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인간은 이기적임을 역설했다. 그렇다면 그런 인간들이 모인 사회는 얼마나 더 이기적일까? 이는 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바와 같다. 인간은 권력, 명예, 그리고 부를 추구하며 종국적으로 이것들이 가져다준다고 믿는 행복을 구하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부모와 학교는 그런 것이 많을수록 편안함과 행복을 가져다주는 요술 지팡이라고 가르친다. 출세와 성공 지향적인 우리 사회는 특히 이러한 이기적인 성향이 매우 심하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목표를 성취하도록 몰입하는 학교 공동체는 과연 교육기관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일까? 어떤 의미에서 볼 때 학교는 완전한 ‘야만 사회’의 축소판이라 할 수있다. 이는 유럽에서 모든 불공정한 사회 시스템을 혁신한 6.8 혁명 당시 독일 교육의 아버지라 불리는 아도르노가 교육을 통한 경쟁을 지적하며 “경쟁은 야만과 동격이다”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경쟁은 이미 한국 사회에서는 ‘국시(國是)’가 되어 버렸다. 그래서 초중고 교육은 가장 공정한 경쟁이라 착각하는 시험 제도, 즉대학수학능력시험의 대비에 따라 한 줄 세우기에 익숙하다. 이를
2023-04-03 11:38삼월이 시작되었다.초등학교에 입학하여 꽃다발을 받고 엄마 손을 잡고 깡총거리며 학교 길을 내려오는 꼬맹이들이 귀엽기 그지없다. 사람이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드니 학교를 떠난지가 이십년이 다돼가니 내가 선생님이라 불려지든 때가 정말 있었나싶을 정도로 그 시절이 아련하다. 이제 곧 5월이 오리라. 세상은 또 어김없이 가정의 달이 어쩌구저쩌구 하면서 그 중간에 스승의 날을 끼어넣고 교육과 선생님 이야기로 한 페이지를 장식할 것이다. 현직에 있을 때, 스승의 날이 다가오면 고사리 손으로 들고 오는 양말, 손수건, 사탕 등의 선물을 받으며 기쁨보다는 곤혹함이 앞서든 생각이 난다. 아이들의 순수함을 받으면서 누군가 뒷통수에 대고 손가락질하는 것같은 간지러움이 항상 뒤따랐다. 제법 머릿통이 커진 아이들에게 스승의 노래를 가르치노라면 흡사 내가 너희들에게 이런 스승이란다라고 외치는 것 같은 가사 때문에 참 민망하기도 했다. 세상이 바뀌기 시작하면서 학교도 이상하게 바뀌기 시작할 때였다. 선인들은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고 가르쳤다지만 새로운 교육이론을 가진 사람들과 정치인들은 수요자 중심교육이라는 말로 교육에 장사이론을 도입해서 교사는 학생의 필요와 요구를
2023-03-28 10:42일찍이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 했다.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존재이기에 함께 살아야 한다는 당연한 논리다. 그런데 요즘 우리는 코로나19라는 사태를 극복하면서 ‘함께 또 따로’라는 삶의 의식이 싹트고 있다. 이 말은 언뜻 듣기에는 이중성을 내포한 모순이다. 함께는 뭐고 또 따로는 무엇이란 말인가? 흑과 백의 논리처럼 서로 대척점에 있는 것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일찍이 공자가 말한 군자의 행동 원리인 ‘화이부동(和而不同)’과 일맥상통한 것이라 할 것이다. 또한 ‘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이란 행동 원리와도 맥을 같이하는 논리다.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사이, 이것이 바로 관계의 아름다운 거리라면 우리는 얼마나 마음의 울림을 얻을까? 최근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인위적으로 구별하는 것은 참으로 고육지책이었다. 그럴수록 오히려 가족, 친지의 소중함을 간절하게 느낀 적도 없는 것 같았다. 왜냐면 믿고 의지할 존재는 가족과 혈족밖에 없다는 것에 애착이 증대하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도 단일민족을 내세웠던 우리이기에 동족(同族)이라는 말은 아무리 이념의 장애가 가로막는다 해도 이면에서는 한민족의 남다른 ‘정’을 나
2023-03-14 13:26미국에 거주하는 딸 부부가 가족 행사로 한국에 잠시 머물다 돌아갔습니다. 2년여 만에 입국한 탓인지 그동안 타국 생활에서 온 정신적, 사회적 격리 현상이 심하게 작용한 것 같습니다. 비교적 오랜 기간의 이별이 그들의 일상생활과 의식 속에 암암리 미친 영향이 크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마치 옛말에 공부하는 선비는 이별한 후 삼일 후에 만나도 눈을 비비고 쳐다보아야 알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하여 딴 사람으로 보인다(사별삼일(士別三日, 괄목상대(刮目相對)라는 말처럼 젊은 딸 부부에게도 성숙한 의식의 변화가 돋보였습니다. 한국에서는 애완동물을 유기하게 되면 일단 동물보호단체에서 일정 기간 보유하다가 10개월의 기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안락사를 시킨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생명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유기견을 해외에 입양시킨다는 것입니다. 미국인들이 한국의 유기견을 입양하여 키운다는 사실 또한 충격이었습니다.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가면서 애완동물을 해외에서 입양한다는 사실이 여러 가지로 흥미롭고 예사롭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선진국의 가정에서 해외의 부모 없는 어린아이들을 입양하여 부양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딸과 사위는 미국으로 복귀 길
2023-02-13 14:53문화인류학자인 조한혜정 교수는 우리가 파상력을 통해 문제를 보는 눈을 키울 것을 주장한다. 그는 파상력은 ‘망가지고 깨지는 것을 바라보는 마음의 힘’이라 정의하고 있다. 즉, 점차 망가지는 상황을 직시하면서 나름의 생기를 만들어내는 힘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일찍이 사회학자 김홍중이 만든 용어다. 우리의 역사는 흥망성쇠를 거듭하며 마치 나선형으로 진보한다고 믿는다. 불행히도 지금은 진보를 향한 열망과 희망이 깨져가는 때이다. 따라서 조한혜정 교수는 시대가 주는 절망을 견디면서 생기를 북돋을 수 있는 ‘기쁨의 실천’을 찾아내길 주장하고 있다. 이는 문제 인식 능력을 키우는 교육에 의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일찍이 지적 회의주의를 바탕으로 인간의 불완전함과 광신을 풍자적으로 묘사한 작품을 주로 썼던 프랑스의 아나톨 프랑스(Anatole France, 1844~1924)는 《에피쿠로스의 정원》에서 “나는 인류가 어느 시대건 똑같은 양의 광기와 어리석음을 분출하도록 만들어졌다고 굳게 믿는다. 광기와 어리석음은 어떤 방식으로든 열매를 맺어야 하는 자본이다”라고 기록했다. 끔찍한 인간의 본질과 시대적 조망이 아닐 수 없다. 잠시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습을 살펴보자.
2023-02-02 13:19우리는 살아가면서 주체적인 삶(삶의 주인), 노예적인 삶(삶의 노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 속에는 크게 두 가지의 상반된 면이 존재한다. 무의식적으로 타인에 의해서 강요당하거나 법과 규정에 의해서 의무적으로 따라야 하는 피동적인 삶의 자세와 반면에 스스로 모든 것을 결정하면서 자신의 운명을 능동적으로 개척해 나가는 역동적인 삶의 자세가 그것이다. 역사적으로 위대한 삶의 궤적을 남긴 사람들은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고 타인과 구별되는 주체적인 삶을 살아 온 사례가 돋보인다. ‘Yes’라고 말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강하게 ‘No’라고 말할 수 있었던 사람들이 진정한 역사의 영웅(Hero)으로 인정받는다. 권력자 앞에서 No라고 말하기는 자신의 운명에 모험을 거는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며 당당히 역사 앞에서 존재감을 발휘한 경우도 많다. 중국 당나라의 위징이 바로 그런 인물이다. 그는 당 태종 앞에서 언제나 당당하고 용기있게 아닌 것은 아니라고 충언을 했다. 오죽하면 태종 이세민이 후에 그를 죽이고 싶도록 미웠다고 고백했을까. 하지만 그런 충신을 곁에 두었기에 후세가 경애(敬愛)하는 ‘정관의 치’라는 위대한 업적을 남기며 전성시대를 영도할 수
2023-02-02 13:13과학문명이 가져온 어두운 그림자 양치질을 할 때마다 입 속은 개운하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다. 내가 흘려보낸 저 물이 바다로 흘러가 어패류에게 흡수되리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치약 속미세플라스틱은 정화과정을 거쳐도 걸러지지 않을 만큼 작다. 그렇다고 어렸을 때처럼 소금으로 양치하기도 그렇다. 소금에도 미세플라스틱이 있으니 그것도 해결책은 아니다. 얼굴에 바르는 화장품도 손에 바르는 크림, 설거지물이나 세탁기의 물도 마찬가지다.원한 건 아니지만 나는 미세플라스틱을 배출하는 중이다. 그 바다에서 잡혀온 어패류 속에는 이미 다량의 미세플라스틱이 있으니 조리하여 먹는 순간 내가 버린 미세플라스틱은 다시 내게로 돌아와서 내 몸을 공격하리라는 것을 생각하면 아는 게 병일까. 그러니 먹을 게 없다는 하소연을 하면서도 다시 식생활을 이어가는 우리들의 모습. 값싸고 편리하며 반영구적인 플라스틱의 발명은 가히 혁명적이다. 상품 진열대에는 플라스틱으로 포장하지 않은 제품이 거의 없고 의류를 비롯해 주방용 가구나 의료기기, 아기용품에 이르기까지 플라스틱은 종횡무진 전천후 물건이 되었다. 지난해 10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는 ‘기후변화에 따른 해양 온난화가 아
2023-01-30 13:44우리나라 현행 초등학교 돌봄 프로그램이 획기적으로 혁신될 전망이다. 최근 교육부가 공모한 ‘늘봄학교’ 시범 교육청으로 인천·대전·경기·전남·경북 등 5개 교육청이 선정됐다. 이들 5개 교육청 관할인 경기지역 80개, 인천과 대전에서 각 20개, 전남과 경북에서 각각 40개 학교등 총 200개 초등학교에서 운영된다. 즉, 이들 200개 초등학교에서는 올해 새 학기부터 일부 돌봄 시간이 연장되는 ‘늘봄학교’ 프로그램 시범 운영을 시작한다. 늘봄학교는 돌봄과 교육서비스를 통합하는 종합 프로그램이다. 이들 200개 학교에서는 오는 3월 새 학기부터 원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오후 8시까지 다양한 방과 후 프로그램과 돌봄교실을 운영한다. 특히 그동안 초등학교 입학 직후에는 유치원·어린이집보다 원아들의 이른 하교로 인한 돌봄 공백으로 학부모들의 불만이 많았는데, 이와 같은 민원이 어느 정도 해소되게 됐다. 늘봄학교 운영 학교에서는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3월 초 또는 1학기에 '에듀케어 프로그램'을 만들어 수업 후 교실에서 놀이·체험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한다. 늘봄학교 운영으로 돌봄 시간이 아침 7시에서 저녁 8시까지로 늘어나고, 초등학교 신입생을 위한 맞춤형 교육…
2023-01-25 19:43새해에는 좀 더좋은 세상이 되기를 바다가 썩지 않는 것은적정 비율로 녹아있는 소금 덕분이다. 평균적으로 1ℓ의 바닷물 속에는 약 35g의 소금이 녹아 있다. 항상 같은 비율은 아니지만 대략 3퍼센트의 농도를 유지하며 바다를 썩지 않게 지키는 파수꾼 역할을 한다. 가뭄과 홍수로 바다로 유입되는 물의 양은 늘 변하지만 바다는 스스로 자정 능력을 갖춘 위대한 능력으로 지구를 지키고 있으니 참으로 대단한 자연의 신비가 분명하다. 바다의 소금처럼 자정능력을 가진 사회의 소금은교육과 법, 언론이라고 생각한다. 교육의 출발점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믿음과 인간이 지닌선한 능력과 잠재적 가능성에 대한 철학적 사유의 결과이기도 하다. 어린이를 어른의 축소판으로 여기지 않고 한 인격체로 존중하는 교육철학의 위대한 정신도 한몫한다. 젊은이를 귀하게 여기는 것은 물론이고 그들의 미래를 희망적으로 보는 긍정적 시선도 함께 내재한 교육제도 덕분이다. 법은 교육보다는 강제적이고 합의적인 자정능력을 지닌 영역이다.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하는 판사나 법치국가의 수호자로 범법자를 징계하고 고발하는 검사, 법의 심판과 징계로부터 억울한 사람을 변호하는 변호사에 이르기까지 법이라는 이름으로
2023-01-25 19:32현택환 서울대 석좌교수, 그는 나노(Nano) 연구 분야의 세계 최정상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이미 ‘월클’의 수준을 넘어 대한민국에서 첫 노벨 화학상을 받을 수 있는 0순위자로 인정받고 있다. 그가 노벨 화학상 유력 후보로 거론된 2020년, 강의실에서는 그룹 BTS의 노래 ‘NOT TODAY’가 흘러나왔다. 물론 “오늘은 아니야“라고 노래로 대신 대답했지만 그는 2023년 현재도 여전히 세계 학계가 손꼽는 한국인 첫 노벨 화학상 수상 후보감이다. 그는 스스로 나노 연구 분야에서만큼은 ‘정상급’도 아닌 ‘정상’이라고 말할 정도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의 아주 작은 단위(unit)다. 그는 ”물질을 작게 쪼개고 쪼개서 나노의 세계로 들어가면 눈으로 보는 것과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고 말했다. 이처럼 ‘도우미 기술’로 주목받는 나노는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반도체에서 칩(chip) 사이즈가 점점 줄어들면서 같은 면적에 더 많이 넣을 수 있는 기술로 현재 대한민국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효자 종목인 반도체의 원천으로 유명하다. 현 교수는 QLED TV의 바탕이 된 기술, 즉 반도체를 나노 입자로 만들어 자외선을 쬐면 형광 빛깔
2023-01-18 09:56