회장 하윤수·전 부산교대 총장)은 교육부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등이 10일 개최한 '대한민국 미래 교육자치 선언식' 와 관련해 “교육발전의 방향과 근간이 돼 온 교육자치를 재음미하고 도약 의지를 다지는 것은 바람직하다”면서도 “최근 10년 간의 교육자치는 교육감 자치로 변질돼 왔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고 평가했다. 교총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교총은 1960년 5월, 조동식 회장과 유진오, 오천석 등 교육계 대표자와 함께 교육의 자주성, 정치적 중립, 교육법정주의를 명시한 헌법 개정을 국회에 요청했다"며 "다각도의 대정부‧국회 활동을 전개해 오늘날의 헌법 가치로서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과 교육제도 법정주의를 확립하고 교육자치제를 이끌어낸 바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1961년 5‧16 군사정변 이후 폐지된 교육자치제 실시를 지속 요구한 결과,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은 1962년 제18회 교총 대의원회에 참석해 부활을 약속했다"면서 "이후 1964년 시‧도 단위로 광역화해 부활시키는 등 교육자치 수호와 발전에 결정적 산파 역할을 해 왔다"고 밝혔다. 교육감 직선제 도입 이후의 교육자치 흐름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2010년 동시지방선거를 통한 교육감 선출이 제도화되면서 교육자치가 정파 간 세력 다툼으로 전락하고, 교육감 이념에 따른 정책 대못박기로 얼룩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무자격 교장공모제를 악용한 측근심기와 인사 전횡, ‘깜깜이 학력’ 조장, 각종 현금 살포 정책 등으로 교육자치가 변질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특히 교총은 “현 정부 들어 5년간 교육 자치, 분권이라는 미명 하에 유‧초‧중등 교육의 무분별한 시도 이양이 추진되면서 교육에 대한 국가 책무가 약화되고 그 사이 교육감 자치만 강화되는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고교체제 개편, 교과서 발행, 교원인사제도 등 교육 분권이 학교 자치, 자율성 확대에 부합하는지 평가부터 해야 한다”며 “교육 분권으로 의무‧보통교육의 전국 수준 유지가 어려워지거나 지역 간 교육 격차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청의 재정 여건과 교육감 이념에 따른 교육환경 격차와 우수 교사의 지역쏠림이 심화되면 학생 간 교육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교총은 교육감표 사업이나 선심성 무상복지, 현금 살포를 남발하기보다는 기초학력 보장, 학급당 학생 수 감축과 이를 위한 정규교원 확충, 교실환경 개선 등 학생 교육에 예산을 우선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윤수 회장은 “헌법이 명시한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교육제도 법정주의야말로 교육자치의 본령”이라며 “정파 간 세력 다툼과 이념‧편향 대못박기로 얼룩진 교육감 자치를 청산하는 전환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앞으로는 사범대를 졸업하지 않으면 국·영·수 등 주요 과목 교사가 되기 어려워진다. 교육대학원은 현직교사 대상 재교육 기관으로 바뀌고 중등교원의 양성규모를 감축해 임용시험 경쟁률 적정화를 추진한다. 이밖에 교원 양성과정에 ‘실습학기제’가 도입되고 1급 정교사 자격연수가 ‘융합전공’ 이수 과정으로 변경된다. 교육부는 1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초·중등 교원양성체제 발전방안’을 발표했다. 그동안 중등 교원은 자격증은 취득인원이 2만여 명에 달하는데 비해 임용시험 모집인원은 4000여 명 규모로 매년 과잉양성 문제가 제기돼 왔다. 이에 교직과정과 교육대학원은 기능을 특화해 양성규모를 축소하되 매년 일정 규모의 교원 양성이 필요한 공통과목 등은 사범대를 통해 안정적으로 양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교총은 "교원자격증 발급 요건을 강화하는 방향에 공감대는 형성되나 현재도 현장에서는 기간제 교원이 6명 중 1명에 달하고 정규교원이 부족한 상황임을 감안해 지속적인 교원 충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원의 급격한 감소는 대학의 재정건전성 악화를 유발하고 사범대학 교육 질 저하를 가져올 수 있는 만큼 대학교부금 증대를 통한 교육재정 보조 등 예산 지원책 마련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무형 교육 강화를 위해 ‘실습학기제’도 도입한다. 실습학교에서 교육과정의 편성·지도·평가 등 한 학기 전체 학사 과정에 직접 참여해 봄으로써 학교·교실·학생에 대한 실제적인 이해를 높이는 목적이다. 안정적 도입을 위해 내년 하반기부터 시범운영을 시작하고 단계적으로 운영 규모를 확대한다. 1급 정교사 자격연수는 운영 기간 및 교육 내용을 확대하고 교육대학원에 위탁 운영을 추진한다. 기본 역량 및 기존 교과 심화 외에도 교과 융·복합, 다른 학교급에 대한 이해, 통합교육 등의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양성과정과 직무연수 등을 연계해 ‘융합전공’ 이수 과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중등교원은 기존 부전공 제도를 ‘다교과 전공’으로 변경하고 초등은 기존 심화과정을 확대·보완해 ‘핵심전공’으로 개편한다. 교총은 "학교 현장 연계교육과정 운영 확대를 위해 수석교사를 증원하고 교원양성기관과 연계해 교직과목, 교과교육론 등 일부 과목을 담당하게 하면 교원의 학교현장 적합성 역량 증대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학교당 1명 이상의 수석교사가 배치되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늦은 오후. 어둠이 금세 땅으로 내려앉아 길이 가물가물한 가운데 어렵게 찾아간 낯선 아파트 주차장. 큰 우산 아래에서 반가움과 고마움이 분명한, 그러나 어색함에 어쩔 줄 모르던 한 학부형과의 짧은 조우가 있었다. 어머님 직장 동료의 코로나 확진으로 자가 격리 통보를 받아 학교에 나오지 못하는 우리 반 아이에게 교과서와 학습꾸러미 주기 위한 만남이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연신 울리는 카톡 알림음에 흘낏 휴대전화를 내려다보니 고마움과 미안한 마음을 가득 품은 이모티콘과 함께 어머님의 길고 따스한 인사 글이 핸드폰 화면을 가득 채웠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는데 과한 인사를 받고 있다는 생각에 쑥스러운 웃음이 번지면서 지난 몇 개월의 폭풍 같았던 일들이 차창 밖으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와 함께 새록새록 머리에 떠올랐다. 코로나로 아이들 등교가 미뤄지고 오후 내내 교문 앞에 서서 한 보따리씩 포장한 교과서와 학습 꾸러미를 들고 지나가는 자동차마다 고개를 빼며 낯선 미소를 연신 지었던 일. 온라인 수업을 위해 핸드폰 카메라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하며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영상을 찍었던 일. 어떻게든 등교 개학 전에 아이들 얼굴을 익혀보겠다고 학부모님들의 카톡 프로필 사진을 틈나는 대로 들여다보며 사람 얼굴 기억 잘하는 것도 재주라는 것을 느꼈던 일. 아이들을 만나는 날 그동안 익혔던 사진과는 다른 분위기여서 적잖이 당황했던 일. 오후 내내 촬영한 영상에 문제가 생겨 동영상 편집하다가 발을 동동 구르며 눈물을 찔끔거렸던 일. 올 한해는 교직 생활 20여 년 동안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새롭고 당황스러운 일들의 종합선물세트를 받았던 특별한 해였다. "학교에 오면 내가 너희의 엄마야." 해마다 아이들에게 늘 해주는 말이다. 그런데 올해는 그 어떤 해보다 이 말이 무거운 책임감의 갑옷이 되어 나를 옥죄었던 것 같다. 1학년 담임교사로 학교생활의 첫 시작을 학교도 제대로 나오지 못하고 맞이하는 아이들이 너무 안타깝게 느껴졌다. 하지만 감상에 젖어 있을 찰나도 허락하지 않는 현실은 치열함과 걱정의 연속이었다. 아이들이 학교에 오면 밥 먹이는 일을 매일 걱정해야 했고, 열이 나는지 체크하고 수시로 만지작거리며 마스크 끈을 끊어 버리는 아이들의 마스크 관리까지 해야 했다. 아이들을 보내고 나면 집안 살림하듯 매일 교실 구석구석을 쓸고 닦아야 했으며, 아이들 자리를 꼼꼼하게 소독하고, 소독약과 손 소독제가 부족하지 않는지 챙겨야 했다. 다음 날 수업 영상을 찍고 편집하고 온라인 수업을 듣는 아이들의 학습 결과에 대한 피드백을 보내며 쳇바퀴 돌리는 햄스터처럼 허둥지둥 바쁜 나날을 보냈다. 내가 보육교사인지 방역 담당자인지 영상 편집자인지 교사인지 여러 혼란스러운 정체성 속에서 아수라 백작이 된 기분으로 매일 매일을 보낸 것 같다. 정식 등교가 이루어지기 전부터 돌봄 아이들은 학교에 계속 나왔다. 긴급 돌봄 문제가 불거지면서 원격학습 도우미, 돌봄 도우미 등 새로운 인력을 찾기에 학교가 바빠지기 시작했고 학교 안에서도 저마다의 입장과 생각이 달라 충돌했다. 매일 학교에 오는 아이들도 얼마나 혼란스러웠을까. 없던 정신이 돌아오자 아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희 반 긴급 돌봄 아이들은 제가 보겠습니다." 이런 나의 결정에 의아한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예년 같았으면 당연히 교실에 있어야 할 아이들이었고, 담임교사도 매일 학교에 출근하고 있는 마당에 구태여 우리 반 아이들을 다른 교실에 있게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아이들을 눈과 마음에 담으면서 수업 동영상에 어떤 것을 담아낼지 진지하게 고민했고 온라인 수업만 듣는 아이들에 대한 고민도 깊어졌다. 학부모님들을 통해서 아이들의 학습 결과를 통보받자니 아이들이 나와 부모님 사이 어딘가에 존재는 하는데 손에 닿지 않는 허상처럼 느껴졌다. 서툴고 부족하더라도 아이들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고 실제로 만나고 싶었다. 온라인 수업을 듣는 아이들과의 소통을 위해 줌을 시작했고, 선생님과 ‘영상통화’를 매일 한다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힘듦을 보람이라는 감정 속에 숨기며 지내는 것에 익숙해졌다. 긴급 돌봄으로 학교에 오는 아이들과 온라인 수업을 듣는 아이들을 같이 연결해보겠다고 교실에서 같이 줌을 열었다가 아비규환의 시간을 보냈던 적도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무모함이 가져온 대단한 용기였던 것 같다. 줌을 통해 온라인 수업을 따라오는 정도가 확인되자 제대로 학습이 이루어지지 않는 아이들에 대해 또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부모님들께 연락드려 가정에서 함께 돌봐주시기 어렵다면 무조건 학교로 보내시라고 부탁드렸다. 당연히 오는 학교인데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달라고 부탁을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됐다. 그렇게 하나둘 교실에 오는 아이들이 늘어나기 시작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줌 화면에서 보이는 아이들 창이 한 페이지로 끝나는 날도 점점 늘어났다. 아이들이 한 명씩 늘어날 때마다 급식실에 연락해서 급식을 조금씩 늘려달라고 부탁을 드리는 일도 자주 있었는데, 그때마다 흔쾌히 받아주셨던 학교 영양사님께도 정말 감사했다. 코로나로 인한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살아남기 전략에 익숙해지자 예년과 같이 교실 시스템을 가동하고픈 욕심이 눈을 들었다. 한글교육과 독서교육에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이기 시작했고 기초학력을 잡아주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거리 두기를 감안한 밀착지도에 들어갔다. 등교 개학 전부터 학부모님들과 주고받던 단체 카톡방은 개인 카톡방으로 세분화해 각 방에서 거의 매일 알림을 울려댔다. 그렇게 애쓴 결과였을까? 올해 우리 반에서 한글 미해득으로 교육청 보고하는 아이는 나오지 않았다. 물론 이를 나 혼자만의 공으로 돌릴 수는 없겠지만 스스로 매우 뿌듯한 결과라 여기며 잘했다고 격려하고 싶다. 반쪽짜리 같은 1학년 생활이었지만 아이들의 첫 학교생활을 궁금해할 부모님들을 위해 자체적으로 학부모 상담 기간도 만들었다. 대면 상담을 희망하시는 부모님들은 마스크를 끼고 거리를 유지한 채 교문 앞에 서서 상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쭈뼛쭈뼛 멀찍이 서서 나누는 학부모와의 상담이 때론 어색했지만 짧은 만남 속에 미처 헤아리지 못했던 아이들에 대한 또 다른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상담을 나누면서 접한 한 어머님의 고백이 2020년의 작은 구슬들을 한 줄로 단단히 꿰어 주었다. "솔직히 올해는 아이의 학교생활에 대해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았어요. 아이들 등교일도 얼마 되지 않았고, 모든 것이 어수선하고 정신없는 시기라 아이의 첫 학교생활에 대한 실망감에 속상함만 커질까 두려웠던 시간이었어요. 그런데, 이 와중에 선생님이 해주신 교육 속에 다른 아이들은 몰라도 제 아이는 엄청 성장한 것이 보여 감사하고 이것이 가능했다는 것이 마냥 신기하기만 합니다. 정말 감사드린다는 말로는 부족한 한해입니다. 욕심 같아서는 내년도 담임 선생님으로 만나기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그래서인지 올해 우리 반 아이들의 사랑 표현도 남다르다. 툭하면 종합장에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실물보다 더 젊고 예쁜 모습의 마스크 낀 내 얼굴을 그린 작품을 자주 선사하고 생각날 때마다 여러 가지 종이접기 작품을 선물이라고 내민다. 아침에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고사리 같은 작은 손으로 주머니에 챙겨온 마이쭈를 강아지 간식 주듯 매일 하나씩 건네는 아이도 있고 어느 날 불쑥 보고 싶다는 영상편지를 카톡으로 보내는 친구도 있다. 올해 아이들의 편지에는 사랑한다는 말과 공부를 잘 가르쳐줘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잘 보살펴줘서 고맙다는 인사가 특히 더 많이 등장한다. 학교에서는 내가 너희들이 엄마라는 말을 처음 건넸을 때는 "네에?"라며 놀란 토끼 눈을 뜨던 아이들이 이제는 "맞아요. 선생님은 엄마 같아요." 쉽게 인정한다. 자기도 모르게 "엄마. 아, 아니지." 하며 멋쩍게 웃는 아이들의 모습도 자주 본다. 솔직히 아이들과 함께 한 모든 순간에 헌신적인 엄마의 모습으로 다가가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을 보내고 텅 빈 교실에서 나의 유치한 말과 행동에 머리를 쥐어뜯으며 반성하는 날도 꽤 많았다. 하지만 다른 어떤 해보다도 올해 아이들과 학부모님들이 보내주시는 사랑과 감사와 인정의 말들이 더욱 특별하고 감사하게 다가온다. 코로나로부터 많은 상처를 받았던 2020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 힘든 과정에서 시곗바늘은 아무렇지도 않게 차곡차곡 시간을 채웠다. 얼마 남지 않은 아이들과의 시간 속에서 더 엄마 같은 마음으로 아이들을 보듬어야겠다. 아이들이 힘든 사회가 주는 상처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워지기를, 아무렇지 않게 시간을 채우는 시곗바늘처럼 생채기에 대한 아픔을 느끼지 못하고 쑥쑥 잘 성장하도록 도와야겠다. ------------------------------------------------------------------------------- [수상 소감] 더 많은 열매 맺는 교사 될 것 코로나 19로 인해 전 세계가 매우 힘겨운 한 해를 보냈습니다. 교육계도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과 원격 수업의 시행으로 많은 혼란과 어려움을 겪어야 했습니다. 20여 년의 교사 경력 동안 처음 겪었던 다사다난한 한 해를 기록해보고 싶은 마음이 교단 수기 공모까지 이어졌고 수상의 영광까지 얻게 되었습니다. 걱정과 염려 속 한 해의 기록들을 수기라는 형식을 빌려 지극히 개인적인 입장으로 글을 적었지만, 되돌아보니 여러분들의 큰 도움이 함께 녹아있었습니다. 아이의 첫 학교생활을 혼란 속에서 가슴 졸이며 지켜봐야 했던 학부모님들께서는 걱정의 마음을 뒤로하고 누구보다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셨습니다. 그리고 학교생활에 대한 부푼 기대감을 답답한 마스크 안으로 감추며 지내야 했던 1학년 학생들은 어른들의 걱정을 잠식시키며 누구보다 씩씩하게 한 해를 잘 지내주었습니다. 어느 해보다 힘들고 정신없었던 한 해였지만 비가 온 뒤 땅이 더 단단하게 굳는다고 더욱더 많이 성장한 해였다고 생각합니다. 교단 수기 수상으로 마지막까지 따스하게 채워주시니 올해가 더 특별하고 소중하게 기억되리라 생각됩니다. 건강하고 힘있게 성장해 더 많은 열매 맺는 교사가 될 것을 기대합니다.
올 한해 학교 현장은 코로나19로 어느 때보다 분주했지만, 교사들의 열정은 사그라들 줄 몰랐다.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에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 나은 수업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은 ‘올해의 과학 교사’를 선정하고 8일 시상식을 열었다. 올해 수상자는 총 30명이다. 과학교육 분야에서 초등 13명, 중등 15명 등 28명의 교사가 선정됐고, 과학문화 분야에서는 초등, 중등 각 1명씩 선정됐다. 과학교육 분야는 과학 수업 개선과 과학 활동지도 공로를 인정받은 교사들이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고, 과학문화 분야에서는 저술, 교외 활동 등을 통해 과학문화 확산에 이바지한 업적으로 수상자가 결정됐다. ‘학생’, ‘눈높이’, ‘도전’. 수상자들의 공통점이다. 알고 보면 과학은 흥미롭고 재미있는 분야지만, ‘공부’로 접근하는 순간, 어렵게 느껴지곤 한다. 교사들은 이 부분에 주목했다.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쉽고 재미있게 다가가기 위해 애썼다. 신경일 경기 삼괴중 교사는 ‘거꾸로 하는 문제중심학습(FPBL)’ 프로그램인 ‘알러지를 쓸어버릴 신통방통 우리만의 학교급식 식단 만들기(2019)’와 ‘빨간 모자와 늑대 이야기(2020)’를 개발했다. 학교급식 식단 만들기는 학교에서 초코 과자를 먹다가 알러지로 병원까지 간 학생의 사례를 계기로 만들었다. 빨간 모자와 늑대 이야기는 미세먼지로 아파서 누워있는 늑대를 위해 빨간 모자가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고민해보는 내용이다. 신 교사는 “온라인으로 창의교육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개발했다”면서 “학생들 스스로 생각하고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게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농어촌에 있는 학교이기 때문에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며 “앞으로 빅데이터, 네트워크, AI 등을 과학실에 구현해 탐구과학실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김진현 강원 단관초 교사는 원주초등과학연구회에 소속돼 활동하면서 원주 지역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과학 교실과 여름방학 과학 캠프를 운영했다. 과학 교실은 학생들이 좋아하는 과학 실험과 체험 중심 활동으로 구성해 방과 후나 주말에 열었고, 과학 캠프는 2박 3일 동안 여러 학교 학생들이 모여 활동했다. 제1수리과학정보체험센터에 파견돼 학생 대상 체험 프로그램을 기획, 운영하기도 했다. 김 교사는 “아이들은 과학을 어려운 학문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흥미를 갖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전했다.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것들을 오로지 학생들을 위해 도전하기도 했다. 진영주 제주 한림여중 교사는 인공지능, 코딩, 3D 모델링 등 첨단 기술을 수업에 접목했다. 대표적인 것이 ‘아두이노 한 손 악기 만들기’다. 이 수업을 위해 배우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선을 연결하는 것부터 코딩까지, 공부하면서 익혔다. 교내에서 자율주행 자동차 캠프도 운영했다. 2018년부터 진행한 이 캠프는 열릴 때마다 100여 명이 신청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진 교사는 “접해보지 않은 것들이라 처음에는 진입 장벽이 높았지만, 배울수록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어떻게든 수업에 활용할 방법을 고민했다”면서 “지금은 교재, 장학 자료를 만들고 보급, 연수까지 할 수 있게 됐다”고 귀띔했다. 현재 인공지능 융합교육대학원에 재학 중인 그는 “비대면 상황에서도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학교 메타버스를 구축해보고 싶다”고 계획을 전했다. 한편, 올해의 과학 교사상은 과학교육 활성화와 과학문화 확산에 공헌한 과학 교사들의 사기 진작과 자긍심 고취를 위해 2003년 제정됐다. 수상자들에게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과 상금 500만 원을 수여한다.
“5학년 아이에게 맞았어요. 얼굴을 때리고 도망가더라고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채소연(가명) 선생님이 5학년 아이에게 맞았어요. 수학 시간에 문제를 풀라고 했는데, 학습지를 찢었대요. 그래서 다시 학습지를 줬더니 욕을 하면서 얼굴을 때리고 도망을 갔다고 해요. 맞은 것도 아픈데 ‘씨 XX, 싸이코 XXX’ 욕까지 하면서 말이지요. 이런 일을 겪어본 적이 없는 분들은 ‘설마, 선생님을 때리는 초등학생 아이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어요. 하지만, 요즘 학교를 보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은 아니에요. 요즘 학생 중에는 덩치가 큰 아이들이 많아요. 안타까운 사실이지만, 여자 선생님의 경우에는 덩치 큰 아이와 힘으로는 대적하기 어려운 일도 있지요. 그래서 제대로 판단하기 어려운 아이이거나, 마음속에 분노가 많은 아이의 경우에는 선생님에게 물리적인 힘을 쓰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그런 일 때문에 종종 교실에 가서 아이를 말리는 일도 있어요. 그럴 때는 남자 선생님이라고 해도 아이가 때리면 맞을 수밖에 없어요. 힘으로 잘못 제압하려다가 아동 학대 신고를 받는 것보다는 그냥 한 대 맞아주는 것이 편한 길일 수도 있거든요. 그리고 손을 잡고 말리다 보면 입으로 무는 아이들이 있기도 해요. 초등학생이라도 아이가 물면 매우 아파요. 만약, 우리가 이런 일을 당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교직 생활을 하면서 이런 일을 만나면 안 되겠지만, 만약, 이런 일을 선생님께서 만나신다면 어떻게 하실 것 같으세요? ① ‘어쩔 수 없지.’ 하는 마음으로 그냥 내버려 둔다. ② 부모와 학생에게 사과받고 끝낸다. ③ 교권 보호 위원회를 열어서 절차대로 할 수 있는 일을 진행한다. 어떤 선택을 하든 그것은 개개인의 판단이에요. 그런데 우리는 무엇이 교권을 위하는 것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어요. 만약, 에너지가 딸려서, 또 마주치고 싶지 않아서, 혹은 학부모의 잘못된 사랑으로 교사를 매도하는 것이 두려워서 ①번을 선택한다면 어떨까요? 우리는 그저 체념하면서 교직 생활을 할 수밖에 없어요. 자신의 상처를 돌보지 못한 채 속상한 마음을 꾸역꾸역 참아가면서 말이지요. 만약, ②번을 선택한다면 그나마 나은 상황을 만들 수도 있을 거예요. 어찌 되었든 학생은 자신의 잘못은 인정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럼, ③번을 선택하는 것은 어떨까요? 아마도 ②번보다는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거예요. 최소한 공식적으로 사과를 받고 잘못을 인정하게 만들 수 있을 테니까요. 채소연 선생님의 경우는 학교에서 나서서 ③번의 선택을 하도록 도와주셨어요. 교장 선생님께서 교권보호위원회를 개최하라고 말씀해주셨고, 학교에서도 그에 따라서 절차를 진행했거든요. 학생과 학부모는 절차가 진행되고 나니 일단 선생님에게 먼저 사과하고 처분에 따르겠다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채소연 선생님도 사과를 받고 나서는 마음이 좀 누그러지셨고요. 관례상 ‘좋은 게 좋은 거지.’ 하는 마음으로 지속돼왔던 것들이 있어요. 교직 생활에 만연한 원칙 없는 온정주의. 그런 온정주의가 낳은 것은 교사에 대한 ‘만만함’이 아닌가 싶어요. 세상은 변했고 학교를 둘러싼 민원과 다른 모든 것들은 법령과 절차에 근거해서 주장하는 사람들 편이지요. 그런데, 교사들이 법령과 절차를 따른다면 ‘이기적’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사람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교사 스스로 그런 프레임에 갇혀서 보호받을 수 있음에도 그렇지 못하게 되는 것이지요. 세상은 바뀌었고, 이제는 ‘좋은 게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이미 몸으로 체득하고 있어요. 지금까지의 관례와는 다르게 법령과 절차가 우리를 보호해줄 수 있다는 것만 깨달아도 교직 생활은 더 나아지지 않을까 싶어요.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독서토론 지도 전문인력 배치’ 등을 주요골자로 대표발의한 ‘독서문화진흥법’ 개정안이 교육계 반발을 사고 있다. 이미 독서토론 등 독서교육을 위해 사서교사 등 배치를 하도록 돼있는데 학교 비정규직 추가 양산 우려가 높은 개정안을 내놨다는 이유에서다. 한국교총 정책교섭국은 “독서토론 등 독서교육을 위해 사서교사 배치를 하도록 이미 법으로 명시돼있는데, 전문인력이라는 명목하에 학교비정규직 추가 양산의 우려가 따르는 인원 배치 규정을 새롭게 만드는 것에 대해 학교 현장의 반대가 높아 의견을 냈다”고 6일밝혔다. 교총은 최근 이같은 내용을 담아 김종민 의원실,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에 각각 전달했다. 개정안에는 교육부장관이 독서토론을 지도할 수 있는 전문인력의 배치에 관한 사항의 시책을 수립·시행하고 학교의 장이 인력 배치 등 여건을 조성·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행 ‘독서문화진흥법’에 따라 학교에서 독서지도를 위한 사서교사 등 인력 배치가 이미 규정된 상황에서 별도의 전문인력 배치 내용을 추가한 것은 중복 규정으로 불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특히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학교내 비정규직 직종을 신설·양산하고 구성원 간 업무분장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또 초·중등교육법에 학교에서 학생을 교육하는 것은 교사로 명시돼있어 교사가 아닌 경우 학생 교육활동에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교총은 “학교에서 독서토론 활성화를 위한 법 개정 취지에는 공감하나, 개정안에 따라 독서토론만을 위한 전문인력이 학교에 추가 배치된한다면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한 혼란이 예상된다”며 “기배치된 사서교사 등이 교육과정, 창체활동 등 범교과 교육 내용 안에서 적용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감사원이 부산시교육청의 전교조 해직 교사 부정채용 의혹에 대한 감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수처가 최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부당 특채 의혹과 관련해 공소제기를 요구한 데 이어 이른바 진보교육감들의 ‘코드인사’가 연이어 논란이 되고 있다. 9일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달 18일 부산시교육청 불법 특채 의혹 감사를 결정했다. 곽 전 의원과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 교사, 학부모단체, 일반인 등 653명의 서명을 받아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한 지 6개월 여만이다. 곽 전 의원실에 따르면 부산시교육청은 2018년 11월 중등교육공무원 특별채용에 ‘재직 시 교육활동 관련으로 해직된 자’로 자격을 특정해 공고한 바 있다. 해당 전형에는 4명이 지원했고 전원이 합격했는데 이들 모두 전교조 해직자였다. ‘해직된 자’로 특정해 공고한 것은 특정인을 염두해 공고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특정인을 염두에 둔 지원요건’ 청구 내용에 대해 ‘공익감사청구 처리규정’ 제22조에 따라 ‘감사실시’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곽 전 의원은 인천시교육청의 2014년 채용에 대해서도 ‘면접시험만으로 진행된 전형’과 ‘특정인을 지목해 특별채용을 진행’한 것 등 해직교사 부당 채용 의혹을 제기했지만, 감사원은 청구 기한 5년이 지나 감사하지 않고 종결하기로 결정했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강원도교육청이 내년 중학교 진학 예정인 한 장애학생의 근거리 통학 가능 학교 특수학급 폐급을 갑작스럽게 결정해 비판을 받고 있다. 강원교총(회장 조백송·홍천중 교감)은 이를 장애학생의 교육권 침해로 보고 폐급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최근 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지난달 ‘2022학년도 특수학교(급) 신·증설 및 감축, 폐지 계획’을 통해 고성지역의 모 중학교 소인수 특수학급 폐급을 통보했다. 신입생 사전 수요조사가 끝난 마당에 당연히 인근 학교로 진학할 것으로 여겼던 해당 장애학생과 가족들은 당황스러워 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이 학생은 특수학급 설치 학교 진학을 위해 가까운 곳을 놔두고 1시간 거리의 다른 학교에 배치된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도교육청이 해당 학생의 학부모 동의도 없이 특수교육운영위원회를 개최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적지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관내 교육계는 이번 건을 장애학생에게 주어진 최소한의 교육권이 침해당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 실제 ‘장애인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27조 1항 2에는 초·중학교 과정의 경우 특수교육대상자가 1인 이상 6인 이하인 경우 1학급을 설치하도록 규정된 상황이다. 교사들은 “지금까지 진학하는 특수교육 대상 학생이 있는 경우 도교육청에서 특수학급을 폐급한 사례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행정편의상 이뤄지는 특수학급 폐급은 부당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이 가급적 근거리의 학교에 배치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으나, 과밀학급 해소를 위해 부득이 소인수 특수학급의 폐급을 결정할 수 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도교육청 차원의 과밀학급 대책으로 장애학생의 학습권이 보장받지 못한다면 더욱 잘못된 대처라는 반응이 나온다. 오히려 그 대책을 통해 장애학생 학습권을 보장하고 교원 근무 환경이 더욱 개선돼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강원교총은 8일 입장문을 내고 “도교육청의 이번 조치는 특수교육법과 국제 장애인권리 위반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면서 “도교육청의 특수학교의 폐급조치는 가뜩이나 어려운 강원 특수교육 환경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일 뿐만 아니라 장애학생의 교육권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모 중학교의 특수학급 폐급을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교총 중등교사회는 대규모 신입생 미달 사태 등으로 심각한 위기를 맞은 특성화고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해 6일부터 17일까지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8일 서울교총 중등교사회에 따르면 ‘특성화고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백구성)’가 ‘특성화고 대규모 신입생 미달 사태 해결 촉구를 위한 청원 운동’에 돌입했다. 특성화고 교직원, 학생・학부모 등 교육구성원 및 본 청원에 동의하는 자 등을 대상으로 서명받고 있으며, 서명지(사진)는 서울교총 홈페이지(www.seouledu.or.kr)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비대위는 ▲직업교육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장기적 로드맵 마련 ▲수준 높은 직업교육을 위해 특성화고의 ‘학급당 학생 수 18명’ 실현 ▲바람직한 직업의식과 가치관 확립을 위한 초중등 진로교육 강화 ▲서울시교육청 차원에서 ‘특성화고, 희망을 향해 날다!(가칭)’준비·시행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비대위는 “이번 사태로 특성화고는 다시 한번 존폐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산업일꾼의 요람, 고졸 성공의 신화라 칭송받던 특성화고는 연이은 현장실습 안전사고를 계기로 부정적 여론에 직면하고 있다”며 "재학 중 계속되는 현장실습 사고의 재발 방지 마련이 가장 우선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졸업 뒤에도 열악하고 위험한 직업 환경에 내몰리는 경제·사회적 환경과 이를 내버려 둔 제도 미비가 문제의 본질이지, 교육을 담당하는 특성화고의 탓으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앞으로 36학급 이상 유·초·중·고교에는 2명 이상의 보건교사가 배치된다. 교육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학교보건법 시행령 개정안’을 7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 5월 일정 규모 이상의 학교에 보건교사를 2인 이상 배치하는 내용의 학교보건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그동안 코로나19 장기화로 학생 수가 많은 과대·과밀 학교의 경우, 보건교사들의 업무가 과중되면서 학교 방역에 어려움이 따르자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 건강증진과 보호를 위해서라도 보건교사를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는 요구가 지속적으로 있어왔다. 이번 법 개정으로 늘어날 보건교사 인원은 1300여 명으로 추산된다. 교육부의 국회 제출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36학급 이상 학교 수는 국·공립 1225교(초934, 중99, 고161, 특37), 사립 118교 등 총 1349개교였다. 교총은 환영 입장을 내고 “교총과 보건교사회의 지속적인 요구가 반영됐다”면서 “정부와 교육부는 법령 개정에 그치지 말고 조속한 확대 배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윤수 교총 회장은 “학생 건강증진과 과대학교 보건교사의 과중한 업무 부담을 덜어주는 계기가 마련됐다”며 “나아가 학생의 건강권을 보장하는 근본 방안은 학급당 학생 수 20명 이하 감축에 있다는 점에서 국가 차원의 정규 교과교사 확충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총은 그간 보건교사회와 함께 과대학교 보건교사 추가배치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지난해 6월 교육부·교육청 대상 공문 전달에 이어 11월에도 국회 교육위원 전원에 보건교사 추가배치 건의서를 전달한 바 있다. 그 결과 올해 5월, 일정 규모 이상 학교에 보건교사를 2명 이상 두도록 하는 학교보건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교총은 “갈수록 늘어나는 학생 성 및 정서 문제, 학폭 등에 더해 감염병 확산에 따라 보건교사의 업무와 역할은 점점 가중되고 있다”며 “더욱이 학교 규모와 상관없이 학교당 1명만 배치할 수 있다 보니 보건교사들이 번 아웃을 겪고 방역 활동에도 고충이 심각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개정 규정은 2023학년도 보건교사 배치부터 적용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 법령 개정과 상관없이 내년도 보건교사 정원을 500명 확보한 상태”라며 “빠른 시일 내에 나머지 정원도 채워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장애인, 한부모 가족 등 평생교육 이용권 발급을 우선적으로 신청할 수 있는 대상을 정해 평생교육 참여 기회를 확대하는 ‘평생교육법 시행령’ 일부개정법률안도 통과했다. 평생교육 이용권은 저소득층 성인을 대상으로 학습비를 지급하는 사업으로 내년에는 지원 예산이 74억 원에서 141억 원으로 2배 확대돼 약 3만여 명에게 이용권이 발급될 예정이다. 내년 1월 중 신청 접수를 공고할 예정이며 선정된 이용자는 약 1700여 개소의 전국 사용기관에서 희망 강좌를 자율적으로 수강할 수 있다.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유아교육발전을 위한 한국유아교육대표자연대(의장 문미옥·서울여대 교수)가 6일 ‘제20대 대통령선거 유아교육 정책과제’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측에 각각 전달했다. 한국유아교육대표자연대는 이번 정책과제 제안 배경에 대해 “헌법 제31조 제1항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현재 대한민국 영유아들은 환경에 따라 천차만별의 영유아기를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연대는 또 “교육기본법 제9조 제1항에 ‘유아·초등·중등 및 고등교육을 위해 학교를 둔다’고 규정돼 있음에도 여전히 영유아를 위한 교육기관은 어린이집, 유치원 등 명칭에서부터 교육적 가치가 훼손돼 있다”며 “차기 정부는 ‘가족이 행복한 영유아 출발선 교육’을 이뤄나가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이 제안한 주요 정책과제는 △국가가 책임지는 0~5세 영유아 완전 무상교육 △교육 다양성 확보 및 공·사립 균형 발전지원 등 질 관리 선진화 △예비 부모 교육 및 맞춤 영유아기 부모 지원 정책 강화 △출산 및 육아휴직 기간, 육아휴직 급여 지급 확대 등 강력한 부모 지원 정책 △영유아 교육기관 스마트 안전 시스템 구축 △영유아 교사 교권 보장 △교육과 보육의 교육부 통합 및 교육·보육 기관의 영아학교와 유아학교 변경 △0~5세 담당 교사 자격관리 체제 일원화 및 교사 양성 교육과정 개선 등이다. 유아교육 관련 학회 및 교육·교원단체 22곳이 모여 구성된 한국유아교육대표자연대는 유아 공교육의 발전과 관련된 교육 이론과 실제를 토론·비판하고 정부의 유아교육 정책에 대한 올바른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실현하기 위해 2003년 출범했다.
지난 시간에 대한 집착은 허망한 것이다. 또 한 해를 살아 냈다는 안도감과 떠밀려 여기까지 왔다는 자괴감이 묘한 대비를 이루는 교차로에 섰다. 날마다 전쟁 아닌 전쟁 속에서 치열한 삶을 살았는데 지나온 궤적을 돌아보니 무주공산이다. 변명도 합리화도 아닌데 지나쳐 온, 이루지 못한 일들이 자꾸만 걸음을 머뭇거리게 하고 시간의 뒷발에 차인다. 더구나 오상고절이라는 국화꽃도 된서리를 맞았는지 12월 아침에 상처받은 아이처럼 바짝 움츠려 있다. 이제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 맘쯤이면 모두가 떠올리는 말이 유종의 미이다. 하지만 내게 있어 그 말은 뜻이 무색할 정도로 처마 끝에 달린 풍경소리 만큼이나 마음속에 뎅그렁 하다. 매일 바쁘게 살아왔지만 원하는 것들은 크게 변한 것 없이 아직 그대로인 듯하다. 옛말에 “아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실천하기가 어렵고, 실천하기는 어렵지 않으나 끝내기가 어렵다”는 말이 실감 난다. 대개 우리의 일 년은 년 초 계획에서 시작되지만, 완성이든 미완이든 간에 마무리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우리는 지나온 시간 동안 머릿속에 빼곡하게 그려놓은 계획을 실천하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힘들게 걸어왔다. 그러나 하나둘 어느 계절, 어느 지점에서인가에서 결심은 흐려지고 놓쳐버린다. 알 수가 없으니 맺을 수가 없는 법, 어쩌면 이 또한 자기 삶인데 과한 반성은 욕심이 아닐까 한다. 삶이 흐르는 물처럼 순조롭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게 주어진 일에 충실한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너무 구속되거나 수동적이거나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은 좋지 않은 일이다. 언제나 자신이 하는 일에 동기부여를 하고 방향을 잃지 말아야 함이 얼마간의 끝을 마무리해 주는 쓰다듬음이다. 12월이 되자 태양의 고도는 점점 낮아진다. 그런 만큼 낮의 길이는 짧아지고 그림자는 길어진다. 자신의 그림자를 보면서 허상이 아닌 실상임을 알고, 고마움과 감사함보다는 아집과 욕심으로 그림자를 더 길어지게 하지 않았는지 경계 해 볼 일이다. 여기 조금 더 자신을 추스를 이야기가 있다. 호두 농사를 짓는 농부가 일 년 동안만 자기 마음대로 날씨를 바꿀 수 있도록 신에게 간청해 허락을 받았다. 농부는 햇볕, 비, 바람, 천둥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어 나무 그늘에 낮잠만 자고 놀았다. 이윽고 추수할 때가 되어 풍년에 감격한 농부는 기쁨으로 큰 호두알을 깨트렸다. 그런데 호두는 모두 빈 껍데기였다. 왜 그랬을까? 신은 농부에게 고난이 없는 것에는 알맹이가 없고 폭풍과 시련, 가뭄의 고통이 있어야 껍데기 속 영혼이 여문다고 대답한다. 이 이야기를 되새기며 지금 내 삶은 그런 부류가 아니었는지 매사를 되짚어 본다. 하루하루를 남의 입에 안 오르겠다는 얄팍한 처세술과 손 안 대고 코 풀겠다는 보신주의로 살지 않았는지를…. 삶은 유한하며 시간은 여전히 흐르고 있다. 한 해를 지나오며 자신은 시간 앞에 얼마나 겸손했는지 고개를 들 수 있을까? 흔히 시간을 유수 같다고 말한다. 이 말은 언뜻 시간은 곁눈질도 없이 앞으로만 나간다는 외고집 뉘앙스도 풍긴다. 또한 우리는 세월을 쏜살같다고 표현하지만 모두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보다 훨씬 빠르다. 화살은 재우는 과정이 필요하나 시간은 준비가 필요치 않고, 떨어진 화살은 주울 수가 있어도 시간은 그럴 여지가 없다. 가끔 추억에 잠기는 일이 쏜 살을 줍는 것 같지만 그동안에도 시간은 여일하게 흐른다. 시간은 천금 같은 권력으로도 살수 가 없다. 부자라고 더 주거나 가난하다고 박절하게 덜어내지도 않는 두루두루 공평한 것이 시간의 속성이다. 단지 시간 속에 사는 것 자체가 싸움일 뿐이다. 1분 전만큼 먼 시간은 없으며, 1분을 허비한 사람은 반드시 1분 때문에 후회할 일이 생김을 깊이 새겨야 할 일이다. 12월 한 장 남은 달력이 펄럭인다. 그 뒤엔 빈 여백만 남는다. 반성과 겸손, 시간의 고마움을 아는 날들이었다면 조금은 위안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날들로 점철된 한 해는 가슴에 회한의 먼지만 일으키고 구멍 난 조롱박으로 퍼 올리는 물처럼 시간은 새고만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실망하지 말아야 한다. 지난 잘못으로 인해 기죽거나 책망하지 말고 그것을 발판으로 하여 다시 나아가야 한다. 마치 열매를 달기 위해 아름답던 꽃을 버리는 나무처럼, 벽에 달린 달력도 다사다난했던 우리의 지난 일들을 떨치는 법을 가르쳐 주려고 남은 한 장을 건건히 버티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한 해의 끝자락에서 돌아보는 마음이 유달리 수수롭다. 반성문은 자주 쓸수록 좋다. 하지만 너무 많은 자책보다는 오늘 하루도 잘 살았다고 토닥이며 격려하는 응원이 더 필요하다. 올해 못다 이룬 꿈은 새해의 희망으로 남겨놓고 한 해를 정리하는 것도 좋은 삶의 지혜가 아닐까 싶다. 빈한해진 마음, 초라한 눈빛 그곳에 깃들은 영혼이 파리할지라도 모든 이의 가슴에 불씨 하나 따스하게 지피며 12월을 보내고 새해를 맞기를 소망해 본다.
하루에 몇 시간이나 교무실 책상에 앉아 있는지 계산해보았다. 8시간 근무 중에 점심 먹는 시간 30분, 화장실 가는 시간 30분을 합해서 한 시간 정도를 빼고는 대부분 책상에 앉아 있는 것 같다. 아마 다른 교감선생님들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서 올라온 공문을 검토하고 확인하고 결재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허리가 아파오고 목이 뻐근해지면 ‘아차, 벌써 두 시간이 지났구나’ 하게 된다. 뒤늦게라도 이때 일어나서 허리도 풀어주고 어깨도 돌리면서 휴식을 취해야 하는데 전화가 걸려오거나 행정실에서 교감을 찾으면 다시 일 모드로 돌아간다. 점심 먹을 때쯤이나 되어서야 잠깐 일에서 벗어나 주위를 돌아본다. 점심먹고 남은 시간에 쉬면 좋겠지만 산더미처럼 쌓인 일을 생각하면 다시 컴퓨터 앞으로 가게 된다. 오후라고 해서 형편은 나아지지 않는다. 오전보다 바빴으면 바빴지 한가하지는 않다. 선생님들도 수업을 마치고 오후부터 각자 맡은 업무를 처리하다 보니 오후 3시부터 퇴근까지는 결재로 올라오는 공문이 많게는 30건이 넘을 때도 있다. 에휴. 교감 생활을 하루 이틀 할 것도 아닌데 이러다가 병 날 수 있겠다 싶다. 어떻게든 이 바닥에서 살아남아야겠다는 의욕을 불태운다. 신규로 발령받아서 온 교감이 퀭하고 비실비실해 보이면 안 될 테니까. 교무실 안에서 건강을 챙길 수 있는 방법이 뭘까 생각해보았다. 맞다, 스쿼트! 스쿼트는 특별한 공간 제약 없이 할 수 있는 운동이다. 한 시간마다 스쿼트를 10회씩 3세트만 해보자. 그러면 기분 전환도 되고 장기적으로도 건강에 좋겠다 싶었다. 그런데 스쿼트라는 것이 엉덩이를 쭉 빼고 볼일 보는 자세로 앉았다 일어났다 반복해야 해서 교무실 안에서 했다가는 다른 직원들이 보기 영 민망할 것 같았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아무도 없는 곳에서 하면 된다. 내가 생각해낸 장소는 화장실이다. 학교라는 곳이 학생들 중심으로 구성된 공간이다 보니 일과 중에 빈 공간을 찾기어렵고 사람이 다니지 않는 곳을 찾기는 더 어렵다. 교무실과 가깝고 아무나 들어오지 않는 화장실 칸이 스쿼트를 하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장소를 찾았으니 이제 실천이다! 단, 문제점이 있다. 우선 냄새가 썩 좋지 않다. 특히 누군가가 큰 일을 보고 난 직후라면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다행히도 나는 천성적으로 후각이 둔하니 넘어갈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또 있다. 양복바지가 너무 타이트해서 자세를 잡는 게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교감이다 보니 옷을 아주 편하게 입을 수 없다. 학교를 찾는 외부인도 있고 간혹 교육청 관계자도 오는데 교감이 편한 차림으로 맞이하면 당혹스럽지 않겠나. 그래서 출근할 때면 늘 정장 차림을 갖춰 입고 나온다. 그런 복장으로 스쿼트를 하려니 정말 조심스럽다. 잘못하다간 엉덩이가 찢어질 수도 있고 무릎이 나올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런 것만 조심하면 화장실 안에서 충분히 스쿼트를 할 수 있다. 참고로 내가 화장실에서 스쿼트를 한다는 것은 비밀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 교직원들이 경악할 테니까. ‘참, 취향이 독특한 사람이네’ 하며 이상하게 쳐다볼 수 있다. 그래도 교감 업무를 무난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건강부터 챙겨야 한다. 슬기로운 교감 생활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이창수 저『교사여서 다행이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